박인만 “효도라는 말이 버거운 당신에게”
『다시 태어나도 제 부모님이 돼 주실 수 있나요?』 박인만 저자 인터뷰
이제는 효도를 더 이상 버거워 마세요. 지금 당장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당신의 일상을 공유해 보세요. (2020.09.14)
『다시 태어나도 제 부모님이 돼 주실 수 있나요?』는 박인만 저자가 큰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장모님, 세 분의 부모님을 모시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전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괴감에 빠져 있거나 포기하기보다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효도하기로 선택한다. 아버지를 목욕 시켜 드릴 때 목욕물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는 않은지 여쭤보는 것, 어머니를 씻겨드릴 때 어머니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 화를 내는 척 장난을 쳐서 장모님을 놀라게 하지 않는 것. 저자에게 효도는 이렇게 사소한 존중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허심탄회한 대화, 따스한 가을 햇볕 아래서 즐기는 나들이, 화장대 서랍장 손잡이를 수리해 드리는 것. 이런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들을 부모님과 함께 나누는 것이 효도이고 부모님을 향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박인만 저자의 말을 들어 보자.
안녕하세요. 박인만 작가님, 에세이 『다시 태어나도 제 부모님이 돼 주실 수 있나요?』로 독자분들과 첫 대면을 하게 되셨는데요. 소감과 책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첫 대면의 소감은, 평생 하고 싶었던 일 중 한 가지를 이룬 성취감에 가슴 벅차고, 마치 작은 목선 하나 만들어 바다 위에 뛰어 놓고 막 여행 시작하려는 것 같은 설렘 가득한 기분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사실 세상에 널 부러져 있는 이야기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고민 많지만 행복을 바라는 가족들의 이야기, 다른 사람들 또한 가족 내에서의 일들로 인해 느꼈을 수도 있는 아픔과, 후회, 깨달음을 책으로 냈을 뿐입니다. 부모님의 암(癌) 발병과 장모님의 치매를 간병한 과정, 끝내 이 세상 소풍 끝내고 하늘 본향으로 보내 드리면서 나누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엮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제 부모님이 돼 주실 수 있나요?』는 어떻게 집필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자식이기도 한 제 위치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이 장성하며 부모님들의 연세는 자꾸만 들어가시고 아프신 데가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이런 삶에서 그러한 부모님들과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기억하고 싶은 일들이 자꾸 자꾸 생겼습니다.
이를테면 숨 거두시기 전 약해져 가는 아버지와 나눈 대화, 아내의 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16년의 따뜻했던 기억들, 장차 소진될 내 모습 보여 주시는 어머니 닮은 불편들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삶 속에서 아버지 마음을 알아가고 어머니 마음을 만났을 때 등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을 일기처럼 SNS에 기록하고 저장해오면서 책으로 묶게 되었습니다.
마음 아릿해지는 제목이 참 인상적이네요, 이 제목으로 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에는 이 제목이 아니었습니다. 초고 원고를 완료하여 출판 준비를 도와주고 있던 친구가 어느 날 책 제목 한 가지가 생각났다며 적어온 메모를 보여 줬습니다. ‘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습니까?’였습니다. 저는 그 쪽지를 받아 들고 한 동안 숨 멎음과 가슴속 저 밑바닥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설움과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급기야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화장실로 달려가서 10여분가 꺼억 꺼억 울음을 삼키고 자리로 돌아왔었습니다. 이제 다시 평생 물어볼 수 없는 아버지 문안 인사였습니다. 문득 전화 걸어 안부라도 여쭤보고 싶어도 물어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제목으로 출판사에 투고하였으나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제 가족 이야기로서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메시지가 없을까 생각하면서 초고 내용을 책을 읽고 읽어가던 친구가 두 번째 제안을 해왔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제 부모님이 돼 주실 수 있나요?』 사실 제게는 이 질문이 참 많이 어려웠던 질문이었습니다. 만약에 우리 아이들이 이 질문을 해준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을 것 같았지만 부모님에게는 감히 부탁드릴 수 있는 질문인지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이 제목을 보고 느꼈던 제 감정을 분명 또 다른 누군가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 삶에서 한번쯤 스스로에게 또는 내 부모에게 삶에서 한번쯤 질문할 법한 인상적인 문장이라고 생각해서 책 제목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효도’란 무엇인가요?
사실 이 책에서 ‘효(孝)’와 ‘효도(孝道)’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책을 읽은 독자들은 아실 겁니다. 마치 우리가 길을 가다 어떤 사람이 도움을 요청해오면 베푸는 친절과 같은 일상의 이야기들입니다. SNS에서 몇몇 분들께서 저를 향해 ‘효심(孝心)이 깊다’, ‘효자(孝子)다’, ‘존경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왠지 제 마음은 불편해졌습니다.
효(孝)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윤리 규범이나 부귀영화로 보답해 드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길 물어 오는 타인에게도 할 수 있는 친절입니다. 효도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님을 향한 존중과 친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식들의 일상을 부모님의 일상에 공유해드리는 것이 부모님과 헤어지기 전에 할 수 있는 시간들이 효(孝)의 실천이라 생각합니다.
자식의 입장이기도 하시지만 반대로 부모의 입장이기도 하신데, 반대로 좋은 부모란 어떤 걸까요?
‘좋은 부모’란 빈틈이 있는 부모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날 때 저는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완벽을 요구했고요, 좀 더 잘 해 주기를 끊임없이 바랬습니다. 저에 비해 제 아내는 아이들에게 쉼표를 찍어주고, 그늘이 되어 주어 어느 정도의 틈을 항상 아이들에게 내어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올바르게 장성한 건 다 아내 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급하여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고 가끔은 빈틈을 보여주는 것, 그 틈에 아이들이 비집고 들어와 아이들이 조금 더 곁 가까이에 올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두는 부모가 좋은 부모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제 부모님이 돼 주실 수 있나요?』는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부모님께서 연로하시거나, 약해져 가고 계신 부모님이 안타까운 자식들, 부모님의 병환으로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있을 분들께서 읽으시면 좋을 것입니다. 그분들에게 위로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책의 부제처럼 ‘효도가 버거운’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효도(孝道)는 사라지고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알고 지내왔던 윤리 규범이나 내 마음이 원하는 부귀영화로 보답 해 드려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길 물어 오는 타인에게도 하듯 하는 친절을 부모님께 하는 것입니다. 효도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님을 향한 존중하고 친절을 베풀어 드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부모님과 헤어지기 전에 자식들의 일상을 부모님의 일상에 공유해드리는 시간들을 만들어 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서 안부를 묻고,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감사의 인사를 남겨 보세요. 웬일이냐며 다소 무뚝뚝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답에 쑥스러워 머리를 긁적일 수도 있지만, 그게 지금의 나에게도 그리고 나중에 부모님을 그리워할 미래의 나에게도 좋은 기억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박인만 7년간 암 투병하신 아버지, 16년간 모신 치매 걸린 장모님, 16년째 거동 힘드신 어머니를 돌본 4남매의 장남이다. 61살이 되기까지 36년간 사회생활을 했다. 여덟 번 전직, 여섯 번 이직하며 치열하게 살아내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전기전자공학, 지리정보공학,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현대전자를 거쳐 포스코 ICT에서 근무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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