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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세> 심효정 씨의 사연을 들어보세요

인간다울 권리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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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세’는 어떻게 하고 다녀야 하는 나이일까. 그런 게 있기는 한 걸까. <69세>는 69세의 심효정이 편견과 비하의 시선이 동반된 인권 침해에 맞서는 사연을 다룬다. (2020.08.20)

영화 <69세>의 한 장면

‘69세’는 어떻게 하고 다녀야 하는 나이일까. 그런 게 있기는 한 걸까. <69세>는 69세의 심효정(예수정)이 편견과 비하의 시선이 동반된 인권 침해에 맞서는 사연을 다룬다. 심효정(예수정)이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불러주는 이는 없다. 늦은 나이에 만나 동거하는 동인(기주봉)은 사람 좋게 존대를 해도 이름을 부르는 게 쑥스러운지 당신, 이봐, 저기 등과 같이 호칭을 갈음하여 지칭한다. 

사회에서 만난 이들도 비슷하다. 관절이 아파 찾은 병원에서, 관절 악화를 늦추려 다니는 수영장에서, 어렵게 얻은 일터에서, 사람들이 선생님, 어르신이라 높여 불러도 효정의 개별성은 지운 듯한 태도다. 치료를 받으러 간 병원에서 일이 터진다. 스물아홉 살의 간호조무사 이중호(김준경)가 물리치료 중 선을 넘어 성폭행했다. 고심 끝에 이 일을 신고하러 간 경찰서에서 접수 경찰관은 효정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한다. 피해자분이 직접 신고하러 오신 겁니까? 

효정이 성폭행을 당하고도 고발을 꺼린 건 그녀를 개인으로 바라보는 대신 당신, 어르신, 피해자 등 개성을 지운 대명사의 존재로 대하는 차별의 언사 때문이다. 그들이 보건대 효정은 69세의 고령이기 때문에 이름뿐 아니라 욕망도, 주장도, 자기표현도 없는 무색무취의 대상이다. 그 ‘대상’이 나다울 권리, 인간다울 권리,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찾겠다고 자신의 이름을, 욕망을, 주장을, 표현을 밝히자 세상이 보이는 반응은 당황과 그에 따른 회피다. 

“수영을 얼마나 하셨길래 몸매가 처녀 같으실까?” 수영장을 함께 다니는 회원은 칭찬의 의미로 말을 전하지만, 당사자 효정은 마음이 편치 않다. 마른 몸매는 젊은 사람의 전유물이 아닐뿐더러 처녀 같다니? 성적 대상화 하는 것 같다. 한편 효정이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은 담당 형사는 이중호의 나이를 확인하고 “친절이 과했네” 나이도 어린 게 왜 나이 많은 사람에게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으로 효정을, 효정의 나이를 비하한다.

‘6’과 ‘9’, 위아래를 바꿔도 똑같은 모양인 것처럼 효정이 하는 말과 행동과 본 피해와 그에 대한 대응 등 이유를 대도 돌아오는 반응은 똑같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단지 그대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꽉 찬 느낌을 주는 숫자 ’69'처럼 모두 부정적일 정도로 앞뒤가 꽉 막혔다. “조심 좀 하시지” 효정의 피해 소식을 듣고 지인이 한다는 얘기에 효정은 반문한다. “뭘 어떻게 더 조심해요?” 


영화 <69세>의 포스터

성(姓)으로 분류하여, 나이대로 묶어, 단순한 기준으로 사람들을 하나의 단위로 클론화하는 편견과 혐오와 차별과 비하의 시선에 효정은 대응한다. 나를 드러내고, 다른 나를 강조하고, 무리 속의 나를 어필한다. <69세>는 피해자가 피해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더 고통받는 현실에 굴하지 않고 가해자가 그 가해에 마땅한 벌을 받을 수 있게 효정이 용기를 내는 내용이면서 또한, 개인을 지운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커밍아웃의 호소이기도 하다. 

“69세 저, 심효정을… “으로 시작하는 고발문의 내용을 내레이션하는 결말은 이 영화가 목적하는 효정의 정체성이다. 이 고발이 효정 혼자의 싸움이 되지 않게끔 많은 이의 어깨동무를 바라며 내미는 손길이다. 효정은 간호조무사를 고발하기에 앞서 동인에게 “같이 가줄 수 있죠?” 함께 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때 효정의 시선을 클로즈업하는 영화의 카메라는 그 대상을 동인뿐 아니라 관객에게까지 연장한다. 여러분도 효정과 함께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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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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