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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재,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는 정공법
신용재 - <Dear>
오랜 시간 대중에게 인정받아온 그의 가창력은 본작에서 건실히 펼쳐져 가수의 가치에는 의구심이 없게 한다 (2020.08.12)
데뷔 12년 차를 맞은 신용재에게 정규 앨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포맨의 활동과 솔로 미니 앨범을 통해 발라드 공식을 착실히 따라온 그의 1집은 변함없는 한국식 발라드 작풍과 귀에 익은 멜로디를 선사한다. 각 마디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선율과 고풍스러운 현악기, 피아노를 내세운 음향은 대중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정공법을 택한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악기 구성이나 프로듀싱의 측면에 특기할만한 점은 없다. 이러한 정직한 겉모양은 확실한 음감만 동반한다면 익숙한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킴 직하지만, 전체적으로 <Dear>의 멜로디는 중독성을 확보하지 않고 평평하게 밑그림을 겉돌아 쉽게 기억에 각인되지 않는다. 직접 작사, 작곡한 작품의 머릿곡 「첫 줄」은 차곡차곡 울림을 키워가는 세션이 동화를 연상하게 할 만큼 깔끔하나, 예사롭고 호흡을 길게 빼는 선율 탓에 지루할 틈을 남긴다. 확실한 내용과 전개로 감흥을 이끌었던 솔로 대표곡 「가수가 된 이유」만큼의 흥미로운 콘셉트가 없는 것 역시 발목을 잡으니 한정적인 뼈대 속 소구력을 결정짓는 한방이 모자라다. 그 때문에 중반부 「라라랜드」와 「허락」이 각각 전자 피아노와 빠른 어쿠스틱 피아노 반주로 세련된 감상을 건네도 그 시도가 퇴색되며, 음반은 몹시 길게 느껴진다.
이러한 짜임새의 빈틈을 얼마간 상쇄하는 건 보컬 활약이다. 오랜 시간 대중에게 인정받아온 그의 가창력은 본작에서 건실히 펼쳐져 가수의 가치에는 의구심이 없게 한다. 「별이 온다」는 그의 호소력 짙은 음색을 조명하는 더블 타이틀곡으로, 알앤비 향기가 짙게 밴 도입부를 지나 간드러진 미성으로 후렴 가사를 또렷이 전달하는 목소리가 두드러진다. 폭발적이면서도 담백한 하이 톤을 들을 수 있는 「또 하루가 지나간다」 역시 간소한 편곡이 가사에 집중할 여유를 넉넉히 두며 하루 끝자락의 위로를 그만의 방식으로 설득력 있게 전한다. 고음과 기교를 활용하지만, 딱 적당량만큼만 덜어 활용한 가창이 만족감을 안긴다.
첫 정규작의 발걸음에서 자신이 가장 잘해오던 것을 이어간 신용재는 그러나 문법이 한결같은 근래 발라드 음악의 한계까지 돌파하지는 못했다. 발라더에게 대담한 시도나 실험을 바라는 건 무리이겠지만, 10년 전 포맨을 다시 찾게 하는 노래보다 더욱 현재에 발맞춘 선택을 보였으면 어땠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이 발라드 가수에게 원하는 것도 바뀌고 있으며, 참신하지 않고 흘려 들리기만 하는 곡에는 그들도 쉽게 뒤를 돌리니 말이다. 이번에는 음악보다 가수의 목소리가 더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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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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