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섬으로 떠나야 하는 이유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 이준휘 저자 인터뷰
섬은 아웃도어 액티비티의 천국입니다. 섬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놀이를 즐길 수 있어요. 걷고, 자전거 타고, 산을 오르고, 물놀이 하고, 때때로 카약을 타거나 해루질을 하고, 우리 집 반려동물과 함께 마음껏 뛰놀아도 좋습니다.(2020.08.07)
훌쩍 떠나고 싶은 날이 있다.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의 이준휘 작가는 그런 날이면 섬을 찾는다. 배 타고 바다 건너 사람의 손길이 덜 탄 미지의 섬들을 누비고, 눈부신 풍광과 마주하며 자연에 몸을 내던진다. 이준휘 작가에 따르면, 섬은 아웃도어 액티비티의 이상향이다. 그는 걷기, 자전거 타기, 카약, 해루질, 캠핑에 이르는 활동을 섭렵하며 새로운 즐거움을 맛봤다고 고백한다. 올여름 친환경, 비대면 여행을 위한 휴가지를 물색하는 독자들에게 그는 섬으로 떠나기를 권한다. 싱그러운 해풍과 투명한 물빛, 무성한 녹음과 다정스러운 둘레길이 한데 깃든 섬에서 평화롭고 건강한 휴식을 꿈꾼다면,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의 이준휘 작가의 여행 이야기를 눈여겨봐야겠다.
대이작도부터 가파도까지,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섬의 이름을 들려줍니다. 울릉도나 제주도가 아닌, 45개의 크고 작은 섬을 고른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섬들의 매력을 한번 끄집어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익숙한 곳보다는 낯선 곳에 도착했을 때 더 설레고 흥분되는 제 기질도 작용했을 겁니다. 그래서 관광지로서의 인지도보다는 등산, 트레킹, 캠핑, 해루질 같은 액티비티를 기준으로 적합한 섬들을 선정했습니다. 소위 ‘꾼’들이 찾는 곳이랄까요. 이를테면, 제주 올레길 말고도 걷기 좋은 섬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걷기 좋은 섬과 등산하기 좋은 섬은 엄연히 다릅니다. 걷기 좋은 섬이라면, 어린 아이들이나 부모님을 모시고 산책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를 지닌 곳을 기준으로 수록했습니다. 섬 전체가 미술관으로 불리는 연홍도나, 아담한 규모로 아기자기한 둘레길을 꾸며놓은 애도 같은 곳이 대표적이죠. 정보 수집이나 취재 과정에는 더 많이 발품을 팔아야 했지만, 탐험가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여정이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섬 중 작가님께 섬 여행의 물꼬를 터 준 ‘첫 섬’의 여행기를 듣고 싶습니다.
첫 번째 섬 여행은 통영의 소매물도였습니다. 바다가 좋아 통영, 여수 같은 해안 도시들은 자주 들락거렸지만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섬으로 들어가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2월의 어느 날이었는데, 육지에서는 동장군이 심술을 부리고 있었지만 통영의 섬은 봄처럼 포근했습니다. 바다는 한껏 짙푸르러졌고, 대기는 티끌 하나 없이 청명했던 기억이 납니다. 소매물도에서 바라보이는 등대섬의 모습은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웠습지요. 선착장에서 해녀 할미가 손질해 주던 싱싱한 굴과 섭의 맛도 인상적이었고요. 이날 이후 소매물도는 다른 섬을 바라보는 미감과 미각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섬의 첫인상을 이루는 것은 대개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먹거리지만, 섬 여행을 본격적으로 즐기게 되면서 푹 빠져들게 된 것은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이었습니다. ‘섬은 액티비티의 천국’이라는 표현에는 조금의 과장도 없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걷는 둘레길, 등산로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풍광, 한가한 도로를 전세 내어 달릴 수 있는 섬 라이딩, 그리고 호젓한 해변에서 즐기는 캠핑의 맛을 잊을 수 없어서 자꾸만 섬을 향합니다.
아직 ‘섬’이라면 막연하게 느끼는 독자들도 많을 텐데요, 섬 여행의 3가지 즐거움을 말하라면 무엇을 꼽으시겠어요?
일탈감, 천혜의 자연 환경, 그리고 날것의 생생한 감각을 꼽고 싶습니다. 우선 섬 여행은 여정의 기승전결이 매우 뚜렷합니다. 여행은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인천공항의 탑승구로 들어설 때 해외여행의 설렘이 밀려오듯, 섬 여행은 배가 육지에서 출발하는 순간 시작되니까요. 항해라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한결 명징해지곤 합니다.
그렇게 섬에 당도하면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이 바로 이국적인 풍광입니다. 섬의 식생이나 지리환경은 육지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과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섬 여행의 동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와!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네’라는 감탄문이었습니다. 이런 까닭에 섬 여행을 해외여행과 많이 비유하기도 합니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처음 떠올렸던 제목이 ‘배타고 떠나는 우리 섬나라 여행’ 이었던 까닭입니다.
섬에는 날것의 맛이 살아있습니다. 여전히 미지의 영역에 있는 섬들이 많지요. 닳고 닳은 육지의 유명 관광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있습니다. 특유의 고립감과 한적함, 아직 때묻지 않은 인심 또한 섬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귀한 것입니다. 눈부신 풍광은 두 눈과 사진 속에 저장되지만, 그곳 사람들에게 받은 호의와 인심은 여행자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행선지에 얽힌 역사, 문화, 예술 이야기를 미리 알고 떠날 때 여행이 더 즐거워지곤 합니다.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에는 섬의 이모저모를 알려주는 페이지 ‘섬에 대한 짧고 얕은 지식’이 삽입되어 있는데요, 그 덕에 낯설었던 섬도 어느새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오랜 시간 방대한 섬 지식을 그러모은 작가님만의 취재 비법, 취재 노트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취재 비법은 없습니다. 그저 많이 걷고, 많이 듣는 것이 제 방법입니다. 육지와 달리 섬은 오히려 취재하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제주도나 울릉도 같은 큰 섬을 제외하고는 인구도 얼마 되지 않고, 들고나는 사람도 몇 명 되지 않습니다. 작은 어촌마을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 외지인이 방문하면 금세 티가 납니다. 섬을 한 바퀴 일주하면 의도하지 않아도 마을 이장님, 부녀회장님, 파출소 소장님을 어디서든 꼭 한 번씩은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 분들에게 마을을 찾아온 손님이 되는 거죠. 섬사람은 막연히 폐쇄적일 거라고들 생각하는데, 실은 그만큼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강합니다. 저는 그저 섬을 사랑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열심히 귀 기울이고, 나름의 감상을 더하는 것으로 취재를 갈무리하곤 했습니다.
섬은 알면 알수록 아름다운 여행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이 섬에서 경험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비범한 풍경 속에 살고 있는 순수한 사람들을 사랑한다.’ 제가 이번 책의 작가 소개에 썼던 문장입니다.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풀등의 고운 모래사장, 대매물도, 굴업도의 숙영지에서 바라보였던 장엄한 해넘이, 별이 쏟아져 내리던 사승봉도의 밤하늘, 장고도 앞바다에 해당화같이 피어있던 명장섬의 모습까지, 섬에서 맞닥뜨린 비경은 무수히 많았는데요. 그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준 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친절과 인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가는 우리를 목적지까지 태워다 준 대이작도의 주민분, 끼니를 거른 우리를 위해서 고동 라면을 끓여주셨던 3구 마을 이장님, 놓고 간 소지품을 전해주려 헐레벌떡 선착장까지 전력 질주를 했던 가의도 민박집 사장님의 얼굴이 이 순간에도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이미 많은 섬을 여행한 작가님에게도 여전히 ‘섬 여행 버킷리스트’가 존재할까요? 작가님이 마음 속에 품어온 섬이 있다면 채널 예스 독자들에게만 살짝 귀띔해주세요.
우리나라에는 유인도서가 약 470개, 무인도서가 2876개가 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입니다. 제가 그동안 찾았던 섬을 죽 세어보니 96개쯤 되더군요. 유인도를 기준으로 봤을 때 아직 우리 섬의 1/4도 못 가본 셈입니다. 여행작가의 입장에서는 수많은 이야기 거리가 담겨있는 미답지가 아직도 300곳 이상 남아 있는 셈입니다. 연홍도에서 바라보이는 범상치 않은 금당도의 모습, 대청도를 여행할 때 지나쳤던 소청도의 등대와 분바위의 모습도 궁금합니다. 굴업도, 비양도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백패킹 선수들 사이에서 캠핑 아지트로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는 녹도, 백야도에서도 하룻밤 묵어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해외의 섬들 중에서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곳들이 있습니다. 갈라파고스, 몰디브, 산토리니, 하와이 같은 섬들이죠.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나면 그런 섬도 찾아보고 싶습니다.
올 여름, 멋진 휴가를 준비하는 독자들에게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 이용법을 알려주세요!
섬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이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때문에 ‘최고의 섬을 꼽아 달라’ ‘여행하기 좋은 섬을 추천해 달라’하는 질문은 늘 고민스럽습니다. 이런 까닭에,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의 서두에서는 여행의 목표와 여행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했습니다. 캠핑하기 좋은 섬, 가볍게 걷기 좋은 섬, 자전거 타기 좋은 섬, 반려견과 함께하기 좋은 섬, 등산하지 좋은 섬으로 5가지 주제에 따른 ‘섬 추천 리스트’를 펼친 것이죠. 여기서 마음 가는 섬을 발견했다면 병기한 페이지를 따라가보세요. 배편 예약법, 항로, 섬의 규모, 최적의 답사 코스 등 초심자에게도 충분한 상세 여행 정보를 수록했습니다. 이만하면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로 멋진 여행을 손쉽게 준비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청청하고 아름다운 우리 섬에서 안전하고 즐거운 휴가를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준휘 낯선 곳을 탐험하는 걸 좋아하는 여행작가다. 자전거를 두발 삼고 텐트를 잠자리 삼아 여행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여정의 마침표는 그곳에서 나고 자란 것을 반주 삼는 소소한 술자리다. 이번에는 그 호기심의 대상을 우리나라의 섬으로 삼았다. 그곳의 비범한 풍광 속에 살고 있는 순수한 사람들을 사랑한다. 독자들에게 여행지에서 느낀 설렘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친절한 가이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아름다운 자전거길 50』, 『우리나라 자연휴양림 바이블』, 『자전거 여행 바이블』, 『인생술집』, 『일본 자전거 여행 바이블』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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