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과거의 조각으로 채우는 가족 희비극 - 뮤지컬 <펀홈>

나와 꼭 닮았고, 하나도 닮지 않았던 나의 아버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앨리슨은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한 지 4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모으기 시작한다.

류수화 배우, 이준용 배우, 유시현 배우, 최재웅배우, 이운재 배우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고 4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를 마흔셋의 엘리슨이 기록하기 시작한다. 

트럭에 치인 아버지의 죽음은 사고사로 판명 났지만, 앨리슨은 아버지가 자살했다고 생각한다. 열아홉 살에 집을 떠나 대학에 다니며 레즈비언임을 정체화한 앨리슨은 부모에게 편지로 커밍아웃한다. 이후 성 정체성을 숨기고 클로짓 게이로 산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전해 듣는다. 4개월 후 아버지가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다. 앨리슨은 이 죽음이 자신의 고백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흔셋 앨리슨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며 과거를 되돌아본다. 



마흔셋 앨리슨이 회상하는 아버지와 나

뮤지컬 <펀홈>은 부모의 세계에 머물며 아직 자기 자신을 정립하지 못한 아홉 살 앨리슨과 부모를 떠나 대학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은 열아홉 엘리슨의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룬다. 두 시기의 기억을 마흔셋 앨리슨이 해석하고 설명한다.

마흔셋 앨리슨은 아버지와 추억이 담긴 물건과 자신의 일기장을 토대로 과거의 기억을 부른다. 아버지는 벡델 가문의 가업인 장례식장을 물려받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장의사만으로는 수입이 충분치 않아 고등학교 영어 교사 일을 병행한다. 고풍스러운 취향과 남의 눈을 의식하는 성격 덕분에 늘 예민하다.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고, 치마를 입지 않는 앨리슨을 못마땅해한다. 어린 앨리슨은 몇 가지 일화로 아빠의 성향을 추정한다. 지금도 ‘왜 그랬냐’고 묻고 싶은 게 많지만, 대답해줄 아빠가 없다. 

집을 떠난 열아홉 살 앨리슨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레즈비언 정체성을 인정하자마자 부모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둘 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방진의 배우

커밍아웃한 딸과 벽장 안의 아버지

<펀홈>은 레즈비언이자 페미니스트인 엘리슨 벡델 작가의 그래픽 노블 <펀홈>을 원작으로 한다. 2006년 아버지 이야기를 담은 <펀홈>을 발표했고, 뮤지컬로 만들어지면서 다시 주목받는다.

제목인 펀홈은 아버지의 가업인 장례식장(Funeral Home)에서 따왔다. 극중 벡델가의 아이들이 장례식장을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중앙의 회전무대가 있고 객석을 중심으로 왼쪽 벽은 그림이, 오른쪽은 책장이 배치되어 있다. 낡은 집을 구매해 18년 동안이나 집을 꾸미는 데 시간을 썼다는 브루스 벡델의 취향이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구현된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와 같은 연출이 앨리슨의 회고에 좀 더 집중하게 한다. 


설가은 배우, 성두섭 배우

이경미 배우, 유주혜 배우

앨리슨이 조각을 하나씩 꺼내놓는 방식이기에 시간 순서대로 극이 진행되지는 않지만 마흔셋 앨리슨의 ‘캡션 설명’이 극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캡션 설명. 아빠와 난 정말 많이 닮았다. 캡션 설명. 아빠와 난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이지수 배우, 이아름솔 배우

최유하 배우

아빠의 물건을 발견한 앨리슨이 회상을 시작하는 첫 번째 장면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빠가 세상을 떠난 지 20여 년 만에 회고를 시작하면서 앨리슨은 자기 자신을 알고 싶었던 것일지 모른다. 사랑하고 미워했던 아빠, 너무 닮았고 하나도 닮지 않은 아빠를 떠올리면서. 

뮤지컬 <펀홈>은 10월 11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최재웅 배우, 방진의 배우, 유시현 배우



뮤지컬 <펀홈> 공연 예매하러 가기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수연

재미가 없는 사람이 재미를 찾지

기사와 관련된 공연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