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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는 왜 스릴러 소설을 썼을까?

『빛의 전쟁』 이종필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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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교양인 시대에 양자역학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거든요. 소설 『빛의 전쟁』을 통해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그 내용을 친숙하게 또 재미있게 느끼게 되기를 바랍니다. (2020.07.27)

ⓒ김동훈_문화일보

『빛의 전쟁』의 저자 이종필은 입자물리학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은 물리학자이다.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의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신의 입자를 찾아서』와 같은 과학 교양서를 썼으며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물리의 정석』 등 정통 물리학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대중 강연부터 시사평론까지, 전방위적으로 글을 써온 그이지만 물리학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을 발표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른 아침, 광화문 사거리에 드론 다섯 대가 시신을 배달한다. 이순신 장군의 투구에 걸린, 머리 잃은 남자의 몸. 그러나 정작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잘린 목이 아니었다. 복부에 촘촘히 박힌 가느다란 핀들이 하나의 그림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전문가이자 물리학과 교수인 조성환은 경찰을 도와 시신의 몸에 새겨진 이미지를 분석한다.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 듯한 그 그림은 분명 인공지능이 그린 것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성환. 그 심연을 향해 갈수록 거대한 비밀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는데…. 상처 위에 쌓은 역사, 치유할 수 없는 기억을 응시하는 첫 장편소설을 출간한 물리학자 이종필을 만나 보자. 



그동안 다양한 저서를 내셨지만 장편소설은 처음입니다. 물리학자로서 장편소설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람에겐 누구나 늘 하는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이공계 출신들에게는 소설 한번 써보는 것도 그런 ‘로망’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더 재미나겠죠. 언젠가 비슷한 로망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SF 단편집을 내자고 의기투합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생각해 둔 모티브들 중 하나가 이번 소설로 이어졌습니다. 당시에 그 일을 기획했던 편집자분이 제게 ‘재미 삼아 장편도 한번 써 보세요’라고 용기를 북돋워 준 것도 큰 힘이 됐습니다. 그래서 겁도 없이 덤빌 수 있었어요. 

첫 장편소설을 쓰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모든 과정이 힘들었어요. 가장 힘든 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설정하는 작업이었어요. 이런 일은 전혀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인물보다는 스토리와 상황 중심으로 소설을 끌고 가려고 했죠.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구현된 과학기술과 아직 구현되지 않은 지점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작업도 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걸 읽는 독자들이 그럴듯하게 받아들일까, 그러면서도 어떻게 하면 식상한 느낌이 들지 않게 할까, 그게 참 어려웠습니다. 예전에 SF 작가분들과 만나서 얘기를 나눌 때 “이건 과학적으로 가능한가요?”, “이건 어디까지 과학적으로 규명된 건가요?”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어떤 대상의 과학적 디테일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전체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 그런 식으로 답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소설을 써보니 왜 작가분들이 그런 질문을 했는지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서라도 소재를 보다 철저하게 알아야겠구나 싶었습니다. 

드론 다섯 대가 광화문 광장에 시신을 배달한다는 설정이 충격적이면서도 인상 깊은데요. 광화문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소설을 기획할 때부터 광화문 앞에 시체를 하나 매달고 싶었어요. 작가님들이 이런 얘기들을 하더라고요. ‘소설이 재미있으려면 일단 사람이 하나 죽어야 한다.’ 그런 거라면, 가능한 한 가장 극적으로 시체가 등장하는 장면을 만들고 싶었어요. 밀폐되거나 숨겨진 공간이 아닌 가장 개방된 공간, 그것도 누구나 다 아는, 그런 공간을 생각했어요. 일종의 역발상인데,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역시 광화문 광장밖에 없더라고요. 마침 스토리 설정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고 해서 그곳으로 정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순신 장군 동상이 가장 상징적이면서도 극적인 지점이겠죠. 처음엔 저 위에다 어떻게 시체를 매달까 고민했었는데 문득 TV에 나오는 드론이 답을 줬습니다. 

주인공 조성환 역시 물리학자인데요. 작가님을 모델로 한 인물인가요? 비슷하다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저를 모델로 했다기보다 일반적인 물리학자의 모습을 많이 담으려고 했습니다. 아마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물리학자들이 많지 않을까 싶어요. 이것저것 호기심 많고 모든 문제에 답을 찾으려고 하고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도 있고 때로는 혼자 잘난 척하기도 하고요. 학문에 대한 자부심을 넘어 자만심과 오만함으로 빠지는 경우들도 적잖아 있거든요. 그래서 타인을 무시하거나 유아독존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사실 제가 물리학자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저와 주인공을 어느 정도 동일시할 수밖에 없는 면이 있을 겁니다. 그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게 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평범한 캐릭터로서 사건에 휘말려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양자역학과 인공지능 등 최신 과학기술이 등장하지만 의외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쓰실 때 과학에 관심이 없거나 문외한인 독자를 생각하며 쓰셨나요?

물론입니다. 과학을 전혀 모르는 분들도 소설을 읽으면서 기본적인 과학지식을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게 제가 소설을 쓰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요. 오래전부터 과학대중화를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해왔는데, 역시나 현대과학은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일반인들이 상당히 어려워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대중이 만나는 다양한 접점이 필요하다고 느꼈었죠. 장르물은 소설이든 영화든 아주 유력한 매개체 역할을 해왔으니 한국에서도 그런 콘텐츠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비단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왔을 겁니다. 마침 제게 기회가 주어져서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대중과학서를 쓰거나 대중강연을 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설명하면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가 조금은 있으니까요. 

그래도 여전히 독자 여러분께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작업이 제게도 아주 좋은 경험이 될 듯합니다. 사실 양자역학은 말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그걸 보고 이해한다는 것도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데,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실생활과 관련된 기술에 양자역학 원리들이 적용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과학이 교양인 시대인데 양자역학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거든요. 그래서 소설 『빛의 전쟁』을 통해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그 내용을 친숙하게 또 재미있게 느끼게 되기를 바랍니다.

물리학에도 여러 분야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그중 어떤 분야를 연구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입자물리학입니다. 이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요즘에는 고에너지물리학(High Energy Physics)이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미시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굉장히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미시세계를 다루기는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단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주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 요즘에는 천체물리학 등 인접 분야의 성과들이 광범위하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가장 융합이 활발한 분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제가 연구하는 주제는 B-중간자라는 입자의 붕괴과정에서 관측된 변칙적인 결과들입니다. 이를 이용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표준적인 이론을 넘어선 새로운 시나리오들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후속작을 예고하듯 끝났는데요, 혹시 다음 작품을 쓰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어떤 내용인가요?

아직 본격적으로 쓰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빛의 전쟁』을 구상할 때부터 함께 연동된 모티프가 몇 개 있었고 그중 하나를 소설 마지막에 제시한 것입니다. 기본적인 스토리 구상은 있고요. 『빛의 전쟁』과 마찬가지로 과거와 현재가 과학기술을 매개로 독특하게 만나는 구조인데, 구체적으로는 『빛의 전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겁니다. 어쩌면 『빛의 전쟁』 시리즈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이종필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입자물리학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와 고등과학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등에서 연구원으로, 고려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상허교양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의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신의 입자를 찾아서』 『사이언스 브런치』 등이 있다.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물리의 정석』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단편소설 『동방홍 원정기』를 SF 소설집 『떨리는 손』 에 발표했다. 『빛의 전쟁』 은 이종필이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이다.




빛의 전쟁
빛의 전쟁
이종필 저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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