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쓰기, 왜 내 글을 보여줘야 하나요?
『에세이를 씁니다』 우수진 저자 인터뷰
저는 초고를 쓰고, 글을 고쳐나가면서 어느 정도 다듬어지면 제 3자의 눈을 꼭 빌립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원고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크게 힘들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2020. 07. 27)
『에세이를 씁니다』 는 ‘에세이는 이렇게 써야 해!’라며 논리적, 객관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기술을 주장하는 내용이 아니다. 오직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시선과 취향을 공유할 뿐이다. 다만, 시나 소설, 시나리오, 자기계발도 아니고 에세이를 권하는 이유, 글쓰기의 본질적인 두려움을 날려줄 마음챙김법, 잘 익은 수박 꼭대기에 칼을 대자마자 쩍 갈라질 때의 쾌감을 담은 글맛 살리는 법, 누구나 무엇이든지 쓰고 싶게 만드는 신묘한 힘을 담았다.
저자 우수진은 첫 에세이 『나를 없애버리고 싶을 때』를 정식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감정적인 기억의 시달림을 쓰는 행위로 극복하는 중이다.
두 번째 책 『에세이를 씁니다』를 쓰게 되신 계기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전에 출간했던 저의 첫 번째 에세이 책 때문입니다. 첫 번째 에세이집이 나온 뒤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마음속에 가득 찼습니다. 여러 편의 에세이를 특정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쏟아내면서, 에세이 자체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자라났습니다. 그래서 이것들에 대해서 마구 쓰고 싶어졌습니다. 하루에 5~6시간씩 규칙적으로 글을 써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에세이를 씁니다』가 탄생 되었습니다.
시,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쓰는 작가로서 특히나 에세이 쓰기를 어려워하는 분들께 이렇게 하면 쉽게 쓸 수 있다라는 나름의 노하우를 알려주신다면?
우선, 에세이 쓰기가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은 이런 분들일 거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에세이를 써보려고 했고,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어떤 이유인지 잘 풀리지 않았던 분들, 혹은 글쓰기를 아직 시작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내 생각을 글로 써보고 싶다’ 는 마음속에 열망이 있으신 분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쨌든 전자이든 후자이든 에세이를 쓰고 싶어 하고, 에세이에 관심과 열정이 있는 분들입니다. 에세이가 어려워서 그만두었든, 혹은 처음부터 쓰기를 망설이고 있든지 에세이에 끌리는 분들이 틀림없습니다.
에세이 쓰기가 어려운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제가 생각한 이유들은 바로 이것들입니다.
첫 번째, 일기는 일기장에나 쓰라는 비난.
두 번째, 내 판단이 틀리거나 내 생각이 잘못됐을 수도 있어서.
세 번째, 아무도 내 글에 공감하지 못할 거야.
결론적으로 저는 이렇게 생각해서 쉽게 에세이를 썼다고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첫 번째, 일기는 일기장에나 쓰라는 비난.
일기도 에세이다. 내가 쓴 글을 읽는 건 온전히 모두 당신의 선택이었다. 당신이 가진 부정적인 시선이나 삶의 태도는 자신의 것이므로, 나는 전혀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마인드였습니다.
두 번째, 내 판단이 틀리거나 내 생각이 잘못됐을 수도 있어서.
나는 논문을 쓰는 게 아니다. 나는 나의 개인적인 생각과 취향에 관해서 글을 쓴다. 옳고 그름이 있는 게 아니라 단지 다름이 있을 뿐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세 번째, 아무도 내 글에 공감하지 못할 거야.
싸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사람들은 모두 평균에서 조금씩 왔다 갔다 할 뿐이다. 내가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인 것 같지만, 결국에는 무엇을 하든 평균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므로 당장 내 주변에 내 글을 공감하는 사람이 없더라도, 시 단위로, 전국단위로, 세계단위로 본다면 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도 그렇다’라고 반드시 공감한다. 그리고 공감하지 않으면 어떠한가. 라는 생각을 가지고 글을 썼습니다.
요즘 제3자에게 보여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작가로서 원고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에 대해 힘들진 않으신가요?
혼자만을 위한 글을 썼고, 혼자만 간직하겠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글을 썼는데, 그런데도 누군가에게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기 두렵거나 혹은 그렇게 하기 싫은 마음이 마구 올라오는 분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제 경험에 비추어 말씀을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저는 초고를 쓰고, 글을 고쳐 나가면서 어느 정도 다듬어지면 제 3자의 눈을 꼭 빌립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원고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크게 힘들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원고는 내가 생각하기에, 별다른 걱정 없이 안심하고 보여줄 수 있는 몇몇의 사람에게 보여준다. 그런데 그들 중 일부는 원고 읽기에 크게 흥미가 없다. 또, 제대로 된 피드백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런 사람들에게는 원고를 보여주고 의견을 묻는 일은 그만둔다. 그러면 아주 소수의 몇 명이 남는다. 그 사람들에게 원고를 보여준다.
두 번째, 원고를 보여주고 나서 상대방의 평가를 받을 때, 그 사람의 말하는 태도나 말의 내용이 어쩐지 내 기분을 망가뜨리고, 심지어 쓰던 글을 그만두고 싶게 만든다면, 그 사람에게는 더 이상 추가 원고를 보여주지 않는다. 원고에 대해서 의논하는 상대에서 제외한다. (인간관계는 문제가 없으므로 계속 이어나간다)
세 번째, 원고를 읽고 나서 상대방의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다면, 그게 우리의 견해 차이인지 아니면 내가 상대방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게 글을 잘못 쓴 것인지를 꼭 가려낸다. 견해 차이라면 원고를 수정하지 않는다. 내가 지면에 내 생각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은 게 문제라면 원고를 수정한다.
처음으로 에세이 책 『나를 없애버리고 싶을 때』를 쓰고, 바로 다음으로 에세이 쓰기에 관한 책을 내셨어요. 저라면 ‘내가 책을 이제 막 한 권 냈을 뿐인데, 에세이 쓰기에 대한 책을 쓸 자격이 있나’ 그런 마음부터 올라올 거 같은데, 작가님은 어떠셨나요?
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원고를 쓰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제 생각대로, 쓰고 싶은 대로 썼습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이 책을 쓰기 전부터 저 스스로 마음을 잘 챙기고 시작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나는 글을 쓸 자격이 충분하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에세이를 써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저 사람은 어떻게 에세이를 쓰고 완성하나 궁금해 할 것이기 때문이고, 나처럼 작가로서 막 입문한 사람들은 나랑 비슷한 다른 작가들은 어떤 생각으로 글을 쓰나 궁금해 할 것이고, 이미 프로의 길에 든 작가는 능숙하고 노련한 글도 좋지만, 어딘가 신선하고 당돌한 작가의 생각을 보길 원할 수도 있다.” 또, 나는 나 하나만 잘 간수하자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쓰는 자체로 즐거웠기 때문에 꼭 책으로 나오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어떤 출판사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오지 않는다면, 블로그를 하나 파서 글을 연재해도 되고, 글쓰기 플랫폼에 올려서 소규모의 사람들과 공유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내가 글을 써내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쓰는 자체로 즐거워서 나는 쓴다. 출판사가 내 원고와 출간계약서를 보고 책을 출판한다면 그건 출판사의 선택이다. 마찬가지로 누구의 강요도 없다. 또, 마찬가지로 독자가 내 책을 사서 보는 것에도 누구의 강요는 없다. 게다가 책을 산다는 건 완성된 완제품을 보고 고르는 일이라, 사겠다 혹은 아니다를 결정하는 건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작가, 출판사, 독자 각자 누구의 강요도 없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가는 거니까 누구도 서로에게 빚진 게 없다.”
이런 식으로 마음을 먹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나 정도의 사람이 생각하는 에세이’에 대해서 글을 쓰는 데 어려운 점이 없었습니다.
책을 출간한 이후 인생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요?
작가가 되니 인생이 좀 달라지는 게 있는지 궁금해하셨어요. 작가라고 해서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지인은 한 명도 없습니다. 글을 쓴다고 하고 진짜 책으로 나온 걸 보니 “신기하다, 사람이 다르게 보인다.” 같은 잠깐의 인식은 있었지요. 우리 엄마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하는 일이나 잘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모성본능에서 나온 소리입니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제가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정말 뭔가 달라졌다고 생각이 드는 게요. 그건 제가 글쓰기를 시작하는데 더욱 거침이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내 머릿속의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세모나 네모 같은 생각들을 다른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글로 옮기는 데 능숙해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내 생각이 아주 깔끔하게 글로 모두 전달이 될 때는 희열을 느낍니다. 정말 인생을 살면서 어떤 기술을 하나 획득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영을 할 줄 알게 되었다, 혹은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출해 내는 기술을 습득했다. 같은 그런 기술 인 거죠.
작가로서의 인생 계획이나 출간 계획이 있으시다면?
뭔가 포부에 찬 장밋빛 계획을 말씀드리는 게 좋긴 하겠지만, 저는 아직까지 스스로 밥벌이를 하는데도 벅차 전업으로써의 작가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렴풋이 앞으로 작가로서 이것저것 ‘하고 싶다’라는 몇 가지 생각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직접 삽화를 그려 넣은 그림 에세이 책을 써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드라마 대본을 쓰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에세이를 씁니다』를 보며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실 독자들께 한 마디 하신다면요.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하는 그런 나라를 꿈꾸는 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모든 국민이 글쓰기쯤은 생활형으로 하는 그런 나라를 꿈꿔봅니다. 글쓰기가 누군가의 특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흔해 빠진 일이 되길 바랍니다. 그런데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말보다 글이 더 편한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회적인 현상만 보더라도 그렇지요. 직접 목소리를 들으면서 바로바로 대답해야 하는 전화 통화는 점점 부담스러워하고, 카카오톡, 사내 메신저, 이메일로 하는 소통에 점점 편안함을 느낍니다. 글로 내 생각을 드러내고, 글로 나를 보여주는 일도 점점 편안해질 것이며, 우리 모두의 흔해 빠진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글쓰기를 너무 어려워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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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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