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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생각이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지금 시작하는 생각 인문학』5편 창의성을 사회와 연결하기
자신의 고유성을 사회 속에서 발현시키는 방법, 그리고 혼자가 아닌 함께 우리의 것을 창조해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2020.05.25)
우리는 집단을 이루어야 한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집단을 이루어 협력해야 한다.
_알랭 드 보통
최근 사회역학을 연구하는 김승섭 교수가 쓴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사회역학은 질병의 원인을 사회 속에서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사회적 관계망이 인간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다룬 하버드대학교 리사 버크먼(Lisa Berkman) 교수의 연구를 소개하면서, “우리는 사회적으로 연결될수록 더 오래 산다.”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우리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적인 존재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사회적인 연결망을 잇고 살아가느냐가 생명과도 직결되죠. 우리의 창의성도 사회와 연결돼야 합니다. 창의성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나다움의 능력을 찾아 그것을 사회적 가치와 연결할 때 비로소 발현됩니다.
보통 창의적인 인물을 생각하면 고독한 천재를 떠올리지만, 사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사회와 연결된 삶을 산 사람들입니다. 또 통념에 맞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면 혼자 힘만으로 힘들다는 것을 잘 인식한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자기 안에 매몰되지 않고 집단지성을 활용하고 협력과 공유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나눈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고유성을 사회 속에서 발현시키는 방법, 그리고 혼자가 아닌 함께 우리의 것을 창조해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나는 함께하는가.’ 총 다섯 편에 걸친 칼럼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함께 나눌 주제입니다.
창의적인 삶의 방법으로 이야기해온 긴 여정의 끝으로,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창의성이 발현되는 과정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창의성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나다움’의 능력을 찾아 그것을 ‘사회적 가치’와 연결할 때 비로소 발현됩니다. 그렇다면 나의 능력을 사회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요? 그 방법으로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 나의 능력을 인정해 줄 곳을 직접 찾아가 생각을 외부(세상)와 연결하는 것입니다. 만약 자신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결과물을 갖고 있다면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줄 수 있는 현장(집단)을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현장에서 개인의 창의성을 먼저 찾아낼 수도 있지만, 정말 운이 정말 좋은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빛을 보지 못하고 다 묻혀버리고 말죠.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본 일일 겁니다. 새로운 사업 계획을 세우거나 새로운 연구 주제를 정할 때 자신의 생각을 먼저 외부에서 발견해 주는 경우는 드물죠. 더구나 요즘처럼 유능한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에 선 더더욱 그래요.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먼저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자신의 능력을 더 개발할 수 있는 현장을 찾아갑니다. 물론 거절당하고 실패도 하면서 결국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는 현장을 찾고, 인정과 지원을 받아냅니다.
자신을 인정해 줄 현장을 먼저 찾아 뛰어드는 시도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장소와 낯선 사람들을 찾아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창의성은 현장의 인정과 지원 없이는 사회와 연결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모든 창조적 행위는 처음에는 한 개인과 객관적인 작업(작품) 세계의 관계에서 생겨나고, 그 다음으로 그 개인과 다른 사람들의 관계에서 성숙한다.
_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두 번째 방법은 기여를 고민하는 습관, 즉 내가 어디에 도움이 될지를 수시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우선 나눌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움켜쥐지 않고 세상과 ‘공유하는 행동’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기여한다는 것’이 꼭 ‘도움을 주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프랭크 플린 교수는 실리콘 밸리 엔지니어 161명을 대상으로 평소 자신이 동료들의 요청에 얼마나 기꺼이 도움을 주려 하는지, 그리고 동료들에게 도움을 얼마나 부탁하는지를 물었습니다. 호의를 잘 베푸는 엔지니어들은 크게 두 부류, 즉 생산성이 아주 높은 집단과 아주 낮은 집단으로 나뉘어졌습니다. 두 집단의 차이점을 보면 상당히 흥미로워요. 생산성이 높은 엔지니어들은 동료들을 기꺼이 도울 뿐 아니라 자신도 도움을 요청할 줄 알았습니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반면 생산성이 낮은 엔지니어들은 남을 잘 돕긴 하지만, 정작 자신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청하지 않았습니다. 즉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타인과 자신 모두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타인과 꾸준히 ‘교류(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고유성을 사회와 연결해 창의성을 발현시키는 방법은 바로 협력과 공유의 습관을 갖는 것, 그리고 더불어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곳을 찾아가는 겁니다. 창의적인 삶을 바라는 이들이 부디 각자의 가치를 인정받는 분위기에서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재미있게 몰입하며 살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 이화선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만난 ‘창의성’의 세계에 깊이 매료되어 이 공부에 빠지게 됐다. 자신만의 생각을 세상에 내보이고,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성장 욕구’라는 강력한 동기를 발견했다. 또한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으로서 창의적 태도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도 주목했다. 이후 15년 넘게 예술, 문학, 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창조적 삶을 산 인물들의 사고 과정을 연구해왔으며, 창의성에 관한 학문적 고찰과 실제 삶에 적용하는 방법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석, 박사 졸업을 하고 창의적설계연구소(CREDITS), 한국예술종합학교, 성균관대학교 다산창의력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창의적 관점과 사고, 영재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와 100여 회가 넘는 대학 및 기업체 특강을 해오고 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로 10여 년간 창의성 교양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강의는 10년 연속 인기 강의로 인정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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