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교범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 12권 완간, 매일 정확히 A5 용지 3장 쓴다”
『스무고개탐정 12: 독버섯과 박쥐』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건은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만들었어요. 생각나는 것 중에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재가 있으면 살을 붙여 나갔죠. 사실 긴 시리즈를 쓰면서 계속 참신한 사건을 만들기도 쉽지 않잖아요? (2020. 04.27)
제1회 스토리킹 수상작으로 세상에 태어난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 앞에 당당히 함께 따라오는 수식 어구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2013년에 1권이 출간된 이후 6년 동안 35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신간이 나올 때마다 어린이 차트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어린이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아 왔다. 20가지 질문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스무고개 탐정과 그의 동료들이 펼치는 긴장감 넘치는 대결과 짜릿한 추리 속에 우정, 감동, 모험을 동시에 담아냈다.
시즌 1이 스무고개 탐정과 동료들의 만남을, 시즌 2가 탐정 사무소를 배경으로 스무고개 탐정과 동료들의 다양한 활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시즌 3은 스무고개 탐정의 운명이 결정되는 장으로 구성. 4권씩 하나의 시즌으로 묶인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는 국내 창작 단일 시리즈로 12권이라는 대장정에 도전, 국내 어린이 문학의 새 역사를 썼다.
허교범 작가는 1985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하여 중학교 1학년 때,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 는 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는 장르인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흥분과 재미를 생각하면서 쓴 첫 번째 장편동화이다. 첫 장편동화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 로 제1회 스토리킹을 수상했으며, 지은 책으로는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가 있다.
스무고개 탐정 7년 만에 12권을 완간하셨습니다. 우선 축하드리고, 1권 쓸 때부터 계획이 다 있으셨던 건지 궁금합니다. 총 4권 단위로 3개의 시즌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1-4번 5-8번 9-12번 한꺼번에 시리즈를 다 구상하시는 건가요? 에피소드들이 뚝뚝 끊기는 것이 아니고 이야기가 촘촘히 연결되는데요.
처음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 를 쓸 적에는 사실 5권 정도를 쓸 생각이었어요. 1권이 동료 중 문양이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면, 2권은 명규, 3권은 다희, 이런 식으로 쓰려고 했지요. 그런데 일단 2권부터 명규가 중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계획이 일찌감치 무너져 버렸어요.
12권을 세 개의 시즌으로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3권을 쓸 때였을 거예요. 정확하게 어떤 내용을 쓰겠다고 다 정해 놓은 것은 아니었어요. 제가 그렇게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거든요. 다만 아주 멀리서 보는 풍경처럼 개략적인 형태만 보였던 거죠. 그 형태에 살을 붙이는 것은 즉흥적으로 해 나갔어요. 이 시리즈의 많은 부분은 철저한 계획이 아니라 그렇게 순간순간 떠오르는 것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저는 그런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그렇게 만든 이야기가 촘촘한 것처럼 보인다면 운이 좋았던 거겠죠. 굳이 이유를 찾자면 저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하나의 이야기였어요. 편의상 사건에 따라 열세 권으로 나누어 놓았지만 제 머릿속에서는 한 권의 책이나 다름이 없어서 이야기가 잘 연결될 수 있었던 거죠.
어떻게 보면 이렇게 아이들이 추리를 하고 탐정사무소를 여는 게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으로도 보입니다. 어린이 추리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또 사건을 구성할 때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어린이 추리소설을 쓸 때 중요한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살인은 나오지 않는 쪽이 좋다고 생각해서 넣지 않았지만, 작가의 역량에 따라서 얼마든지 잘 소화해 낼 수도 있겠죠. 중요한 것을 정해 버리면 그걸 벗어나는 이야기가 나오기 어렵잖아요? 아직 융성하지도 못한 분야에 벌써 그런 것을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어린이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그나마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어린이를 어른에 비해 열등한 존재로 가정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이야기를 전개할 이유 자체가 사라져 버리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건은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만들었어요. 생각나는 것 중에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재가 있으면 살을 붙여 나갔죠. 사실 긴 시리즈를 쓰면서 계속 참신한 사건을 만들기도 쉽지 않잖아요? 언제나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서 투입하기 급급했던 탓에 주안점 같은 거창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다만 위에서 말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은 바꾸어 말하면 재미가 없지는 않겠다는 뜻이에요. 그렇게 따지면 주안점은 그저 재미가 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시리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번호와 장면, 캐릭터는 누구일까요? 스무고개 탐정 외에도 함께 등장하는 동료들도 무척 매력적인데요. 또는 쓰면서 가장 공들인 장면은 무엇인가요?
차별하고 싶지 않아서 다 공평하게 좋아하지만, 그중에서 괜찮게 나왔다 싶은 것은 5권, 6권, 11권이에요. 특별히 어떤 장면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좋아하는 캐릭터는 항상 문양이라고 대답하고 있어요. 우리의 내면은 다 문양이 같은 부분이 있으니까요.
쓰면서 의외로 공들인 장면은 6권의 시작 부분이에요. 6권은 엘리트 클럽 회원 일곱 명이 회의를 하는 것으로 시작해요. 그래서 새로운 등장인물이 갑자기 잔뜩 등장하죠. 어린이 독자들이 골머리를 썩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등장인물을 기억하면서 이야기를 따라오게 만들고 싶었어요. 특히 그 부분을 신경 쓰면서 썼습니다.
하루에 작업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작가로만 살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실제로도 학생 때 등단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쓰면서 아 지겹고 힘들다, 생각한 적은 없는지?
저는 매일 정확하게 A5 용지 세 장을 쓰고 있어요. 200자 원고지로 환산하면 대략 12-15장 정도 될 거예요.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매일 다르죠. 빠른 날은 30분 만에도 끝나고 잘 생각이 나지 않는 날에는 한 시간 반도 걸리고요. 평균적으로 하루 한 시간 정도 쓴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굉장히 적죠?
작가가 되는 방법은 저보다 더 훌륭한 설명을 해 주실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저는 어쩌다가 작가가 된 사람이라 준비를 충분히 했던 것도 아니고요. 저처럼 출판사에 주최하는 상을 운 좋게 받으시면 됩니다.
원하는 이야기를 쓰면서 살 수 있는 것만 해도 쉽게 이룰 수 없는 일이라 지겹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건 너무 배부른 소리잖아요. 때로 이야기가 잘 떠오르지 않으면 곤란할 때가 있지만 저는 그렇게 많이 고민하지 않고 되는 대로 쓰는 편이라 스트레스도 별로 받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하루에 일하는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즐기면서 쓰고 있습니다.
시리즈를 읽다 보면 작가님이 정말 굉장히 머리가 좋으실 거라는 상상이 됩니다. 추리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는지? 가장 좋아하는 책? 작가가 있다면요?
글쎄요. 특별하게 영감을 얻는 수단은 없어요.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영화도 소설도 연극도 뮤지컬도 만화책도 애니메이션도 다 골고루 열심히 보려고 하죠. 공부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즐거워서요. 그렇게 이야기에 파묻혀서 사는 것이 영감에 도움이 된다고 봐야겠죠?
좋아하는 책이 많아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곤란한데 추리소설로 한정하자면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언제나 엘러리 퀸이에요. 20년 넘게 엘러리 퀸이었으니 앞으로도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네요.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의 목적도 단순히 범인 맞히기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사람의 ‘나쁜 마음’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얻는 것이 아닐까 싶다.”- 7권 「악당과 탐정」 ‘작가의 말’ 중에서
「악당과 탐정」 작가의 말에서 추리를 읽는 이유로 나쁜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했는데 누군가에게 이기려고, 또는 어른의 조력자가 되기 위해. 스무고개 탐정과 동료들이 활약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스무고개 탐정이 어떤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기대하나요?
그 말을 했던 이유는 추리소설을 속임수와 해답이 전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서였어요. 그렇다면 그건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아주 많이 긴 퀴즈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추리소설이 본질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에 대해 한 번쯤은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스무고개 탐정은 모범적이고 선한 주인공이 아니에요. 처음부터 그렇게 의도했고 작중에서도 무조건 응원하기 힘든 행동을 여러 번 하죠. 하지만 그래도 제가 스무고개 탐정을 좋아하는 것은 계속 고민하기 때문이에요. 고민하면서 해답을 찾아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민이 끝나고 자신이 선해졌다고 믿는 그 순간부터가 위험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스무고개 탐정이 계속 고민하면서 갈팡질팡하기를 바랍니다.
혹시 스무고개 탐정 다른 시즌이 있을 가능성이 있나요?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를 12권에서 끝내겠다고 한 것은 저 자신과의 오래된 약속이었고 마침내 지키게 되어서 기뻐요. 그렇다고 후속작이 절대로 나올 수 없다는 것은 아니에요. 무엇이든지 그렇게 확언하는 것은 위험하잖아요?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요.
다만 관성적으로 스무고개 탐정 13권을 쓰는 일은 아마 없을 거예요. 지금까지 들려드린 이야기는 12권에서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려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이 필요해요. 소재라든가, 기법이라든가, 주제라든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동력이 생긴다면 더 쓸 수도 있습니다.
스무고개 탐정 12 독버섯과 박쥐
허교범 글/고상미 그림 | 비룡소
‘독버섯’ 사건은 친구 관계를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워하는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와 고민을 추리물 구조에 녹여 잘 담아냈다.
관련태그: 스무고개탐정, 스무고개탐정 12, 독버섯과 박쥐, 허교범 작가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허교범> 글/<고상미> 그림12,600원(10% + 5%)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는 초등학교 5학년 문양이가 스무 가지 질문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스무고개 탐정’과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하는 ‘마술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문양이는 학교에서 마술사라고 불리는 아이와 카드 내기를 하다 학원비로 받은 돈 중 3만원을 잃게 됩니다.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