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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박주원, 최고의 연주자로 투쟁해왔던 10년

10주년 기념 콘서트 개최 연구하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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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음악 시장, 그중 아직까지도 인식이 낮은 연주 음악 신에서 꿋꿋이 다섯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대중에게 집시의 기타 선율을 알려온 박주원. 그는 투철한 연주자, 연구하는 뮤지션이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기타는 구슬피 운다. 블루스의 기타가 '조용히 흐느낀다(While my guitar gently weeps)'면, 방랑하는 집시의 기타는 굽이치고 소용돌이치며 격렬히 감정을 뒤흔들어놓는다. 2009년 <집시의 시간>으로 솔로 데뷔한 지 어언 10주년, 지난 5일 홍대 빅퍼즐문화연구소에서 만난 기타리스트 박주원은 담담했다. "나의 것, 나의 음악을 성실히 해왔다."는 명료한 대답은 애써 다시 묻지 않아도 깊은 뜻을 품고 있었다.

 

박주원은 2월 29일 서울 롯데 콘서트 홀에서 '박주원 10주년 기타 콘서트 with Strings'를 통해 자신의 10주년을 기념했다. 20인조 스트링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이루어지고 최백호, 말로, 고상지 등 그의 음악에 목소리와 연주를 보태온 뮤지션들이 집시 기타리스트를 기념하러 출연한다. 척박한 음악 시장, 그중 아직까지도 인식이 낮은 연주 음악 신에서 꿋꿋이 다섯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대중에게 집시의 기타 선율을 알려온 박주원. 그는 투철한 연주자, 연구하는 뮤지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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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9일 열렸던 콘서트에 대해 소개해달라.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보통 서울에서 공연을 하면 다음 앨범 발매 전까지 후속 공연을 거른다. 2018년 11월 24일 <The Last Rumba> 앨범 발매 콘서트 후 1년 조금 더 넘게 지난 셈인데, 10주년을 기념하여 이번 공연은 특별히 하게 됐다.

 

10주년을 맞은 소회가 어떤가.


많은 분들이 내가 하고 싶은 나의 음악을 들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1집 <집시의 시간>이 오래도록 꿈꿨던 나의 음악 세계를 펼친 앨범이었다면, 이후 작품들은 팬분들의 응원과 기대, 나의 의지가 부지런히 소통하며 균형을 맞춘 결과물이다.

 

음악을 함에 있어 '나의 의지'를 언급했는데, 팬들의 기대와 그 의지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음악은 100% 내 생각대로 진행하고, 이후 이주엽 대표님이 대중적 시각에서 조언을 해주신다. 대표적인 예로 2집 <슬픔의 피에스타>의 대표곡 '슬픔의 피에스타' 같은 경우는 원래 나오지 않았을 곡이다. 녹음 당시 9곡을 완성해서 대표님께 들려드렸는데 “뭔가 심심하다”하는 반응이 돌아왔다. 전체적으로 좋은데 강력한 타격감, 결정타 격의 트랙이 필요하다는 조언이었다. 이후 고민하다 어느 날 새벽에 곡을 써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2011년 발표한 정규 2집 <슬픔의 피에스타>부터 박주원의 이름이 대중 매체 곳곳에 알려지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기 음악에 비해 최근 발표한 앨범들은 다소 어렵다는 인상도 있었는데.


'어렵다' 보단 '깊어졌다'고 말하고 싶다(웃음). 그렇지만 난해한 결과물은 결코 아니다. 대중적 코드를 맞춘 트랙, 나의 테크닉을 선보인 트랙 모두 균형을 맞춰 만든 앨범이다.

 

<슬픔의 피에스타>와 <캡틴> , <The Gypsy Cinema> 이후 <The Last Rumba>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여파도 있을까.


10년 전부터 2년에 한 번 정규작을 발표할 계획을 세웠다. <슬픔의 피에스타>, <캡틴> , <The Gypsy Cinema> 모두 그렇게 지켜왔는데, <The Last Rumba>는 이례적으로 1년을 더 쉬어 3년 만에 발표한 정규작이다. 오랜만에 내는 앨범에 박주원이라는 기타리스트가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머무르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다음 작품은 청자들에게 좀 더 친숙한 결과물을 선보이도록 하겠다.

 

국악기와 판소리, 소울 등 다양한 실험이 가미된 <The Last Rumba>에서 대중적으로 접근한 곡이 있다면?


윤시내 선배님께서 참여하신 '10월 아침', 그리고 '청춘 II'를 꼽고 싶다. 'The last rumba'도 나의 빠른 핑거링과 리듬 스타일을 잘 살리며 친근하게 다가간 곡이라 생각한다.

 

언급한 대로 타이틀곡 'The last rumba'의 곡 길이는 3분 46초로 짧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곡이 굉장히 화려하다.


곡을 만들 때 러닝타임을 신경 써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The last rumba' 녹음을 끝낸 후 곡 길이를 확인해보니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나 자신도 놀랐다.

 

월드 뮤직의 팬이라면 집시 기타리스트, 집시 기타는 어디선가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집시 음악'이라면 생소하다. 전 유럽을 방랑하며 떠돌던 집시들의 고유한 음계를 유럽의 재즈 아티스트들과 연주자들이 20세기 초 서구 재즈의 문법과 결합하여 '집시 재즈'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것은 확실하나, '집시 음악'을 특정 음악 장르로 정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박주원 역시 본인의 집시 음악을 확고히 규정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수많은 기타리스트들을 직접 언급하며, "스페인의 비센테 아미고(Vicente Amigo), 벨기에의 장고 라인하르트(Django Reinhardt) 등 전설적인 집시 기타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으며 고유의 스타일로 그들의 느낌을 담아내는 것이 바로 박주원의 '집시 음악'입니다."라 정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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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많은 음악 세계 중 집시 기타에 빠졌나.


어린 시절 클래식 기타를 먼저 접했다. 드럼을 치셨던 아버지, 음악을 좋아하셨던 어머니께서 아들이 기타를 친다고 하니 여러 유명 연주자들의 판을 구해 주셨다. 당시엔 그게 어떤 음악인지도 모르고 나르시소 예페스(Narciso Yepes), 로스 로메로스(Ros Romeros) 등 스페인 기타리스트들의 노래를 즐겨 들으며 집시 기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중에서도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뮤지션, 혹은 작품이 있다면.


부모님께서 처음 사주신 앨범은 프랑스의 뉴에이지 기타리스트 니콜라스 드 안젤리스(Nicolas De Angelis)와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리처드 클레이더만(Richard Clayderman)의 1989년 앨범 <Ballad For Adeline>이다. 오직 음반으로만 기타 소리를 접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 '기타 소리는 이렇게 나야 하는구나'라는 기준을 정해준 작품이다. 동시에 프란시스코 타레가(Francisco Tarrega) 같은 스페인 작곡가들의 음악을 많이 듣고, 또 연습했다.

 

이후 고등학교 시절 록에 빠지면서 일렉트릭 기타를 손에 잡았고 대학 진학 후 재즈 코드워크와 화성을 배워나갔는데, 헝가리의 집시 기타리스트 페렝 스넷버거(Ferenc Snetberger)의 라이브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내가 그려온 음악 세계를 실제로 펼쳐 보이고 있었다. 유년기부터 연습해온 클래식 기타를 재즈적으로 풀어내는 방법을 깨달았다.

 

집시 음악의 가장 강렬한 매력은 무엇인가.


멜로디컬 한 빠른 연주 속 의미 없이 음을 낭비하지 않는 것, 화려한 리듬 아래 구슬픈 멜로디가 매력적이다.

 

상당한 고난도의 음악이다. 곡을 음반에 담을 때도 어려움이 있을 텐데.


노래에 따라 다르다. 빠르게 녹음을 끝내는 곡도 있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곡도 있다. 테크닉을 요하는 'The last rumba' 같은 곡은 오래 걸린다. 보통 재즈 뮤지션들은 앨범 녹음하기 전 클럽에서 몇 번 라이브 무대를 통해 곡을 손에 익게 하는데, 나는 성격이 급해서 (웃음) 빨리 만들어두고자 한다.

 

박주원이 꼽는 핑거링의 매력은 무엇인가.


신체와 줄이 맞닿는 연주법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피크로 연주하는 것과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것의 울림은 전혀 다르다.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 그 차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기본기와 숙련도가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하는 주법이다.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아티스트는?


앞서 언급한 대로 페렝 스넷버거는 내게 충격을 안겨줬다. 비센테 아미고에게선 플레이적인 면모와 플라멩코 음악을 대중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점을 많이 배웠다.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들의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다.

 

박주원의 음악 인생은 <집시의 시간>과 <슬픔의 피에스타>의 성공 이후로도 쉽지 않았다. 연이어 발표한 <캡틴> 과 <The Gypsy Cinema> 이후에도 여전히 그를 '슬픔의 피에스타'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에 박주원은 "1, 2집 이후 나를 잊으신 분들이 많다. 2011년 <슬픔의 피에스타>까지는 그래도 CD를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2013년 <캡틴>  이후 시장이 아예 무너져버리면서 대중의 관심도 한 풀 꺾였다. 운이 좋아 공연도 많이 하고, 방송도 출연했음에도 “1, 2집 많이 들었어요!”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이 날 박주원은 계속하여 '배운다'를 강조했다. 셀 수 없이 많은 뮤지션들의 이름이 등장했고, 유년기 자신의 삶을 결정지은 앨범을 이야기할 때는 한 명의 뮤지션으로서 동료에게 헌사를 바치는 듯했다. 최백호, 윤시내, 정엽, 말로, 개그우먼 신보라 등 다양한 가수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새로운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그는 데뷔 10년 차 베테랑 기타리스트임에도 열정적이었고 철두철미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영원한 불황'인 한국 음악 시장에서 박주원이 어떻게 고고한 예술가, 최고의 연주자로 지난 10년을 투쟁해왔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은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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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에서 특별히 힘을 싣고 싶은 앨범, 레퍼토리가 있다면.


앨범 한 장당 팬분들이 많이 찾으시는, 대중이 선호하는 3~4곡을 선정하여 공연을 채울 계획이다. 많은 분들이 찾는 1집 <집시의 시간>과 2집 <슬픔의 피에스타>에서 많은 곡을 가져왔다. 2012년 영화 <러브 픽션>의 OST로 사랑받은 '러브픽션'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볼레로', '슬픔의 피에스타' 등 대표곡들을 20인조 스트링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계획이다.

 

라이브 무대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곡은 무엇인가.


축구선수 박지성에게 헌사한 'Captain no.7'이다. 축구 경기하듯 빠른 핑거링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곡이다. 원래 관객은 연주자의 고통을 즐기지 않나 (웃음). 농담이다.

 

지금까지 작업 및 공연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매번 앨범이 처음 발매됐을 때가 좋았다. 솔로 데뷔 앨범은 첫 앨범이라 좋고, 두 번째 앨범은 '내가 또 해냈구나' 싶어 좋고...(웃음). 힘든 마스터 과정을 거치는 보람이 있다.

 

마지막 질문이다. 박주원을 음악으로 이끈 앨범을 소개해달라.


에릭 클랩튼의 <Unplugged>. 에릭 클랩튼이 치는 클래식 기타는 클래식 기타 주자가 연주하는 기타 소리와 전혀 달랐고, 그 점이 나에겐 정말 새로웠다. '클래식 기타를 이렇게 칠 수도 있네'하며 내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많이 깨준 앨범이다. 즉흥 연주의 개념을 처음 알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비센테 아미고의 파세오 데 그라시아 <Paseo De Gracia> 앨범은 플라멩코를 대중적으로 풀어낸 앨범이라 많이 들었다. 팻 메스니(Pat Methney)의 음악도 많이 들었다. 국내 가요로는 초등학교 시절 방과 후 집에서 들었던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이정석의 '사랑하기에'가 기억난다. 타 연주자들에 비해 멜로디 부분에서 강점을 만들어준 노래들이다.

 

 

 


 

 

박주원 3집 - 캡틴 박주원 연주 | Universal / JNH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캡틴 NO. 7'은 축구선수 박지성을 위한 곡이라 의미가 각별하다.박지성의 도전과 열정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낸 이 곡은, 마치 그라운드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한 강렬한 멜로디를 들려주며 "역시 박주원"이라는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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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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