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진 “고양이,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친구”
『아무래도, 고양이』 백수진 저자 인터뷰
누구든 반려동물을 들이기 전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임신을 준비하는 예비 엄마처럼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세요. 그 자체로 공부가 되거든요. (2020.03.30)
『아무래도, 고양이』 는 백수진 저자가 <중앙일보>에 ‘어쩌다 집사’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던 글을 모은 책으로, 불현듯 나타난 길냥이 나무와 한 지붕 아래 가족이 되는 과정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처음으로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며 겪은 삶의 다양한 면면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혼자만 먹고, 입고, 지키면 되던 삶에서 책임져야 할 대상이 생긴다는 게 얼마나 어깨를 짓누르는 일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집사의 삶을 포기할 수 없는지 자신의 이야기에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적어 내려간다.웃는 일만 가득할 줄 알았더니 식탐 넘치는 나무가 조금만 밥을 안 먹어도 눈물이 나고, 혹여 출장 때문에 집을 비워야 할 때는 캣시터를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예민함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줄 알았더니 화장실 모래에 통 적응을 못해 한 달이나 애가 탔던 경험을 ‘웃프게’ 털어놓는다. 고앙이 집사가 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저자의 이야기들은 집사라는 새로운 경험이 그를 다시 숨 쉬게 하고 살아가게 만들었다는 걸, ‘아무래도 고양이’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생하게 확인시켜줄 것이다.
『아무래도, 고양이』 주인공인 작가님과 고양이 나무에 대한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고양이 한 마리를 거둬 키우다 책을 내는 행운까지 얻게 된 백수진입니다. 저는 JTBC와 중앙일보를 오가면서 5년간 취재 기자로 일했어요. 남의 이야기를 듣고 쓰는 일에 지쳐갈 때, 제게 다가와 ‘내 이야기’를 만들어준 고양이 나무와 4년째 함께 먹고 자고 있습니다.
나무는 흔히 ‘치즈’라고 부르는 노란 줄무늬 고양이고, 길냥이 출신이라 생일은 모르지만 아마 올해 다섯 살이 되었을 거예요. 좋아하는 건 자동배식기에서 밥 나오는 소리, 창밖에 가끔 찾아오는 까치 친구, 이불 속에 파묻혀 낮잠 자기. 초인종과 청소기 소리는 싫어해요. 오전 6시만 되면 칼같이 누나를 깨우고, 벌레를 잘 찾아요(잡진 못해요).
고양이 하면 생각나는 몇몇 이름이 있습니다. 나비, 보리, 치즈 등 고양이의 생김새가 떠오르는 이름들이 대부분인 듯해요. 그런데 ‘나무’라는 이름은 이런 점에서 좀 특이합니다. 그 계기가 있을까요?
‘나무’는 저를 만나기 전부터 나무가 가지고 있던 이름입니다. 길냥이 시절, 동네 어린이들 눈에 자주 띄다 보니 이름까지 생긴 거죠. 공원의 나무를 캣타워처럼 오르내려서 붙여졌다고 해요. 나무가 살던 공원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하교 시간만 되면 고양이랑 놀고 싶은 아이들이 “나무야, 나무야!” 하며 몰려나왔어요. 그래서 이 친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떤 고양이’가 아닌 ‘나무’였고, 정든 이름을 바꾸고 싶지 않아서 계속 그렇게 부르고 있어요.
표지에서 ‘1000일의 교감일지’라는 말이 눈에 띕니다. 정확히 나무와 얼마의 시간을 함께 보내신 건가요? 그 시간 동안 어떤 교감을 주고받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2016년 10월 21일에 데려왔으니 이제 1200일이 넘었네요. 공원에서 처음 눈을 마주친 시점으로 치면 1400일 가까이 되고요. 오다가다 챙겨주던 여러 캣맘 중 한 명에서 형식적인 보호자로,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누나로 차근차근 존재감을 키워왔어요.
아직도 나무를 다 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익숙하다’는 단어를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정도까진 온 것 같아요. 나무가 저의 영역과 시간에 불쑥불쑥 끼어드는 일이 익숙해졌고, 나무는 제 생활 패턴을 꿰고 있을 정도로 저와의 공존에 도가 텄어요. 요즘은 내가 이 아이를 ‘돌본다’기보단 그냥 같이 사는 것 같아요.
노트북을 열고 일하는 동안 말없이 테이블 위에 앉아 고롱고롱(고양이가 기분 좋을 땐 몸속에서 엔진 소리가 나거든요)거릴 때.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굳이 거실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제가 TV를 끄고 나서야 침실로 따라 들어올 때. 강아지처럼 주인이 너무 좋다고 달려드는 법은 없지만, 이런 순간마다 새삼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껴요.
프롤로그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나의 반려동물이 생길 리 없었다. 나는 일단 하루하루 너무 바쁘고, 집도 좁고, 선물 받은 선인장도 한 달 만에 말려 죽이는 사람이니까.” 나무를 반려동물로 들이기까지 정말 많이 고민하셨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 확신을 갖기까지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할 수 있는 가정은 다 해본 것 같아요. 내가 하루 중 나무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은? 고양이의 수명은? 가장 아플 때 병원비는 어느 정도지? 나무가 길냥이로 남을 때 얻는 것은? 나와 함께 살 때 잃는 것은? 그리고 나무를 들이고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은? ‘나’와 ‘나무’, 두 생명의 입장을 골고루 따져봐야 했죠.
수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언제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이거였어요. ‘나무가 밖에서 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해도 괜찮은가?’ 절대 그렇게 둘 순 없었어요. 어쩌면 고민을 시작한 순간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아요. 나 자신에 당당하기 위한 자기 검열의 시간이 필요했던 거고요.
누구든 반려동물을 들이기 전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임신을 준비하는 예비 엄마처럼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세요. 그 자체로 공부가 되거든요.
책으로 나오기 전, <중앙일보>에서 ‘어쩌다 집사’라는 제목으로 나무와의 첫 만남, 가족이 된 후의 이야기 등을 연재하셨다고요. 어떤 계기로 연재를 시작하셨나요?
제가 좀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변에 잘하는 편이에요. 한창 공원에서 나무를 예뻐할 즈음엔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나무 사진을 보여주며 내 자식처럼 자랑했어요. 그러다 정말 ‘내 자식’으로 삼게 된 스토리를 다 알았던 중앙일보 선배가 강력하게 온라인 연재를 권했어요. “이거 얘기 된다. ‘내가 무언가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 이런 표현도 좋은데?”라면서 아주 구체적으로요.
그때가 한창 회사에서 온라인 콘텐츠를 확장하려던 시기여서 여러 가지가 맞물렸던 것 같아요. ‘애묘인을 겨냥한 정보성 에세이’를 표방하며 주간 고정 연재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책에 포함된 초반 연재분은 보통의 에세이보단 약간 신문 기사 같은 느낌도 있을 거예요.
이제 나무는 작가님께 단순한 반려묘, 동거묘 그 이상의 가족과도 같은 존재죠. 그런데 생각보다 고양이 집사가 되는 일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듯합니다. 비혼, 고양이의 효용 가치, 더 정들기 전에 내다 버리라는 이야기까지?.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젊은 여자가’ 그리고 ‘하필 고양이를’의 콜라보라고 볼 수 있죠. “결혼과 출산에 힘써야 할 시기에 음산하고 은혜도 모른다는 고양이를 왜 갖다 기르느냐.” 다들 결혼 걱정만 하지, 집에 둔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서 일을 못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그게 더 위험한 건데 말이에요.
주위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받으면 저도 모르게 방어할 때도 있었어요. ‘고양이는 나쁘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장점을 늘어놓는 식으로요. 이젠 그러지 않으려고 해요. 공격이 성립하지 않으니 방어를 할 필요도 없어요. 가족은 어떤 효용이 있어서 곁에 두는 게 아니잖아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집사’, ‘참치 캔 따개’ 부르며 스스로를 낮추지만, 사실은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겠지요. 작가님처럼 고양이 집사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제가 뭐라고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겠어요. 지금 여러분의 옆에서 식빵을 굽고 있는 고양이의 아랫배 밑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할 텐데요. 제 책이 그 온기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읽는 분들의 마음을 데워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백수진
말과 글로 먹고사는 노동자. 5년간 방송국과 신문사를 오갔다. 4년 전, 친해지고 싶은 고양이가 생겨 은밀하고 집요하게 다가갔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보호자가 됐다. 그 이야기를 글로 적어 <중앙일보>에 ‘어쩌다 집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다. 현재 그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들, 그 고양이가 망가뜨린 것들과 함께 살고 있다. 썩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아무래도, 고양이
백수진, 나무 저 | 북라이프
웃는 일만 가득할 줄 알았더니 식탐 넘치는 나무가 조금만 밥을 안 먹어도 눈물이 나고, 혹여 출장 때문에 집을 비워야 할 때는 캣시터를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예민함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줄 알았더니 화장실 모래에 통 적응을 못해 한 달이나 애가 탔던 경험을 웃프게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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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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