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이의 선택 - 뮤지컬 <최후진술>
그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을까.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죽기 직전 최후 재판대에 올라 ‘최후진술’한다.
교황청의 종교 재판에서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지지한 자신의 저서를 반박하는 속편을 쓰겠다고 약속하며 사형을 면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대화’의 속편을 집필하던 중 쓰러진 갈릴레이는 망각의 강으로 향한다. 망각의 강을 건너면 갈릴레이는 진짜 죽음의 세계로 가게 된다. 그 세계로 떠나기 전 항구에서 열리는 마지막 재판을 받기 위해 다양한 인물이 그를 안내한다.
갈릴레이의 종교재판으로 시작해 사후세계의 재판으로 가는 여정에서 그가 만난 코페르니쿠스와 윌리엄 셰익스피어, 프톨레마이오스 등은 예술과 신념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판타지적인 설정으로 경쾌하게 풀어냈다.
사후세계에서 만난 예술가와 과학자
죽기 직전에야 지구를 포함한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돈다는 논문을 세상에 알리고 떠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갈릴레이의 인생을 바꿨다. 그의 저서를 읽고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착하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옳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당시 교회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지지하고 있었으며, 지동설을 이단의 학설로 여겼다.
갈릴레이가 사후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그토록 만나길 원했던 코페르니쿠스다. 그는 지동설을 부정한 것을 사과하지만, 코페르니쿠스는 ‘누구한텐 양심보다 목숨이 더 중요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서로의 행적을 두고 ‘비겁하다’고 노래하는 두 학자의 자존심 싸움이 갈릴레이 사후세계의 첫 번째 관문이다.
이후 갈릴레이는 자신을 항구까지 안내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만나 예술과 신념에 대한 생각을 펼친다. 두 사람은 과학과 예술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파고들었고 생전에 만나지는 못했지만, 서로를 팬으로 존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고, 갈릴레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대화’를 집필했다고 고백한다.
셰익스피어의 안내를 받아 항구로 가는 길에 갈릴레이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하룻밤 머무는 호텔에서 신을 만나 소원을 빌 기회를 얻기도 한다.
역사 속 인물을 다양하게 해석하다
뮤지컬 <최후진술> 은 창작 뮤지컬로 2017년 초연 이후 꾸준히 재공연했다.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장을 나서며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가 정말 이 말을 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후대의 창작이라는 설이 있다.
역사 속 인물들은 그들이 남긴 작품과 말들로 인해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재해석된다. 뮤지컬 <최후진술> 역시 이 인물들을 현재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했으며, 이들의 이야기가 억지스럽거나 무겁게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연출했다.
갈릴레이는 끝까지 진실과 거짓 증언 사이에서 갈등한다. 다양한 넘버로 자신의 심정을 고백하지만, 최후진술에서 그가 어떤 고백을 할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위대한 학자였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했던 갈릴레이라는 인물의 갈등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뮤지컬 <최후진술> 은 5월 3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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