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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나를 파괴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 권리가 있다

고다르가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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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는 이렇게 끝을 맺지만, 고다르의 영화는 계속되고 있다. 기존 영화들과는 가장 멀리 떨어진 방식으로.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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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의 한 장면

 

 

많은 영화 팬은 장 뤽 고다르를 ‘영화의 신’으로 칭송한다. 혹자는 이름에 ‘신 Jean Luc Godard’의 단어가 포함된 걸 하늘에서 내린 계시처럼 언급하지만, 무슨 이런 농담을! 영화사에 포함된 내용만으로도 충분해서, 고다르는 <네 멋대로 해라>(1959), <사랑과 경멸>(1963), <미치광이 삐에로>(1965) 등의 작품에서 영화 문법을 급진적인 방식으로 이끌어 프랑스 누벨바그의 최전선에 섰고 그럼으로써 많은 걸작을 발표했다.

 

한편으로 고다르는 자신의 영화적 철학과 동떨어진 작품과 영화인과 주변 사람들에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누벨바그를 이끌 당시만 해도 영화적 동지로 연대와 우정을 나눴던 프랑수아 트뤼포와 이후 만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틀어진 건 잘 알려졌다. 가령, 고다르가 트뤼포에 관해 ‘텔레라마’지(誌)의 1978년 7월호에서 했던 인터뷰. ‘전혀 영화를 만들 줄 모른다. 진정으로 그다운 영화를 만든 것은 <400번의 구타> 한 편뿐이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해당 발언은 을유문화사의 <트뤼포> 712p에서 발췌)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는 영화적으로 타협을 몰랐고 그래서 그 자신과 주변에 가혹했던 고다르에 관해 다룬다. 고다르의 <중국 여인>(1967), <만사형통>(1972) 등에 출연하고 연인이자 부인이기도 했던 안느 비아젬스키의 회고록 <1년 후>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의 원제는 ‘Le Redoutable’다. 경외할 만한, 두려워할 만한, 의 두 가지의 의미가 있는 이 제목은 고다르 ‘영화’에 관한 작품이면서 고다르 ‘개인’에 대한 것이고, 고다르 ‘감독’을 다루면서 고다르라는 ‘캐릭터’로 접근하는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의도를 반영한다.

 

고다르(루이 가렐)는 <중국 여인>을 연출하면서 안느(스테이시 마틴)와 사랑에 빠진다. <중국 여인>의 공개 후에는 68혁명을 경험하면서 기존에 자신이 만들었던 작품과는 다른 성격의 영화에 관심을 둔다. 사랑과 이별의 소재 대신 정치 영화를 만들되 정치에 관한 작품이 아니라 영화가 바로 정치가 될 수 있는 데까지 나아간 것. 68혁명이 이끌 변화보다 혁명 자체에 관심이 있었던 고다르는 그로 인해 시위에 참여한 이들과 갈등을 겪었고 기존 고다르 영화를 바라는 팬들과 불화했고 그렇게 자신을 파괴해가는 고다르에 지친 안느와는 파경에 이르렀다.

 

요약한 내용은 미셀 하자나비시우스가 이 영화에 임한 연출의 중요한 두 가지 포인트를 반영한다. 고다르 영화의 재현이 아니라 고다르 영화 자체여야 했고, 고다르 개인이 파괴를 거듭하는 과정에 기존의 껍데기를 깨고 새로 거듭나는 면모가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에 중요하게 담겨야 했다. 그래서 고다르의 장편 데뷔작이자 첫 번째 걸작 <네 멋대로 해라>의 극 중 연인 장 폴 벨몽도와 진 세이버그 구도가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에서는 고다르와 안느 커플로 전면에 나서야 했고 이들의 불화, 즉 파괴는 곧 고다르의 새로운 영화 만들기로 전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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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포스터

 

 

고다르의 상징은 뿔테 안경과 카메라다. 68혁명의 현장에서 시위대와 섞여 혼란한 와중에 깨지고 부러지고 박살 나는 안경은 영화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거듭해서 변화함을 나타낸다. 그 변화는 현실에서도 손에서 놓지 않는 카메라로 이뤄지는 것일 터. 프랑스 영화평론가 알렉산드르 아스트뤽은 표현수단으로서 영화를 ‘카메라 만년필 설 La Camera-Stylo’로 설명하기도 했는데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에서 카메라는 총(shot)이다. 주변에서 그에게 기대하는 영화를 묵살하고 고다르 자신은 기존에 만들었던 영화와 시스템과 작별을 고하는 의미다.

 

미셀 하자나비우스는 영화의 원제에 관해 이런 얘기를 했다. “칭찬의 의미가 될 수도, 비난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경외감과 두려움 가운데 삶은 계속된다는 의미로 제목을 확정했다. 그와 관련한 장면으로 영화를 끝내고 싶었다.”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의 엔딩은 서부극의 문법을 해체한 실험 영화 <동풍>(1969)의 현장이다. 예산을 초과하는 장면을 두고 고다르는 스태프와 갈등을 빚는다. 이의 결정을 두고 고다르는 감독 개인의 비전을 밀어붙이지 않고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 고다르에게 영화가 정치라는 것은 이런 의미였다.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는 이렇게 끝을 맺지만, 고다르의 영화는 계속되고 있다. 기존 영화들과는 가장 멀리 떨어진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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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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