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뭐 읽지?] 정규직, 바닷소리, 다시 쓰는 세계
『설마 정규직을 원하신 건 아니죠?』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 『다시, 쓰는, 세계』
예스24 뉴미디어팀에서 <채널예스>를 만드는 김예스, 단호박, 프랑소와 엄이 매주 금요일, 주말에 읽으면 좋을 책 3권을 추천합니다. (2020.03.06)
예스24 뉴미디어팀에서 <채널예스>를 만드는 김예스, 단호박, 프랑소와 엄이 매주 금요일, 주말에 읽으면 좋을 책 3권을 추천합니다.
마틸드 라마디에 저/이나무 역 | 이숲
구직 활동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다들 하나씩 풀어놓을 만한 면접 무용담이 있다. 변변한 책상이나 가구가 없어 보이는데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한다든지, 업무랑 관계없는 부분을 캐묻는다든지, 압박 면접으로 기분 나쁘게 하면서 붙여주지도 않았다든지… 특히나 중년 관리자들이 시대를 읽지 못하고 젊은 구직자에게 함부로 당했다는 ‘썰’이 많은데, 젊고 혁신적인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스타트업 기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잡지사, 마케터, 섬유 디자인, 큐레이팅, 콘텐츠 전략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기업의 면접 모습을 그린 이 만화는 ‘열정’을 내세워 지원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프랑스나 한국이나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울면서 웃는 재미 외에도, ‘이런 기업은 안 된다!’하는 정보까지 갖춘 만화. (단호박)
니시카와 미와 저/이지수 역 | 마음산책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시대지만, 누군가는 묵묵히 조수의 역할을 해야 한다. 훌륭한 조수의 모습을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에세이집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 에서 발견했다. 영화 현장에서 감독은 모든 책임을 짊어진 사람이다. 빠른 판단을 내리고 이것이 맞는지 숙고할 새 없이 엑셀을 밟아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 감독에게 갓 3년 차 어린 후배는 ‘브레이크’가 되어 준다. 촬영장에서 아무 역할이 없기에 “다시 찍어야 하지 않을까요”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 그 지적이 감독에게 상처가 될 수 있지만, 단호하게 밀고 나가야 하는 사람. 자신의 의견을 용기 있게 개진하는 후배나 비판을 수용하는 감독이나 모두 대단하다. 비단 영화만의 일일까. 모두가 바쁘게 달려 나갈 때, 홀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존재는 더없이 귀중하다. (김예스)
『다시, 쓰는, 세계』
손희정 저 | 오월의봄
‘들도끼들’은 누구신가요? 제가 딱 좋아하는 꼴의 책을 디자인하셨군요! ‘페미니스트 크리틱’ 손희정의 신간을 기다렸다. 『페미니즘 리부트』 , 『성평등』 의 저자이기 때문. 이 책의 부제는 ‘페미니즘이 만든 순간들’이다. 딱 10글자, 이 글자를 읽는데 왜 내 마음이 요동치지? 목차들을 훑는다. ‘여혐’ 권하는 예능, ‘개독’은 혐오 표현일까?, 페미니즘은 ‘파워’가 된다 등. 코로나19로 집콕인 요즘, 이 책을 펼치고 보니 주말에 할 일이 생겨 마음이 한결 놓인다. 가독성을 높인 편집도 독자를 위한 배려로 읽힌다. (프랑소와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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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본 IMF 이후의 한국 사회, ‘감정의 인클로저’가 몰고 온 파고를 들여다보다 자본주의 초창기, 울타리를 침으로써 공유지를 사유화했던 인클로저 운동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이들에 대한 착취를 손쉽게 했다. 수세기가 지난 지금, 사라진 공유지 대신 감정이 그렇게 분절되어 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