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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재밌는 뮤지컬 <레베카>

팽팽한 긴장감, 귀에 쏙 감기는 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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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의 인기 비결을 객석에서 보고, 듣고, 관객들이 나눴을 법한 이야기를 더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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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의 서울 공연이 한창이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유명한 <레베카> 는 미스터리한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은 막심과 레베카만을 동경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 그들에게 새로운 안주인으로 나타난 나(I)가 빚어내는 갈등과 거듭되는 반전으로 대극장 뮤지컬에서는 흔치 않게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3년 첫선을 보인 이후 5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데, 유독 한국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뮤지컬이기도 하다. 3월 서울 공연이 끝나면 울산, 대전, 천안, 전주 등에서도 무대를 이어가는 만큼 뮤지컬 <레베카> 의 인기 비결을 객석에서 보고, 듣고, 관객들이 나눴을 법한 이야기를 더해 살펴본다. (기사에는 뮤지컬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1층 14열 33번 : 레베카, 나의 레베카! 어서 돌아와, 여기 맨덜리로.

 

1층 14열 34번 : 며칠째 계속 흥얼거리는구만.

 

1층 14열 33번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가 몇 곡 있지만, 가장 중독성 강한 노래는 ‘레베카’인 것 같아. 직업상 봐야할 공연이 많으니 한 시즌에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거나 따로 뮤지컬 넘버를 찾아 듣는 것도 아니라서 공연 한 번 보고 음악을 기억하는 일은 별로 없는데, ‘레베카’는 예전부터 알고 있는 넘버처럼 각인되더라고. 공연 중에도 조금씩 다른 버전으로 자주 나와서 그런가. 솔직히 언젠가부터는 <레베카> 를 관람할 때 그 넘버가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어(웃음).

 

1층 14열 34번 : 집착이 좀 심한 거 아니야? 마치 댄버스 부인 같군(웃음). <레베카> 가 <엘리자벳>, <모차르트!> 등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작품이잖아. ‘오스트리아 뮤지컬’이라고 해야 하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음악적인 면에서 영미권이나 프랑스 뮤지컬과는 다른 매력이 있기는 하지.

 

1층 14열 33번 : 물론이지. 뮤지컬 <엘리자벳>이 한국에서 초연됐을 때도 솔직히 큰 재미는 없었어. 작품의 배경인 유럽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만 엘리자벳의 상황과 심리를 디테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니까. 그런데도 몇 년 전 빈에 갔을 때 레이문드 극장까지 찾아가 <엘리자벳>을 봤다고. 원어인 독일어로 부르는 넘버를 들어보고 싶었거든.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프랑스 뮤지컬은 해외팀의 내한공연도 성사돼서 국내에서 원어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반면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작품은 라이선스 뮤지컬로만 만날 수 있잖아.

 

1층 14열 34번 : 여기 실베스터 르베이 덕후가 한 명 더 있었군. <레베카> 도 2006년 빈의 레이문드 극장에서 초연됐어. 영국 출신 대프니 듀 모리에가 1938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데,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이 1940년에 제작한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해. 뮤지컬은 막심과 나(I)의 로맨스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 그리고 한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강력한 킬링 넘버 덕에 더 사랑받는 것 같아.

 

1층 14열 33번 : 오스트리아 초연 이후 독일, 스웨덴, 러시아, 스위스, 일본 등 전 세계 12개국에서 10개 언어로 번역돼 공연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것 같아. 지난 2013년에 첫선을 보였는데, 당시 제7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연출상, 무대상, 조명상, 음향상 등을 휩쓸었잖아. 사실 라이선스 뮤지컬이 초연부터 호응을 얻기는 쉽지 않은데, 동선 하나 바꿀 수 없는 여느 라이선스 작품과 달리 <레베카> 는 ‘한국 로컬라이징 프로덕션’을 통해 작품 전체를 우리 정서에 맞게 다듬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

 

1층 14열 34번 : 그렇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인기 많은 작품이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에서는 공연되지 않았다는 게 아이러니하기는 해.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작품은 국내에서 EMK뮤지컬컴퍼니가 줄곧 제작해오고 있는데, 어쩌면 한국 관객들이 좋아할 요소를 잘 찾아내서 관객들의 눈높이와 입맛에 맞게 윤색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화려한 캐스팅도 큰 몫을 했을 테고.

 

1층 14열 33번 : 무대도 근사하잖아. 이제는 공연의 스토리나 음악이 좋아도 무대 세트나 조명이 부실하면 많이 아쉽더라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미니멀한 무대에는 가슴이 뛰지만, 장치만 많고 새로움이 전혀 없는 무대는 올드하게 느껴진다고 할까. 그런 차원에서 <레베카> 의 무대도 멋지지. 일단 영상을 정말 잘 쓰지 않았어? 맨덜리의 해안가가 작품에서 중요한 장소인데, 무대 양쪽 구조물 사이로 드러나는 파도치는 바다 영상이 아주 실감나더라고. 보통은 무대 세트와 영상이 어쩔 수 없이 분리되는 느낌인데, 마치 한 장면처럼 잘 구현했어.

 

1층 14열 34번 : 2막에서 댄버스 부인과 나(I)가 레베카의 방에서 대치하는 장면도 긴장감 넘치지. 댄버스 부인과 나(I)가 서 있는 발코니가 방 안쪽에서 묘사되다 무대가 회전하면서 순식간에 방 바깥쪽, 그러니까 사나운 바다 위 발코니로 바뀌잖아. 음산한 조명과 파도소리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히치콕 영화를 보는 것 같더라고. 

 

1층 14열 33번 : 킬링 넘버 ‘레베카act2’까지 흘러나오고(웃음). 작품을 찬찬히 뜯어보면 캐스트 자체도 섬뜩하다는 생각이 들어. 제목은 ‘레베카’인데 타이틀 롤이 없잖아. 관객들은 ‘레베카’를 보러 갔는데 레베카는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고. 무대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의 자리를 나(I)에게 내줄 수 없어 배척하고, 막심은 레베카 때문에 고통 받고, 나(I)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레베카와 비교하고.

 

1층 14열 34번 : 심지어 이야기를 끌어가는 나(I)는 이름도 없지. 나 입장에서는 결국 해피엔딩이잖아. 스스로 성장하고, 막심과의 사랑도 지키고, 맨덜리 저택의 진정한 안주인이 되고. 하지만 공연장을 나서면서도 우리는 ‘레베카’만 기억한다는 게 이 작품의 재밌는 포인트인 것 같아. 그녀가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을 것 같다고.

 

1층 14열 33번 : ‘나의 그녀’라 믿었던 레베카의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 소외돼 무너져버린 댄버스 부인처럼 관객들에게도 레베카가 결국 마지막 반전인 셈이지.

 

1층 14열 34번 : 그런데 댄버스 부인이 이해되기는 해?

 

1층 14열 33번 : 쉽게 생각하면 ‘특정 댄버스’만 관람하는 마음과 비슷하지 않겠어? 그 누가 캐스팅되든 그녀 외에 다른 배우는 댄버스 부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1층 14열 34번 : 확실히 집착하는 면이 있다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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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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