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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윤이 칼럼] 원작과 영화와 영화 포스터

프랑수아즈 사강 『슬픔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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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원하는 콘셉트는 사강의 얼굴이 표지에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흑백사진 속의 사강 이미지를 살리는 데는 밝고 경쾌한 느낌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2020. 02. 07)

북디자인을 할 때 책을 다 읽어보는지,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는지 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정독할 시간이 없다, 요약된 줄거리를 듣거나 목차 및 1챕터 정도를 보고 대략적인 것을 파악한다고 대답한다. 어떤 책은 그마저도 할 여력이 안될 때가 있고, 때로는 조금 살펴본다는 것이 재밌어서 끝까지 읽으며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그 중 이미 영화화되어 있다면 영화를 찾아보기도 하는데 영화에 푹 빠져 원작을 얼마나 잘 살렸나 궁금해 원작을 비교해가며 읽었던 적도 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열린책들, 2009)는 영화를 여러번 보았고,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글과 영상을 비교하며 그린 후에 표지에 넣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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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출판사에서 원하는 콘셉트는 사강의 얼굴이 표지에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흑백사진 속의 사강 이미지를 살리는 데는 밝고 경쾌한 느낌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느낌의 표지가 떠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을 살려야한다는 생각이 강해 사진을 중심으로 주변이 장식적인 느낌으로 흘러가는 방향만 가지고 있었다. 사강의 사진을 찾아보며 작가의 연보와 과거의 여러 사건들에 대해 마치 공부하듯 파고들어 바로 영화와 배우, 감독까지 찾아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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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해외 표지 사례를 참고했고, 영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이 주는 색감을 어느 정도 좁혀갔다. 전반적으로 밝음과 어두움의 대비로 표현이 되었는데 어두움을 블랙으로 나타낸다면 화사한 꽃, 주인공의 얼굴과 머리 스타일, 수영복, 해변 등의 이미지를 통해 밝음을 나타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큰 감동을 받았고, 영화의 한 장면마다 연극처럼 완벽한 구도와 색감으로 눈을 잠시도 뗄 수 없었다. 오프닝 시퀀스 음악과 함께 심플하면서 실크스크린 같은 이미지가 매우 감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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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배우 진 시버그의 이미지는 마치 사강의 모습과도 같았다. 해외 표지들이 왜 주인공의 이미지를 표지에 자주 사용했는지 알 것 같았다. 완벽하게 상징적인 이미지였다. 하지만 얼굴 표현은 언제나 어렵다. 마침 화사한 금발에 숏컷, 빨간 수영복을 입었으니 해변의 색과 어우러지는 감각적인 컬러 조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눈, 코, 입까지는 그릴 수 없다. 만화 주인공으로 변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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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강의 얼굴을 살리면서 대비되는 컬러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검정 바탕에 밝음, 젊음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을 넣어본다. 꽃 이미지를 그리거나 그래픽으로 만드는 것은 원래 좋아하지만, 여기에 어울리는 꽃은 쉽게 떠오르지가 않았다. 백합이나 장미, 카네이션과 같은 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기울어지는 꽃은 죽음이고 활짝 핀 꽃들은 삶을 상징한다. Bonjour Tristesse에서 ‘Bonjour’의 의미가 헤어짐과 반김의 의미를 가지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픽 작업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언제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어렵다. 부드럽지는 않지만 세련됨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이미 사진이 흑백이었기 때문에 대비되는 채도가 높은 컬러들로 강하게 잡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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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처음부터 강하게 꽂혔던 영화 포스터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포스터를 어떻게든 사용하고 싶었다. 오래된 느낌을 버리고 컬러에 변화를 주어 현대적인 느낌으로 숨쉬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눈에서 금새 떨어질 것 같은 눈물, 하트로 그려져 있는 눈동자, 조금은 불균형적인 코 등 디테일이 완벽했다. 그래서 이 포스터 작업을 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며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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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포스터 작업의 표지와 함께 속표지에 사강의 얼굴을 넣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영화가 주는 감동이 고스란히 표지로 연결된 셈이다. 오래된 가구, 건축, 포스터 등을 통해 배울 때가 많이 있듯 오래된 디자인들로부터 영감을 받는 경우는 매우 많다. 예전의 차분한 색채에 생기를 불어넣어 활력을 주는 느낌으로 작업했다.


수영복의 주홍과 바다의 맑은 색을 써보고 싶었지만 대신에 곧 떨어질 것 같은 눈물과 얌체같이 굳게 다문 입술에 포인트가 되는 채도 높은 별색을 사용하고, 나머지 부분에 고급스러운 금색을 사용함으로 해서 발란스를 맞추었다. 금세라도 눈을 깜빡일 것 같은데, 내 착각일까?

 

 

 

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저/김남주 역 | arte(아르테)
사강에게 ‘문단에 불쑥 등장한 전대미문의 사건’ ‘매혹적인 작은 괴물’이라는 수식을 안기며 또 다른 천재 작가의 출현을 알린 데뷔작이자 사강 문학의 정수를 이루는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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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석윤이(그래픽 디자이너)

열린책들에서 오랫동안 북디자인을 했다. 현재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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