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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세이스트] 2월 우수작 – 우리 꼭 밥 한끼 같이 해요

두 번 만나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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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인트라넷에 부고 소식이 올라왔다. 평소 교류가 별로 없던 동료라고 할지라도 직계가족의 부고 소식은 늘 안타깝고 특히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면 숙연해진다. (2020. 02. 03)

박진주.jpg
언스플래쉬

 

 

채널예스가 매달 독자분들의 이야기를 공모하여 ‘에세이스트’가 될 기회를 드립니다. 대상 당선작은 『월간 채널예스』, 우수상 당선작은 웹진 <채널예스>에 게재됩니다.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은 매월 다른 주제로 진행됩니다. 2020년 2월호 주제는 ‘두 번 만나고 싶은 사람’입니다.

 

 

디자인실 000 부장 00상
장례식장: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 성당
조문은 △월 △일부터 받습니다.

 

회사 인트라넷에 부고 소식이 올라왔다. 평소 교류가 별로 없던 동료라고 할지라도 직계가족의 부고 소식은 늘 안타깝고 특히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면 숙연해진다. 불효녀가 잠시나마 효녀의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000 부장님은 나와 업무적으로 왕래할 일은 거의 없었지만 건너 건너서 고향이 제주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제주도라니…… 조문객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뒤로 한 채 인트라넷 창을 닫고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몇 년 전부터 4월 말이나 5월 초에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등 공휴일까지 휴일을 잘 계산해서 미리 연차를 신청하고 있다.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제주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봄 휴가’라고 이름을 붙였다. 함덕서우봉해변에서 닷새 정도, 서귀포 칠십리시공원 근처의 호텔에 머물며 닷새 정도 처음으로 총 열흘 정도를 홀로 제주도에서 여행한 적이 있다. 평화로운 자연 풍광이며, 오월의 따뜻한 햇살이며, 그 여유로움 속에서 밖에 나가서 하루 종일 걸어 다니기만 해도 행복했다. 인트라넷 공지글이 올라온 그해에도 나는 행복을 찾아서 이미 제주도 봄 휴가 계획을 세워놓았다.


일주일간의 제주도 여행 짐을 챙기기 위해 캐리어를 펼쳤다. 가장 먼저 옷장 안에 보관 중인 검은색 원피스를 꺼내서 입어봤다. 그새 체중이 좀 불어서 몸에 꼭 끼긴 했지만 다행히 못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때 여행 짐과는 달리 이번에는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챙기기에 앞서 검은색 구두를 꺼내 캐리어에 넣었다. 이후에는 여느 때처럼 가벼운 원피스, 편한 옷, 세면도구 등을 챙겼다. 마지막으로는 부의금 봉투에 부의금을 넉넉히 넣고 봉투 겉면에 나의 이름을 적은 후 휴대용 손가방에 넣었다.


봄날의 제주도는 여전히 따뜻했고 이미 몇 번 머문 적이 있는 서귀포 칠십리시공원 부근의 호텔은 익숙해서인지 더없이 포근했다. 역시나 오기를 참 잘했다. 보통 공지가 올라온 후 바로 조문을 받기 마련인데 왜 며칠 후부터인 거지? 우선 연락을 드려볼까? 평소 교류도 별로 없었는데 오바하는 건가? 이미 조문 준비를 마친 채 제주도에 도착해서도 여러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시간은 하루하루 흘러 마침내 조문 당일이 되었다. 나는 제주도에서도 남쪽인 서귀포에 머물고 있었고 장례식장은 제주도에서도 관공서 등이 밀집한 제주시 시내 부근이었다. 혼자 여행할 때는 특히나 안전 문제 때문에 버스 여행을 즐겼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와 20분가량을 걸어서 제주시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굽이굽이 중산간을 지나 제주시 시내에 도착을 한 후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몇 정거장을 더 이동했다. 마침내 성당의 모습이 보였다.


조문을 하고 0 부장님과는 목례를 나눴다. 전문 장례식장이 아니어서 식사 장소는 근처 식당 몇 군데를 섭외했다고 했다. 식사하며 처음으로 0 부장님과 긴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경황이 없고 지금도 너무 정신이 없다고. 휴가철이라 제주도로 오는 비행기를 예약하는 문제며, 장례 절차 논의 등에 시간이 걸려 조문도 다소 늦게 받기 시작했다고. 생각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와줘서 정말 큰 힘이 되었고 덕분에 잠시 쉴 수 있게 되었다며 고맙다고 했다. 회사에서 꼭 밥 한끼 먹자는 약속을 한 채 나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비록 우연히 휴가 일정과 겹쳐서 조문을 가게 된 이유도 있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니 이 일은 내가 그해에 한 가장 잘한 일이었다.


정해진 휴가를 마치고 나는 먼저 회사에 복귀했고, 부장님은 보름 정도는 더 뒤에 복귀했다. 여전히 업무적으로 소통할 일이 거의 없어 부장님과 교류할 일은 없었지만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관계가 형성된 것은 분명했다. 오며 가며 가끔씩 마주칠 때마다 ‘시간 맞춰서 밥 한끼 먹자.’고 말을 건네기도 하고 속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직장생활이 그렇듯이 하루하루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고 비슷한 무리들과 어울리다 보면 작정하지 않고는 식사 약속 한 번 잡기가 쉽지는 않다.

 

000예요.
마음 한편에 항상 고마움이 있어서
언제 점심 한번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까지 출근이라니 아쉬움이 남네요.
어디서든 행복하고 좋은 일만 있길 바랄게요. ^^

 

인생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기에 부장님과의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고마움이든 한 번 사람의 마음에 생겨난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사람을 만나지 않거나 주변 환경이 바뀌어 잊고 살아갈 뿐이다. 살아가다가 0 부장님과 마주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다시 만나게 될 때도 회사에서 종종 마주쳤을 때처럼 ‘저희 밥 한끼 같이 해요.’라고 편안하게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가끔씩 잘 지내는지 안부가 궁금하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는 것. 살아가다가 우연히라도 한 번은 더 마주치고 싶은 두 번 만나고 싶은 사람이자 아직 끊어지지 않은 인연. 다시 만날 때까지 서로 건강하고 행복하길.

 


박진주 2019년 12월까지 출판마케터로 일을 했고, 현재는 요가, 글쓰기와 책 읽기, 식물 키우기를 하고 있다.

 

 

*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 페이지
//www.yes24.com/campaign/00_corp/2020/0408Essay.aspx?Ccode=000_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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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진주

2019년 12월까지 출판마케터로 일을 했고, 현재는 요가, 글쓰기와 책 읽기, 식물 키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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