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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질 마음은 찾아지겠지

잃어버린 마음을 그대로 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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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는 마음도 정이 든다. 사실은 그 사람을 미워하다 보니 정이 들어 그만 용서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2019.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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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 수 없을 것 같던 일을, 사람을 용서했다. 음, 용서라고 할 수 있을까. 더 이상 미워하지 않고 그 역시 자기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 용서이기도 하다면, 용서가 맞을 것이다. 오래도록 아플 것 같던 말들도 이젠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잊어야 할 일은 잊어’버렸다. 당신이 뱉은 말들을 똑똑히 기억해주겠노라고 오기를 부리던 것도 결국은 제살 깎아 먹는 일이었음을 깨달은 순간부터.


막연히 ‘너는 잘 살고 있을 것 같았어’라고 보내온 연락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건 그 사람 때문이 아니었다. 용서가 이미 나를 덮고 있을 즈음에는, 미워하던 때에 바랐던 일들이 실제가 되어도 그리 기쁘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되어서였다. 불행하길 바라던 나는 이제 사라지고 없는데, 이제야 그도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있는데, 나약한 모습의 그가 있다. 고소한 마음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마저 없다. 지나간 내 마음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미워했던 것인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 담아둬서 무엇할까요 / 잊어야 할 일은 잊고서 새로운 시간으로 떠날까요
-브로콜리너마저, 노래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중

 

연말이라 미뤄두었던 만남들을 하나씩 채워나가고 있다. 내게 남은 사람들, 내가 한없이 잘 되길 바라는 사람들로 채우던 와중에 더는 가까이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생각해본다. 지금보다 더 어린 때의 나는 가까이 했던 사람들이 멀어지는 것을, 둘 중 하나라도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사라져버린 서로에 대한 마음을 꼭 찾아야만 했다. 마음을 찾다가 부딪혀도 보고, 울기도 하고, 서로의 바닥을 보기도 했다.


이제 내 마음이 다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해진 사회생활 4년 차의 나는, ‘그렇게 될 일은 그렇게 되니까’라고 생각해버린다. (좋아하는 배우가 연기하는 연극의 주요 대사이기도 하다.) 사라진 것은 사라진 대로 두자고, 돌아올 것이라면 언젠가 온다고. 올해도 몇 명과 멀어진 나는 그 관계들을 붙잡기보다 잃어버린 그대로 두었다. 가끔 생각이 나긴 하지만, 슬프진 않았다.


어쩌면 내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인데, 그에게 잣대를 들이댄 건 아니었을까. 가깝던 당신과 내가 누구라도 먼저 연락을 하기 힘든 관계가 된 것은, 나에게 손가락질 하기에는 내가 너무 힘들어서, 당신을 멀리하는 마음으로 돌린 건 아닐까. 내 탓인 걸 인정한다고 해도, 나는 다시 잃어버린 당신을 찾으려 애써 노력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이미 잃어버린 걸 그대로 둬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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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끔찍한 게 아니에요. 그냥…… 나는 마음이 아픈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아침 7시가 내게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그걸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면, 그게 내게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어져요. 미칠 것 같이 마음이 아파요."


…(중략)…


그는 침대 옆 러그 위에 누워 있는 커다란 개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몇 시일까? 시계는 보지 않는다. …(중략)… 시간 따위가 무슨 상관이랴. 나는 아침 7시를 잃어버렸어요. 그는 자신이 그런 것을 잃어버릴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내가 낮 2시를, 오전 11시를, 아침 7시를 잃어버릴 수 있을까? 그는 어쩌면 자기 자신이 새벽 3시 9분―혹은 4시 15분 혹은 21시 13분 등등―을 이미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자신이 그걸 깨닫지 못했을 뿐이라고. 만약 그걸 깨닫게 된다면 나도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 없게 될까? …(중략)… 이봐요, 때로는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린 것으로 놔둬야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잃어버린 것은 그저 잃어버린 것으로. 마음이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손보미, 『맨해튼의 반딧불이』 중 ‘분실물 찾기의 대가 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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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하고 무심해 보이는 태도이지만, 내가 미워하던 사람을 용서하게 된 것처럼 그대로 뒀을 때 더 유유하게 흘러가는 게 인연이기도 하다는 걸 깨닫고 있다. 적어도 내가 겪은 바대로는, 내가 열과 성을 다 한 관계는 오히려 상처로 남았다. 최선을 다해 미워했던 상대가 나약해지자, 씁쓸해지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더 상처 받고 싶지 않다는 자기방어적인 내 마음이 지금의 무심한 태도를 낳은 게 분명하다.


미워하는 마음도 정이 든다. 사실은 나도 그 사람을 미워하다 보니 정이 들어 그만 용서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던 내가, 어느덧 그 마음마저 사라졌으니 당신도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빌어본다. 지나보니 내게 돌아가야 할 손가락을 당신에게만 향하고 있었던 것 같아 미안하기까지 하다고. 나에게서 돌아선, 서로의 마음을 잃어버린 우리들을 그대로 둬 보자고. 찾아질 마음은 찾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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