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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의 강인함, 엑소(EXO) 첸

강한 주관을 보여준 EXO 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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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않은 꽃처럼 차분하던 그는 멤버들과의 장난 사이에, 음악을 얘기할 때의 태도 사이에 숨어있던 강인한 주관과 함께 더욱 활짝 피어난다.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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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솔로 미니앨범 '사랑하는 그대에게' 사진. SM 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는 따라가는 편이야.” 최근 컴백한 엑소의 메인보컬 첸은 JTBC ‘아는 형님’에서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곧 데뷔 9년 차가 되는 엑소의 멤버들 중에서 누가 단합 모임을 추진하는 쪽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2018년에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당시에 첸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편”이라면서도, 멤버들끼리의 뒤풀이 모임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는 타박에는 “저번에도 갔다”며 항변했다. 하지만 소리치는 내내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먼저 나서지 않아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첸이 늘 자신의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엑소의 정규 6집 타이틀곡 ‘옵세션(Obsession)’ 콘셉트에서 화려한 머리색으로 시선을 끄는 멤버들 사이에서 첸은 세훈과 함께 단정한 까만 머리라는 이유로 “연예인들 옆에 있는 고등학생 같다”는 말을 들었다. 잘생긴 멤버 순위를 매겨달라는 MC들의 요구에 찬열이 하위권 순위 매기기를 망설이자, “그게 그렇게 어렵냐”며 “(순위가) 비슷하면 하지 마”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데뷔 초부터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첸은 먼저 나서기보다 멤버들이나 MC들이 장난을 걸면 항변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는 종종 놀림감이 되고, 억울해하다가도 “엑소에서 가장 순해 보인다”, “착하다”, “다정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답게 금세 웃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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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정규 6집 'OBSESSION' 티저 사진. SM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타이밍에 첸은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MBC ‘라디오스타’에서 MC석에 앉아 평온을 유지하던 그는 멤버들의 술버릇을 갑작스레 털어놔 재미를 주기도 하고, ‘아는 형님’에서는 멤버들의 장난에 뾰로통한 말투로 해명하는 수호에게 “그렇게 속이 좁냐”며 장난을 걸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본 MC와 제작진은 “중립적인” 역할을 부여하며 엑소 멤버들의 의견 대립에 종지부를 찍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마냥 착하고 다정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의 안에 숨어있는 고집과 똑 부러진 강단을 발견하기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리고 이런 고집과 강단은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노래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혀를 수술했다고 밝히면서, 8년 차 가수인 지금도 자신의 장래 희망을 ‘가수’라고 적는 행동은 예능에 필요한 기지가 아니라 뮤지션에게 필요한 의지와 고집이다.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기에 오히려 말 한마디로 눈에 띄고, 기지보다는 의지로 자기만의 판을 가져가는 사람. 작사가 김이나는 ‘음악당’에서 첸이 쓴 가사 ‘꽃’에 대해 말하며 “‘츤데레’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지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자신을 꺼내 보이는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실제로 김이나가 쓴 가사 대신에 채택되었다는 첸의 첫 번째 솔로 앨범 수록곡 ‘꽃’의 가사는 놀랍도록 첸이 보여주는 모습과 겹쳐진다. ‘꽃이 핀다 따스해진 해를 담아 / 작은 꿈들이 되어 / 움츠려 있던 꽃잎이 하나둘 피어온다.’ 피지 않은 꽃처럼 차분하던 그는 멤버들과의 장난 사이에, 음악을 얘기할 때의 태도 사이에 숨어있던 강인한 주관과 함께 더욱 활짝 피어난다. 6장의 팀 정규 앨범과 2장의 솔로 앨범을 가지고도 여전히 가수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에게 이보다 어울리는 서사는 없다.

 

 

 

EXO가 발표한 앨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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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EXO) 6집 - OBSESSION [OBSESSION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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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 (Chen) - 미니앨범 2집 : 사랑하는 그대에게 (Dear my d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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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찬열 (EXO-SC) - 미니앨범 1집 : What a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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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 (Baek Hyun) - 미니앨범 1집 : City 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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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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