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책읽아웃] 도시의 식물들, 잘 알고 있나요? (G.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13회) 『식물의 책』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들을 조금 더 들여다 보자라는 의미에서 ‘도시식물 이야기’로 정했어요. (2019. 12. 12)

[채널예스] 인터뷰3.jpg



제가 소나무 세밀화를 그리는 동안 느꼈던 점은 늘 우리 가까이 있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오히려 놓치기 쉽다는 것입니다. 희귀 식물이나 멸종 위기 식물보다 오히려 근처 앞산의 소나무에 대해 모르는 게 더 많을 수도 있어요.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도 늘 검토하고 되돌아봐야 하고요. 어쩌면 이건 연구에서뿐만 아니라 사람관계에 있어서도 필요한 자세일 거예요.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책 『식물의 책』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오늘 모신 분은 한 장의 그림 안에 식물의 긴 삶을 담는 분입니다. 오랫동안 식물을 관찰하고, 정확하게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을 해오셨어요. 이소영 식물세밀화가입니다.

 

 

 800x0 (1).jpg

                                                                

 

 

김하나 : 『식물의 책』 을 읽으면서 ‘아, 이 독서 경험이 참 좋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책을 읽을 때 작가의 감성이나 감정 또는 사유에 깊이 빠져들어서 문장을 읽어나가는 즐거움도 있지만, 박물지라든가 사전형 독서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것도 저는 참 좋아하는데, 사전형이 조금 딱딱한 느낌이라면 『식물의 책』 은 산책형 독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소영 : 그걸 조금 의도한 것도 있고요. 아마 그것의 가장 큰 원인은 식물 용어가 많이 안 쓰였다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김하나 : 그렇군요. 어려우려면 한정 없이 어려울 수도 있는 분야잖아요. 라틴어와 한자어가 나오고...


이소영 : 그렇죠, 학명도 들어가고 한자 식물 용어들이 많고. 그런데 ‘상록수’ 같은 것들을 ‘늘푸른나무’라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다든가 하는 노력들을 많이 했어요.


김하나 : 그러셨군요. 이번 책의 부제가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이야기’라고 되어 있잖아요. 저는 도시에 사는 사람이다 보니까 책에 나오는 식물들이 저와 친숙한 식물들이어서, 아는 게 조금 있는 게 더 알아가니까 재밌는 것 같아요.


이소영 : 맞아요.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들에 대해서 우리가 정말 잘 알고 있는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봤어요. 그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제가 식물 중에서도 원예 식물을 공부했어요.


김하나 : 식물학도이기도 하시죠?


이소영 : 네. 그래서 원예식물, 우리 도시 안에 있는 우리가 재배하고 이용하는 식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식물 산책』에서는 식물이 있는 장소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사람들이 식물에 관심을 가지기 가장 좋은 게 식물이 있는 곳에 직접 가서 경험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장소를 매개로 해서 이야기를 풀었고요. 『식물의 책』 에서는 그것에서 더 나아가서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들을 조금 더 들여다 보자라는 의미에서 ‘도시식물 이야기’로 정했어요.

 

김하나 : 원예식물을 전공하셨다고 했는데, 원예식물 말고 다른 식물의 카테고리는 어떤 식으로 나뉘나요?


이소영 : 우리가 심지 않아도 스스로 산과 들에 나는 ‘자생식물’과 우리가 집약적으로 재배하고 이용하는 ‘원예식물’로 크게 나눌 수가 있어요. 원예식물은 산과 들에 있는 식물들을 우리가 발견하고 이름을 붙이고, 식물학자들이 ‘이 식물을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어디에 유용한가’를 연구해서 도시로 가지고 오게 되죠. 커피와 같은 경우에도 우리가 정말 일상적으로 많이 먹잖아요. 그런 것도 우리가 식물 문화를 향유하는 것 중에 하나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식물학자들이 커피가 음료로도 좋고 우리의 힘을 북돋아주는 약효가 있다는 걸 연구했기 때문에 우리가 비로소 도시에서 커피를 이용하게 되는 거죠.


김하나 : 커피를 음료 문화라고만 생각했지 식물 문화라고 생각해본 적이 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자생이나 원산지라는 개념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놀라운 점이 있었는데, 개나리가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는다면서요?


이소영 : 네. 지금 산에 있는 개나리들은 다 우리가 나중에 심은 거죠.


김하나 : 그러면 개나리는 원예식물인 건가요?


이소영 : 네, 우리 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원예식물이고요.


김하: 산에 있는 개나리도 심어진 거라는 거죠?


이소영 : 그렇죠.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면서 산이 거의 민둥산이었다고 해요. 그랬던 것을 새마을운동이나 나무 심기 운동을 통해서 식물을 집약적으로 심은 거죠. 수십 년이 지나서 우리가 푸르른 산을 볼 수 있는 거고요.


김하나 : 개나리가 점점 번식을 하지는 않는 거예요?


이소영 : 산에서 번식을 해요.


김하나 : 하지만 그것이 자연적으로 생긴 게 아니라 인간이 심어서 번식한 것이기 때문에 자생식물이 아닌 거군요.


이소영 : 네. 우리가 산에서 개나리를 본다면 그렇게 심은 것이거나 비슷한 다른 종 ‘산개나리’라는 다른 종일 수가 있어요.


김하나 : 작가님은 길을 가다가 식물을 보시면 미묘한 차이 같은 것도 잘 구분하시나요?


이소영 : 아무래도 그런 미묘한 차이를 확대하고 강조해서 그림으로 그려내서 사람들이 그 미묘한 차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식물세밀화’이기 때문에, 그런 걸 캐치하고 자세히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김하나 : 식물세밀화가로 오래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우리나라에 식물세밀화가가 많지도 않고 사람들이 익숙한 분야는 아니어서, 설명을 참 많이 하셔야 되잖아요. 이런 작업들을 많이 하시는 것도 식물세밀화에 대한 인식을 넓히려는 목적이 있는 거죠?

이소영 : 그럼요.


김하나 : 그러면 식물세밀화에 대해서 짧게 설명을 해주신다면?


이소영 : 식물세밀화는 식물의 연구 과정에서 식물의 형태를 그림으로 그린 기록물이에요. 흔히 여러분들이 보실 수 있는 식물세밀화는 식물도감 안에 들어가는 그림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식물의 뿌리부터 줄기, 잎, 꽃, 열매, 종자 등 모든 기관들이 한 페이지에 들어가야 돼요. 그래서 식물세밀화가는 식물의 모든 기관을 실제로 보기 위해서, 꽃이나 열매나 한꺼번에 피지 않으니까, 그 시간들을 모두 기다려야 돼요. 그리고 직접 관찰해야 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려면 최소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요. 올해 꽃을 못 봤다면 내년 개화 시기를 또 기다려야 돼요. 그래서 작업을 하면 최소 1년, 길게는 10~20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해요.

김하나 : ‘주목’을 걸리시는 데 7년을 걸리셨다고 읽었어요.


이소영 : 네, ‘설악눈주목’이었어요.


김하나 : ‘눈주목’이 ‘누운 주목’에서 유래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눈’이 ‘snow’인 줄 알았어요.

이소영 : 그렇게 흔히 생각하실 수 있죠.


김하나 : 대부분의 다른 직업과는 시간감이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이소영 : 네. 그래서 보통 계획을 정할 때, 일반 회사도 그렇고, 올해 안에 어떤 성과를 이루자는 계획을 짜잖아요. 그런데 식물세밀화가는 평생 동안 한 종만 제대로 그려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하나 : 국립수목원에 소속돼서 4년 동안 일을 하셨죠. 그 뒤로는 2012년경부터 프리랜서로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이소영 : 2013년부터 프리랜서로 작업하면서 대학원에서 식물세밀화에 관한 연구도 하고 있고요. 국립수목원을 그만두기는 했지만 계속 협업을 하고 있고, 수목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는 식물연구 기관들과 우리나라의 식물을 그리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김하나 : 식물세밀화를 그릴 때는 여러 개체를 보면서 종 자체의 특성을 반영한 그림을 과학적, 사실적으로 그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식물세밀화 자체의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어떤 브랜드라든가 기관에서 ‘이런 그림을 그려주세요’라는 식으로 의뢰가 오면 어떻게 하시나요? 


이소영 : 대표적으로는 식물을 원료로 하는 제약회사나 혹은 화장품 회사에서 많이 제안이 오기도 하는데요. 초창기에는 식물세밀화에 대해서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 많지 않던 시절에는 이번 주 안에 그림이 완성되는지 물어보기도 하시고...


김하나 :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의 작업 리듬인 거죠.


이소영 : 네,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죠. 그래서 제가 프리랜서 초창기에 인터뷰 같은 걸 많이 했던 이유는 ‘식물세밀화가 이런 작업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걸 말하기 위한 것도 있었어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활동할 많은 식물세밀화가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그게 우리나라의 지금을 살고 있는 식물세밀화가의 역할인 것 같아요. 작업하는 것 외에도.


김하나 : 처음에 그런 의뢰가 들어왔을 때는, 사진 같은 걸 주면서 ‘이대로 그려달라’는 의뢰가 오기도 했던 거죠?


이소영 : 네, 초반에는 그랬었어요. 그런데 저는 연구기관이 아닌 디자인 작업이 필요한 식물세밀화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식물세밀화의 본질적인 기록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그리고 너무 상업적인 것 위주로 작업을 하려고 작정을 했었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식물세밀화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제안을 해주셨어요.


김하나 : 작가님이 그걸 알리기 위해서 노력도 하시고 타협하지 않는 고집도 있었기 때문에 저변이나 인식이 조금씩 확산된 것 같네요.


이소영 : 저뿐만 아니라 후배들도 정말 좋은 환경에서 작업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김하나 : 식물세밀화가 프리랜서로 계신데, 조금 외로운 시간이 많지 않나요?


이소영 : 외로울 새 없이, 식물 조사 다니느라 조금 바쁘고요.


김하나 : 식물조사는 혼자 다니시나요?


이소영 : 혼자 다니기도 하고 동료 식물학자들이나 같이 프로젝트하고 있는 연구기관의 직원 분들과 같이 다니기도 하고요. 사실 다른 직업들보다는 사람을 만날 일이 많지는 않아요. 그 대신 식물이랑 같이 있으면 외롭다면 생각은 안 드는 것 같고(웃음), 또 제가 작업실에서 늘 강아지랑 같이 있어서...


김하나 : 아, 동식물에 둘러싸여서 살고 계시는군요(웃음).


이소영 : 네, 그래서 저는 지금 너무 좋아요(웃음).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221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하나(작가)

    브랜딩, 카피라이팅, 네이밍, 브랜드 스토리, 광고, 퍼블리싱까지 종횡무진 활약중이다. 『힘 빼기의 기술』,『15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을 썼고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진행 중이다.

    ebook
    식물 산책

    <이소영> 저13,500원(0% + 5%)

    ‘나는 식물세밀화를 그린다’ 가장 가까이서, 가장 오랜 시간 함께한 대상, 식물이 보여주고 들려준 세계에 관하여 작은 작업실, 책상 위 현미경에 머리를 박고 손톱만 한 꽃, 그 안의 꽃술, 그 위에 붙은 꽃가루를 들여다보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거대한 바늘잎나무로 가득 찬 숲을, 수백 년..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