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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나(Kaina), 시카고 블랙 신의 유망주
카이나(Kaina) <Next To The Sun>
사회적인 시각은 기울어진 사회에 분노를 표출했던 네네 체리를, 음악의 실험성은 소울과 록을 합쳤던 프린스를 닮은 그는 네오 소울의 미래를 건네받기 충분하다. (2019. 12. 11)
자밀라 우즈, 찬스 더 래퍼, 노네임 등 시카고 출신의 흑인 뮤지션들이 인권이라는 명확한 콘셉트와 시적인 가사로 지명도를 높이고 있다. 시카고에서 나고 자란 카이나도 앞서 언급한 아티스트와 같은 행보로 커리어를 시작한다. 주목할 점은 선배들과 달리 그는 남미 출신의 부모님을 둔 라틴계 미국인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뿌리인 라틴에다 소울을 더한 사운드, 즉 ‘라틴 네오 소울’을 통해 그간 유색 인종이 겪은 차별과 고통을 승화한 것이 바로 그의 데뷔 앨범 <Next To The Sun>이다.
앨범 속 뚜렷한 스토리텔링이 있기에 그의 변화를 어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초반에는 안개에 가려진 듯한 희뿌연 사운드와 리버브 먹은 보컬을 통해 외롭고 어두웠던 내면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진다. 「House」 에서는 ‘갈색 손들이 당신의 모든 음식을 요리하지만 / 정작 당신네는 우리가 사라지길 바라지’라며 일침을 날리는 가사를 담담하게 불러 아픔을 극대화한다. 반향하는 기타 선율과 허밍으로 가득한 「Ghost」도 전자와 같은 기조를 이어가 고요 속에 잠긴 그를 발견할 수 있다.
텅 빈 방 안에 혼자 남겨 자신의 과거를 읊어주던 그가 앨범 중반에 접어들면 문을 열고 나가 자신을 둘러싼 편견들을 향해 목소리 높이기 시작한다. 「What’s a girl」은 여성은 야망을, 영혼은 투쟁을 품어야 한다는 선언문을 담아냈고 「Waiting on a day」에서는 하이햇이 깔려 재지한 브레이크 비트 위 솔란지 스타일의 보컬이 앞으로 드러나 처음과 확실한 대비를 보여준다. 생동감이 느껴지는 스윙, 즉 정해진 틀이 아닌 즉흥을 강조한 사운드가 꽉 막힌 사회로부터 자유를 갈망하는 태도를 소환한다.
마지막 트랙 「Green」으로 자신만의 라틴 재즈를 선보이며 여정을 마무리한다. 남미 특유의 탄력적인 리듬 하면 떠오르는 농염함의 정서를 줄이고 그의 정체성을 강조했기에 말하고자 하는 음악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고통받던 이가 홀로 서서 의지를 다지고 고향의 노래를 부르기까지, 일관적인 기승전결이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 확고한 캐릭터를 형성한다.듣기도, 이해하기도 쉬운 구성에 민족의 정서를 녹여낸 앨범은 시카고 블랙 신이 왜 그를 주목하는지를 증명한다. 사람을 끌어당길 만한 멜로디가 아직 부족하지만, 이는 메시지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받침대 역할이 되기도 한다. 사회적인 시각은 기울어진 사회에 분노를 표출했던 네네 체리를, 음악의 실험성은 소울과 록을 합쳤던 프린스를 닮은 그는 네오 소울의 미래를 건네받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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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