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연말정산, 연말결산, 연말생산

연말에도 생산은 계속된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매년 올해의 책과 올해의 인물과 올해의 OO을 뽑으면서 다가올 해를 더욱 잘 보내자는 다짐을 한다. (2019. 12. 06)

1_출처-언스플래쉬.jpg
언스플레쉬

 

 

12월은 한 해를 갈무리하는 달. 1년 정리를 넘어 10년 정리, 20년 정리를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2020년을 맞이하면 좋으련만. 오늘은 침대에서 일어나기부터 최고로 어려웠다. 하루를 시작하기도 힘든데 하루를 정리할 수 있을까. 1년은? 10년은? 이렇게 작년에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올해 하고, 올해 했어야 할 일을 내년에 계속하는 게 인생일까. 나는 아직 올해의 접시를 끝내지 못했는데 다들 일어나는 분위기여서 급하게 올해 일을 입 안에 욱여넣는다.


올해 1월, 칼럼 지면을 빌어 한 해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집을 나서기 전 물티슈로 어디든 먼지를 닦고 나간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플랭크를 시도한다.


 피아노를 친다. 연습한 날은 연습 내용을 기록한다. 연말에 기록을 토대로 '이것 봐! 내가 이렇게 쓸데없는 일을 했어!' 하고 소수의 지인에게 자랑한다.


- 「즐거운 계획 생활」 -
 
어쩜 이렇게 아무것도 못 했을 수가. 집은 여전히 먼지구덩이고 몸무게는 착실히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오늘 피아노 레슨이 있는데 2주 동안 한 번도 피아노 뚜껑을 열지 못해서 레슨을 미룰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팔굽혀펴기를 못 한다는 걸 깨달은 해이기도 했다. 신체적 능력이 감소했다고 느낄 때 특히 우울하다. 과거만이 빛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긴 싫은데, 연말정산을 하려니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또 깨닫고 쓸쓸해졌다.


트렌드 도서처럼 점점 결산도 앞당겨져서, 11월 말쯤 되면 슬슬 한 해를 정리해야 할 것 같아 엉덩이를 들썩인다. 일기를 쓰면 정리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작년이나 재작년이나 비슷한 말을 써놓다 보니, 자신을 대상으로 한정하면 예언도 가능하다. 2020년 12월.... 나는 술을 마시고 살이 찐다... 달리면 점점 더 숨이 찬다... 번잡한 마음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들을 함부로 치우고 2021년 1월에는 후회한다...

 

 

2_출처 언스플래쉬.jpg
언스플래쉬

 

 

어렸을 때는 매년 1월 1일에 유서를 썼다. 미웠던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쓰다가도, 혹시나 내가 죽으면 당사자에게 평생 박힐 거라는 생각에 정작 하고 싶었던 나쁜 말은 쓰지 못하고 고운 말 바른 말 착한 말만 썼다. 내년을 생각하면 올해 마음속 앙금은 별 것 아닌 일이었다. 연말결산은 스스로 돌아보게 만든다. 매년 올해의 책과 올해의 인물과 올해의 OO을 뽑으면서 다가올 해를 더욱 잘 보내자는 다짐을 한다.


비슷한 해 안에서도 굳이 달라지는 걸 찾자면, 올해는 오디오 인터페이스 사용법을 익혔다. 에어프라이어로 만들 수 있는 요리 가짓수가 늘어났다. 군고구마와 삼겹살을 구워 먹었고 홈런볼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먹으면 맛있다고 하길래 올해가 가기 전에 곧 시도할 예정이다. 돈을 조금 더 모았다. 서먹했던 사람과 시간의 힘을 빌어 서먹하게 화해했다. 낯이 익은 사람들이 늘어났다.


연말에도 생산은 계속된다. (에어프라이어로 홈런볼 굽기는 분명한 성취이자 생산이다) 연말결산이 어려운 이유는 생산하느라 바빠서 그렇다. 깔끔하게 계산이 맞아 떨어지는 걸 보고 싶지만 어딘가 미진한 채로 다음 해로 넘어간다면, 나는 연말까지 꾸준히 생산해 온 사람이라고 스스로 칭찬해 주자. 안 되면? 1월에 하면 되지 뭐. 한국은 구정과 신정이라는 미풍양속이 있지 않은가. 판타지 소설처럼 새해를 회귀해 다시 도전하면 된다. 구정도 넘어가면? 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면 되겠지. 일단 12월부터 해결하고 봅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