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이승환의 30년은 지금이다

이승환 『Fall To Fly 後』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5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발매된 자그마치 정규 12집의 나머지 「반쪽「은 그렇게 지금까지의 이승환을 집대성한다. (2019. 11. 27)

8045637730000375_304883673.jpg

 

 

이 음반에 새로움이나 재발견은 없다. 이승환은 여전히 양질의 소리샘으로 음악을 뽑아내고, 가창의 정점을 찍는 서정적인 발라드, 특유의 창법이 맴도는 거친 록 트랙, 코러스를 무겁게 담아 힘을 주는 구성의 반복까지, 앨범에는 그간 그의 작법이 여기저기 들어차 있다. 5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발매된 자그마치 정규 12집의 나머지 ‘쪽’은 그렇게 지금까지의 이승환을 집대성한다.

 

그러나 이 거대한 차용에 먼지가 날리지는 않는다. 그는 이번에도 젊고 활력 넘치며 청춘의 사랑과 중년의 뭉근함을, 또한 사회 저항적 메시지를 옹골차게 들여온다. 밝은 분위기의 첫 곡 「30년」으로 지난날을 회고하다가 이내 「나는 다 너야」, 「너만 들음 돼」로 전달하는 생생하고 생기 어린 사랑의 발화는 이승환의 시선이 여전히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뷔 30년 차가 된 그는 지금까지 운동하며 세상을 본다. 어린 왕자의 타이틀이 과연 과하지 않다.

 

전반부가 밝고 조금은 힘을 푼 채로 노래한다면 중, 후반부는 이승환 스케일의 화려함을 뽐낸다. 진면목은 「Do the right thing」. 나머지 반쪽이자 먼저 나왔던 정규 12집의 앞면인 <Fall To Fly 前>의 「Star wars」와 상응하는 이 곡은 펑키하고 록킹하며 재즈의 자유로움과 코러스의 흥겨움으로 중무장했다. 말 그대로 자본과 음악성이 만난 좋은 예. 꼼꼼하게 채워진 사운드에 귀가 즐겁고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져 끝나는 마무리에 노래가 탄탄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전작의 「내게만 일어나는 일」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10억 광년의 신호」는 피아노와 현악기로 공고한 감성의 탑을 쌓는다. 차오르고 터트리고 벅차오르는 호흡 아래 모스부호와 같은 효과음으로 무언가의 메시지를 던지는데 이는 어렵지 않게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와 피해자에게 향한다. 음악적 우회를 통한 「대화의 가능성」은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다. 반면 「돈의 신」에는 냉철한 비판이 담겨있다. 록 오페라 형식으로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 등의 은유를 장착한 이 곡은 록의 시원시원함을 경유해 과거 정권에 일갈을 날린다.

 

한 곡, 한 곡의 확실한 정체성은 밝음과 어두움을 두서없이 오가는 음반 구성의 단점을 상쇄한다. 기존 이승환의 대표 발라드인 「천일동안」,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풍의 「백야」 이후 강렬하게 달려 나가는 「돈의 신」이 배치되고, 자글자글한 사운드를 겹쳐 올리며 만든 발라드 「그저 다 안녕」 이후 미니멀한 사운드의 찰랑찰랑한 기타가 중심인 「생존과 낭만 사이」가 이어진다. 다시 한번 이 들쭉날쭉함의 경계는 곡 단위 확실한 콘셉트와 완성도가 무마시키니 웃다가 슬프고, 설레다가 마음 아픈 진행은 매 순간 현재가 된다.

 

5년에 걸쳐 만들어진 정규 12집은 그래서 ‘이승환의 현재’다. 지금껏 그의 음악적 질료들로 재생산한 이 음반에는 어떤 타협도 없다. 확실하게 사랑하고, 비판하고, 노래한다. 그 와중 대중의 취향을 놓치지 않았고 무언가를 잃을까 두려워 뒤를 돌아보지도 않는다. <Fall To Fly 前>의 첫 곡 「Fall to fly」가 담았던 하락의 회색빛은 청아한 목소리의 곽이안이 부른 이번 <Fall To Fly 後>의 끝 곡 「Fall to fly」로 맑고 빛나는 ‘비상을 위한 추락’의 서사를 완성했다. 매끈하고 단단하다. 여기에 30년의 세월은 빛 바란 추억이 아닌 지금의 순간일 뿐. 이승환은 살아있다.

 


 

 

이승환 - fall to fly 後이승환 노래 | 지니뮤직 (genie)
'FALL TO FLY 後'는 2014년 11집 'FALL TO FLY 前'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으로 음악장인 이승환이 어떤 색깔의 음악과 메시지를 완성도 있게 담아냈을지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승환 12집 - fall to fly 後

<이승환>23,800원(19% + 1%)

'FALL TO FLY 後'는 2014년 11집 'FALL TO FLY 前'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으로 음악장인 이승환이 어떤 색깔의 음악과 메시지를 완성도 있게 담아냈을지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또한 이번 앨범 작업을 위해 미국에서 CJ Vanston, Alex Al 등 세계적인 거장들과 녹음 작업..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