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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에 오르다

달랑쉬, 월랑봉이라 불렀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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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구 내부를 들여다보면 엄청난 깊이에 소름이 돋는다. 발을 헛디디어서 분화구 안에 빠지면 웬만해서는 못 빠져나올 것만 같다. (2019. 1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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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끈다랑쉬오름에서 바라본 다랑쉬오름

 

 

동네 친구와 함께 오름에 올라 일출을 보기로 했다. 요즘 해 뜨는 시간이 새벽 6시 무렵이다. 그럼 늦어도 30분 전부터 오름을 오르기 시작해야 하니까, 집에서 그보다 한 시간 전인 새벽 4시 30분에는 출발해야 여유롭다.

 

자동차 전조등을 켜고 혹시 도로에 노루라도 나타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며 짙은 안개가 자욱한 어둠을 지난 끝에 다랑쉬오름에 도착했다. 동쪽에 구름이 자욱해서 성산일출봉 부근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해 뜨는 장면을 보러 이 새벽에 고생하면서 왔는데 낭패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올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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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쉬오름을 10여분 정도 오르다가 고개를 돌리면 아끈다랑쉬오름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다랑쉬오름은 울창한 삼나무가 둘러싼 계단을 시작으로 정상까지 끝없는 오르막이다. 계단과 야자 매트가 번갈아 나타난다. 산책로에 공사 중인 구간도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이마에 헤드랜턴을 착용해서 그나마 낫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실체는 개가 아니다. 자기 영역에 침범한 노루가 잔뜩 경계하며 내뱉는 경고이다. 인기척에 놀란 곤충들이 여기저기 기어서, 또는 뛰어서 도망가는데 푸르른 신비한 빛을 내뿜으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도 눈에 띈다.

 

10여 분을 오르자 산책로 바로 옆에 별도로 마련한 전망대가 보인다. 굳이 다랑쉬오름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이 전망대에서 훌륭한 일출을 볼 수 있다. 바로 정면 지근거리에 위치한 아끈다랑쉬는 후방에서 떠오르는 태양 빛을 받으면 서서히 붉은 빛으로 물들어간다. 안쪽에 오목하게 들어간 분화구에는 그림자가 생기고 사람 키 높이 이상으로 자란 억새가 계절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변모한다. 모 가전기업 고화질 텔레비전 CF에 바로 이곳에서 촬영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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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분 정도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분화구 산책로에서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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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을 담는 사진가

 

 

다랑쉬오름은 익히 ‘오름의 여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 ‘오름의 왕’은 어디일까?) 표고 382.4m, 비고 227m에 이를 정도로 높고 웅장하다. 분화구의 모양이 달처럼 생겨서 달랑쉬, 월랑봉이라 불렀는데 지금은 다랑쉬오름으로 통용된다.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분화구가 보이는 정상 둘레길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다시 힘차게 5분 정도 걸어서 마침내 정상에 도달했다.

 

분화구 내부를 들여다보면 엄청난 깊이에 소름이 돋는다. 발을 헛디디어서 분화구 안에 빠지면 웬만해서는 못 빠져나올 것만 같다. 이 정도로 깊은 굼부리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거대하고 아찔하다. 지하 깊은 곳에 있던 마그마가 분화구에서 공중 폭발하면서 분출된 화성쇄설물(화산재)이 주변에 쌓여 만들어졌다. 이러한 화산체를 분석구라고 하는데 제주 오름의 대부분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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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화구 둘레 산책길을 걷는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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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쉬오름의 분화구는 깊다

 

 

정상 부근에는 ‘망곡의 자리’가 있다. 조선 때 이름난 효자 홍달한이 1720년 숙종 임금이 승하하자 다랑쉬오름 꼭대기에 올라와 수평선 너머 북녘 하늘을 보며 슬퍼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삭망(초하루, 보름)에도 이곳에 올라와 분향하며 산상에서 밤을 지새웠단다. 결국 그는 충효의 이름으로 정려되었다.

 

다랑쉬오름에서 내려오자 맞은 편에 납작하게 누운 모양의 아끈다랑쉬오름이 자기한테도 오라고 손짓을 한다. 갈까 말까 3초 정도 고민하다가 유혹에 못 이기는 척하고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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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랑쉬오름의 분화구는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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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끈다랑쉬오름의 매력은 바로 억새이다

 

◇ 접근성 ★★★
◇ 난이도 ★★★
◇ 정상 전망 ★★★★

 

 

 

오름에 가져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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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히말라야 14좌』
최찬익, 서지나 지음

 

한의사 남편과 클래식을 전공한 부인이 히말라야의 8,000m가 넘는 고산의 8개의 베이스캠프를 다녀온 이야기를 담았다. 부부는 안나푸르나 같은 여행객이 많이 가는 곳 외에도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마칼루, 칸첸중가, 로체 남벽의 베이스캠프를 다녀왔다. 덕분에 국내에 덜 알려진 이곳의 트레킹 최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찾아가는 방법

 

다랑쉬 오름


지도 앱이나 내비게이션에서 '다랑쉬오름'으로 검색하면 된다. 약 스무 대 정도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 제주공항에서 차로 70분 소요된다. 버스로 갈 경우에는 제주공항에서 급행버스(111, 121, 131)를 타고 대천환승 정류장에서 환승(810-1)하면 된다. 환승까지 포함해서 약 100분 소요된다. 화장실과 탐방 안내소가 잘 갖추어져 있다.
◇ 주소 :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산6 

 

 

주변에 갈만한 곳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위치한 작고 매력적인 오름이다. 평소에는 수풀로 우거져서 걷기 조차 힘들지만, 가을철에 가면 제주에서 가장 환상적인 억새 군락을 볼 수 있다.


◇ 주소 :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2593-1

 

 

 

메이즈랜드


제주의 삼다 '돌, 바람, 여자'를 형상화한 미로공원이다. 혼자 가는 것보다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가서 미로를 찾으면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 주소 :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2134-47
◇ 전화 : 064-784-3838
◇영업시간 : 매일 09:00 ~ 18:00
◇ 홈페이지 : www.mazeland.co.kr/index.php

 

 

최경진


4년차 제주 이주민이다. 산과 오름을 좋아하여 거의 매일 제주 곳곳을 누빈다. 오름은 100여회 이상, 한라산은 70여회, 네팔 히말라야는 10여회 트레킹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있으며(www.nepaljeju.com), 함덕 부근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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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최경진

지구에 춤을 추러 온 화성인입니다. 여행과 영화 감상을 좋아하며, 책을 사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잘 읽지는 못하고 쌓아만 둡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 게 삶의 목표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히말라야 14좌 1

<최찬익>,<서지나> 공저18,000원(10% + 5%)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취미로 꼽는 활동 중 하나가 등산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한번쯤은 꿈꿔봤을 '히말라야 트레킹'을 평범한 부부가 도전했다.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마칼루의 콩마 라와 쉽턴 라, 비교적 정보를 얻기 쉬운 안나푸르나나 랑탕히말라야 외의 루트에 대한 상세한 설명까지. 20년 넘게 히말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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