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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억새가 매혹적인 제주 용눈이오름

둘레길 어디에서나 조망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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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오름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덕분에 주차장도 넓고, 화장실과 작은 매점도 갖춰져 있다. 하지만 용눈이오름의 산책로는 너무 많은 방문객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2019.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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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오름은 가을이 절정이다

 

 

제주의 가을은 황금빛으로 눈부시다. 겨울을 앞두고 제주 전역에 억새꽃이 나부낀다. 동틀 무렵이나 해질 시간이면 황금빛으로 변하고, 바람이라도 불면 갈피를 잡을 수 없도록 사방으로 춤을 춘다. 억새꽃을 볼 수 있는 곳은 제주도 사방에 널렸지만, 제주도민에게 물어보면 십중팔구 용눈이오름을 손에 꼽는다. 경사가 완만해서 노약자도 오르기 편하고, 정상에 서면 제주 동부의 너른 들판이 절경을 이루기 때문이다.

 

용눈이오름은 내가 오른 첫 번째 오름이다. 15년 전쯤 여행객 신분으로 제주도를 처음 찾았을 때 제주에 사는 지인이 꼭 가봐야 하는 곳이 있다면서 용눈이오름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때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늦가을이었다. 오름 주차장에 내려서 처음 용눈이오름을 마주했을 때 그 충격과 기억은 여전히 잊을 수 없다. 두 개의 봉우리가 있는 작은 산 전체가 나무는 거의 없이 어른 키보다 작은 억새로 가득 덮여 있었는데, 바람의 흐름에 따라 부딪히고 서로를 어루만져주며 부드럽게 작은 파도를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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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로 뒤덮인 용눈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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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초원에 방목중인 말

 

 

서울에 사는 동생 가족이 모처럼 제주에 여행을 왔다. 다섯 살 조카와 함께였는데 부모를 닮아서인지 무척 활동적이다.

 

“서아야, 제주는 처음이지? 어디에 놀러 가고 싶니?”


“한라산에 가고 싶어요.”


“한라산? 산은 지금 오르기에는 너무 늦고, 백록담 정상까지 왕복 8시간은 걸려서 쉽지 않단다. 한라산은 다음에 가고, 오늘은 오름에 가면 어때? 가을철 제주도에 오면 오름에 꼭 가야 해. 억새꽃이 정말 예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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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오름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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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인 자태의 용눈이오름

 

 

고개를 끄덕이는 조카를 이끌고 용눈이오름으로 향했다. 제주 동쪽, 특히 송당마을 부근에는 다랑쉬오름, 백약이오름, 아부오름 등 유명한 오름이 넘쳐나는데 그중에서도 용눈이오름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덕분에 주차장도 넓고, 화장실과 작은 매점도 갖춰져 있다. 하지만 용눈이오름의 산책로는 너무 많은 방문객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수시로 길을 정비하고, 휴식년제도 취하지만 무제한으로 몰려드는 인파를 감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산책로가 우회하는 길로 새롭게 조성되었지만, 나중에 이곳도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조카의 손을 잡고 산책로를 걷는다. 길에 가축의 똥이 많다. 오름에 방목 중인 소 또는 말의 흔적이다. 인간은 정해진 길을 걸어야 하지만, 그들에게 제한된 곳은 없다. 사방에 널린 똥을 피해 걷다 용눈이오름을 보면 두 봉우리의 곡선이 무척 관능적으로 느껴진다. 분화구 입구까지 20여 분 정도 걷고 나면 좌측 또는 우측을 선택해서 분화구 둘레길을 걸어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어디로 가든 자유지만, 우측으로 가는 길이 조금 더 편하고 제주 동쪽을 조망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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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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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구가 선명한 또 하나의 오름

 

 

용눈이오름의 순수한 높이(비고)는 88m에 불과하지만 나무가 없어서 둘레길 어디에서나 조망이 탁월하다. 맑은 날이면 사방으로 성산일출봉과 우도, 한라산은 물론 가까이 수십여 개의 오름 군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분화구 안쪽에는 여러 마리의 소가 풀을 뜯고 있다. 소들이 매일 이곳에 있지는 않지만, 오름의 진정한 주인은 인간이 아닌 동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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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오름 분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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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오름 산책로

 

용눈이오름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다소 가파르다. 하지만 조카는 그 길을 뛰어 올라간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시원한가 보다. 정상에는 바람이 분다. 제주도에 바람이 많다는 걸 새삼 느낀다. 한라산 부근으로 붉은 해가 지기 시작하자, 오름도 점차 황금빛으로 변한다. 억새 사이에서 흥겹게 뛰어다니는 조카를 보니 용눈이오름을 가장 좋아했던 고 김영갑 작가가 떠오른다. 그는 제주의 오름을 힘겹게 사진에 담았지만 루게릭병에 걸려 짧은 생을 마감했다. 생전에 그가 찍은 오름 사진이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걸려 있다. 내일은 그를 만나러 갤러리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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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오름 정상으로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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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오름의 정상에 서면 전망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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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수많은 오름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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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억새가 부드럽게 파도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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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오름을 산책 중인 커플

 

◇ 접근성 ★★★
◇ 난이도 ★★
◇ 정상 전망 ★★★★

 

 

오름에 가져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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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서재』
김윤관 저

 

‘목수의 서재, 책장, 책상, 의자, 책, 청춘의 서재, 여성의 서재, 공공의 서재, 선비의 서재’라는 목차에서 볼 수 있듯이 ‘서재’에 대해 목수가 쓴 글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서재에 대해 쓰고 있지만, 글을 읽는 독자에게는 ‘당신만의 서재’를 가지라고 강조한다.


 

찾아가는 방법

 

지도 앱이나 내비게이션에서 '용눈이오름 주차장'으로 검색하면 된다. 주차장은 여유롭지만 주말과 성수기에는 붐빌 수 있다. 제주공항에서 차로 60분 소요된다. 버스로 갈 경우에는 제주공항에서 급행버스(111, 112, 121, 122)를 타고 대천환승정류장에서 순환버스(810-1)로 환승하면 된다. 화장실과 매점이 주차장에 있다.
◇ 주소 :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4650

 

 

주변에 갈만한 곳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용눈이오름에서 차로 약 20여분 거리에 위치한 김영갑 갤러리는 생전에 용눈이오름에 모든 것을 바친 김영갑 작가의 치열한 기록이 남겨 있다. 제주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로 이곳을 꼽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 주소 :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로 137
◇ 전화 : 070-784-9907
◇ 시간 : 09:30~18:00 (매주 수 휴관)

 

제주 레일 바이크


4개의 바퀴가 달린 철로 자전거로 용눈이 오름 주변의 평야를 누빌 수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이 함께 가면 좋다.


◇ 주소 :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로 641
◇ 전화 : 064-783-0033

 

비자림


비가 내리는 날에 가면 더 좋지만 사실 사시사철 언제 가도 따뜻한 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드는 아름다운 숲이다.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천천히 산책을 하면 숲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 주소 : 제주시 구좌읍 비자숲길 55
◇ 전화 : 064-710-7912

 

 

 

최경진


4년차 제주 이주민이다. 산과 오름을 좋아하여 거의 매일 제주 곳곳을 누빈다. 오름은 100여회 이상, 한라산은 70여회, 네팔 히말라야는 10여회 트레킹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있으며(www.nepaljeju.com), 함덕 부근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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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최경진

4년차 제주 이주민이다. 산과 오름을 좋아하여 거의 매일 제주 곳곳을 누빈다. 오름은 100여회 이상, 한라산은 70여회, 네팔 히말라야는 10여회 트레킹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있으며(www.nepaljeju.com), 함덕 부근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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