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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인터뷰] 일상 에세이는 어떻게 베스트셀러가 됐을까?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작가와 웅진지식하우스 인터뷰 명확한 콘셉트가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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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과정은 협업이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것. 내 것을 충분히 고치겠다는 자세가 중요해요.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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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자마자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인 하완 저자는 나름 굴곡진 인생을 열심히도 살아 냈다. 대입 4수와 3년간 득도의 시간, 회사원과 일러스트레이터의 투잡 생활까지. 하지만 그동안의 인생 대부분은 인생 매뉴얼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것이었다. 이제라도 ‘남’의 인생이 아닌 ‘나’의 인생을 살기로 했다. 그래서 극약 처방으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지금이야말로 인생이라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을 찾아야 할 때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생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웃픈’ 현실을 보여주는 이 책을 담당 에디터와 작가는 “쉽게 나왔다”고 말한다. 한 권의 책을 출간하는 것이 쉬울 리 없지만, 작가, 에디터, 마케터, 디자이너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제각기 역량을 펼쳤기에 수월하게 느껴진 게 아닐까. 하완 작가와 웅진지식하우스의 인터뷰를 통해, 그 출간 과정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하완 작가가 프롤로그를 올리자마자 연락하신 출판사라고 들었습니다. 글의 어떤 점이 특별했나요?


웅진지식하우스 에디터 (이하 '웅진') | 요즘 편집자들은 브런치를 많이 보지만, 사실 저는 브런치를 꼼꼼히 보는 편은 아니었어요. 오랜만에 '브런치 들어가서 한번 볼까' 하면서 들어간 순간 그 글이 첫 페이지에 있었어요. 그림이 눈에 띄어 클릭했는데 읽을수록 재미있는 거예요. '빨리 미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지도 않고 댓글을 달았어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람, 뭔가 할 수 있겠다.

 

작가님은 연락을 받고 어떠셨나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저자 하완 (이하 '하완') | 글감이 어느 정도 쌓였던 것도 아니라서,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 연락이 와서 놀랐었어요. 이후로도 다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지만 가장 먼저 연락해준 고마운 분과 계약을 맺었죠.

 

책을 준비하는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하완 | 9월에 탈고하고 다음 해 4월에 나왔어요. 원래는 더 일찍 나오려고 했는데 출판사 회의에서 "연초에는 다들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이 넘치는데 이런 책 나오면 안 된다. 사람들이 연초 계획을 포기하기 시작할 때 나와야 한다." 그래서 4월에 나오게 됐어요. (웃음) 시기가 좋아서 반응도 좋았어요. 운이 좋았죠.


웅진 | 다른 책에 비하면 이 책은 모범생처럼 조용히 혼자 알아서 잘 나온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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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하완

 


그래도 출간 과정에서 특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웅진 | 저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사람이 분명 저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 같은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도 열심히 살겠지만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한숨 돌리고 다시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프롤로그 '나는 어디로'에 일러스트가 있어요. "이 방향이 아닌 것 같은데 왜 계속 달리고 있지?"라는 내용인데요, 요즘 20~30대가 고민하는 부분이잖아요. '방향을 모르면 잠시 멈춰도 되지 않나?'를 전체적인 콘셉트로 잡고, 우리에게 그 정도 여유는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일러스트를 프롤로그에 넣자고 했어요.

 

지금은 문장형 책 제목이 많아졌지만, 출간 당시에는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이었어요. 이런 제목은 어떻게 떠올리신 건가요?


하완 | 브런치에 글을 쓰려면 먼저 뭔가를 써서 작가 심사를 받아야 하잖아요. '심사를 통과하려면, 그리고 계속 글을 쓰려면 어떤 제목, 어떤 기획으로 어필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두 달 정도 했어요. 특히 제목 정하는 게 오래 걸렸는데요. 한가로운 어느 날 "아, 이 순간 너무 좋다. 열심히 살면 어쩔 뻔했어." 했는데 어? 좋은 거예요. 이쪽으로 풀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가깝겠다 싶었죠. "제목이 다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잘 지었어요. (웃음)

 

브런치 매거진 제목이 그대로 책 제목이자 콘셉트가 되었네요. 집필 중에 힘든 점은 없었나요?


하완 | 제 얘기를 그냥 솔직하게 써 보자,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사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근데 열심히 계속 노력한다는 게 현재에 불만족이 있기 때문에 나은 삶을 향해서 가는 거잖아요. 언제부턴지 계속 불만족인 상태로 노력만 하고, 만족스럽지 않은 거예요.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을 하면서 여유를 찾자는 의미였어요. 이 책을 쓸 당시 브런치와 궁합이 잘 맞았어요. 일주일에 1~2편 정도 계속 업데이트를 하자고 마음먹었고,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시기도 해서 신나게 썼었어요.


웅진 | 글에서 신나게 쓰신 게 느껴졌어요. 무슨 요청을 드려도 바로 피드백이 왔고 '본인만의 글 쓰는 리듬을 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작가님 직업이 일러스트레이터이신데, 외적인 면에서 책은 상상한 대로 잘 나왔나요?


하완 | 내 영역이 아니니까 '잘 만들어 주시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글을 써서 소스를 제공하는 사람이지, 요리를 하고 플레이팅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걸 맡겼는데 너무 마음에 들게 나왔죠. 제가 편집 디자인도 하기 때문에 처음 pdf 파일로 받았을 땐 사실 소소하게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었는데요. 제가 참견하면 안 되는 영역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다 좋아요" 했어요.

 

마케팅 이야기를 안 여쭤볼 수 없어요. 특히 커버가 파격적이었죠.


웅진 | 그 당시 책이 많이 나와서 마케팅은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담당 마케터가 이 책을 좋아해서 같이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중 하나가 섬머 에디션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였어요. 주니어 책에서 가끔 하는 마케팅이었는데, 투명한 재질로 캐릭터에 옷을 입히는 커버를 2천 부 정도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정도였죠. 그런데 이게 반응이 좋았어요. 그 이후로 스페셜 에디션을 만드는 게 저희 마케팅의 콘셉트가 됐죠.

 

브런치에 쓰신 원문이 책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꼭지당 글 분량이 늘어났어요. 온라인 상에서 한번 완성된 글을 종이로 옮기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웅진 | 사실 독자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짧은 글을 원하는지, 긴 글을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편집자 입장에서는 긴 글이면 편집으로 줄일 수도 있는 것이니 우선 많이 써주시면 좋아요. 초반에 본인 이야기를 많이 담아주시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어요. 가족 이야기나, 하기 힘든 이야기더라도 용기를 내서 솔직하게 가감 없이 쓰셨으면 좋겠다고 얘기 드렸는데, 작가님이 충실하게 잘 써주셨죠.

 

솔직한 글이 좋다는 걸 알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글이기도 할 텐데요.


하완 | 그런 점이 힘들었어요. 여유 있게 사는 것에 대해서 쓰다 보니 금방 소재가 떨어지더라고요. 편집자님은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쓰라고 하는데 저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쓰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왜냐하면 일상이 진짜 아무것도 없거든요. (웃음) 요새 저에 대해서 성찰하고 있는 중이에요. '내가 뭘 좋아하는 거지?' 재미없고 무료하게 사는 인생이라서, 그래서 더 고민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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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고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저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했기 때문에 출간 과정이 수월했던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협업의 케미스트리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요?


하완 | 물론 에디터 입장에서 원하는 방향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작가의 것이 너무 좋기 때문에 같이 하고자 하는 거잖아요. 책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요청하는 건 귀담아듣고 방향을 틀어가는 자세가 필요해요. "내가 알아서 수정 검열해서 나온 건데, 니가 뭘 알아. 너희가 왜 손을 대." 이렇게 생각하는 작가들도 많을 거예요. 출간 과정은 협업이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것. 내 것을 충분히 고치겠다는 자세가 중요해요.

 

브런치에서 주최한 글쓰기 클래스에서 '논란이 될 만한 글을 써라'라고 하셨는데, 그 이야기는 아직 유효한가요?


하완 |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가 읽어도 이의가 없게 쓰면 자기 생각이 안 담길 수밖에 없어요. 어떤 문장을 쓰면, 그게 제일 넘어야 할 산이죠. 예를 들어 "내가 꼭 결혼을 해야 돼?"라고 쓰면 반대편에 있는 사람의 비난이 예상돼요. 그래서 '이걸 순화해야 될까? 사람들의 기분을 맞춰줘야 할까?' 생각하면 글이 두루뭉술해져요. 부모님이나 지인들에 대해서 쓸 때도 '만약 그들이 읽으면 어떤 기분일까?'까지 생각하면 솔직하게 못 쓰게 되죠. 무슨 글을 써도 논란이 되게 되어 있으니까 좀 더 솔직하게 하고 싶은 얘기를 쓰고 자기 검열을 덜 해도 되지 않을까요? 저도 요즘 자기검열을 많이 하게 되지만, 자기검열은 안 하면 안 할수록 좋은 것 같아요.

 

브런치에 글을 쓰고 먼저 출간을 한 선배 작가로서, 브런치북에 도전하는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하완 | 제가 일러스트레이터고 글을 쓰다 보니 브런치에 그림과 글을 같이 올리는 분들을 더 애정을 가지고 보거든요. 조금 안타까운 건 그림이 너무 좋은데 콘셉트가 애매모호한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어, 일상에 대해 쓴다면 일상에서도 콘셉트를 더 명확하게 좁혀야 하는 거죠. '소소한 나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내가 백수라면 백수의 삶에 좁혀서, 주부라면 주부에 좁혀서, 나의 특징을 좀 더 명확하게 좁혀야 해요. 콘셉트는 일종의 포장이죠. 포장을 조금 더 하시면 눈에 잘 띌 거 같습니다. 브런치북엔 많은 경쟁자가 모이니까 남들과 차별화되는 개성을 드러내신다면 좋겠습니다.

 

웅진지식하우스가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곧 만나게 될 작가님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웅진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출판사에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제 개인적으로도 에디터로서 할 수 있는 걸 많이 해본 책이었어요. 이 책처럼 오래오래 많은 사랑을 받는 책이 나왔으면 좋겠고, 그로 인해 두 번째 책, 세 번째 책, 꾸준히 작가를 업으로 하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완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 특기로는 들어오는 일 거절하기, 모아놓은 돈 까먹기, 한낮에 맥주 마시기 등이 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를 내고 더 열심히 놀고 있다.


하완의 브런치 :  brunch.co.kr/@hawann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하완 저 | 웅진지식하우스
자신을 시종일관 팬티 차림의 시원한 모습으로 그림으로써 고민을 훌훌 던져버리고 자신만의 가치관과 방향성을 찾겠다는 득도의 자세를 보여준다. 진지함과 웃음의 조화는 독자로 하여금 현실을 보다 가볍게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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