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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특집] 베스트셀러를 만든 편집자 3인을 만나다 (1) – 이환희 『다가오는 말들』 편집자

<월간 채널예스> 2019년 9월호 에세이 잘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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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에세이의 판권에는 이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밝은 눈으로 필자를 찾아 기획하고, 에세이 분야를 한 뼘 더 넓힌 편집자들. (2019. 0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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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희 어크로스 편집자

 

 

독자에게 ‘불편함’을 주는 책 만들기
이환희(어크로스 『다가오는 말들』 편집자)

 

 

최근 들어 에세이가 사랑받는 이유


기본적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많이 궁금해 하는 것 같아요. 인간 자체가 관음증적 존재랄까?(웃음) 다들 삶이 바쁘고 힘들어서 책을 읽을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고,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아닐까 싶어요. 에세이는 보통 한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모든 개인의 삶 안에는 보편적인 모습이 들어 있으니까, 삶에 지친 사람들도 남의 얘기를 읽으며 꼭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공감과 위로를 받는 거죠. 여기에 상대적으로 쉽게 독서를 했다는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에세이에 가장 먼저 손을 뻗는 것 같아요. ‘책은 좋은 것이고 읽어야 한다’는, 사회가 주입한 강박을 내면화 한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사람들은 타인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진입 장벽이 낮은 에세이 분야에서 매력적인 저자와 책이 계속 나올 테니까 장르 자체는 오래도록 사랑 받지 않을까요? 어떤 테마의 이야기가 인기를 끌지는 영업 비밀입니다. 사실 전혀 모르겠어요(웃음).

 

 

다채로운 저자의 등장


SNS가 활성화 되다 보니 사람들이 사적인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쓰는 것에 거부감이 줄어들고, 무엇이든 반복해서 쓰니까 글쓰기 훈련도 된 것 같고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펀딩 사이트 텀블벅의 등장과 활성화로 작가 데뷔와 출판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도 하나의 배경이 될 수 있을 거라 봐요. 독자에게는 기성 작가가 들려주지 못했던 다양한 전문 영역의 이야기나 지극히 사소해서 보편적인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에세이를 잘 쓰고 싶다면


함께 작업했던 홍승은, 강남순, 은유 작가 같은 경우, 사회 문제라든가 복수의 사람들이 겪었을 법한 일상적인 일로부터 글감을 끌어와 쓰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세이를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평범한 일상이나 매스컴에서 숱하게 접하는 사회 문제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습관과 자기만의 시선이 중요합니다. 어떤 일에 대해 ‘나는 그때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을까? 그 사람은, 그 집단은 왜 그렇게 반응했을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섬세하게 생각해 나가다 보면 통찰력이 깊어지고 자기만의 시선이 벼려지면서 쓸 말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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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말들』  의 시작


지극히 개인적인 동기로 시작된 책입니다(웃음). 은유 작가의 전작 『글쓰기의 최전선』  이 참 좋았거든요. 잘 쓰고 잘 만든 책이기도 하지만 타인에게 좀처럼 감응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저에게 꼭 필요했던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책을 읽고 편집자로 일하는 동안 이 작가와 무조건 한 번은 작업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은유 작가에게 처음 제안을 드렸을 때가 2016년 여름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사실 지금처럼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셨어요. 원고를 다 모아서 본격적으로 책을 만들 때 가장 고심했던 건 ‘어떻게 하면 잘 팔릴 수 있을까 였는데요. 많이 팔아서 베스트셀러 편집자로 인정 받겠다는 욕심은 아니었고, 기존에 저자의 책이 많은 사랑을 받았고, 준비하는 사이 인지도도 더 높아졌으니 전보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스스로가 잡은 기준이 있었어요. 다행히 한 달 만에 전작들의 1년치 판매 부수를 넘어서서 한시름 놨죠(웃음).

 

 

『다가오는 말들』 로 전하고자 한 메시지


사람은 누구나 편견과 고정 관념 덩어리라고 생각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타인이나 다른 집단을 쉽게 판단하고, 쉽게 혐오하고 차별하죠. 책의 부제가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인데요, 은유 작가도, 저도 이 책이 독자가 자신의 편견과 고정 관념을 점검해보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에세이를 만들 때 중요한 것


타인과 거리를 두는 법, 타인에게 단단해지는 법, 혼자서도 잘 사는 법과 같은 일종의 고립된 개인주의를 부추기는 책이 많은데요, 가급적 그러한 책은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더 많은 연결이 필요한 세상이니까요.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  『다가오는 말들』  을 만든 주된 목적은 공감과 위로가 아니라 독자에게 불편함과 혼란을 안기는 것이었어요. ‘핍박 받던 소수자의 원한이 옮겨 붙은 괴수를 물리치길 주저하던 울트라맨의 모습을 통해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 혼란이 왔고, 한층 어른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홉 살 때 일화가 떠오릅니다. 불편함과 혼란이야말로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최고의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생산자 입장에서 사람들에게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책을 제공하고 싶고요.

 

 

새로운 저자를 발견하는 일


페이스북이 텍스트 기반의 플랫폼이어서 가장 많이 살펴 보고 있어요. 온라인 매거진, 일간지, 주간지 같은 오프라인 잡지도 종종 참고하고요. <한국일보> 기자였고 『1밀리리터의 희망이라도』 책을 낸 박선영 작가, 그리고 한국 사회 미투 운동에 불을 붙인 서지현 검사와 한번 작업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홍승은 작가의 첫 책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를 만든 이후로 계속 주목하고 있었고 곧 ‘여성의 글쓰기’ 관련 새 책이 나오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웃음).

 

 

베스트셀러 에세이 기획의 노하우


베스트셀러 작가를 섭외하면 됩니다(웃음). 제가 만든 에세이는 인문, 사회 분야 베스트셀러이긴 하지만 종합 베스트셀러는 아니었고, 담고 있는 메시지도 여러모로 마이너한 책입니다. 저는 제가 읽고 싶은 책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편집자가 무턱대고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만들면 안 되겠죠. 취향을 객관화 해서 몇 명의 독자들이 공유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하고, 최소한 1만 명 이상 될 것 같다 싶으면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요. 다수의 대중이 좋아하는 문화 컨텐츠를 열심히 체크하고 읽고, 보고, 들으면서 진심으로 좋아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읽고 싶은 것만 만들어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다가오는 말들은유 저 | 어크로스
나는 나와 타인을 돌볼 수 있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우리가 서로 연결되면서 세상도 좋은 쪽으로 약간의 방향을 틀게 된다. 우리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 때 내가 가진 편견이 깨지고 자기 삶이 확장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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