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아톰 뮤직 하트는 분명 즐기는 자다

아톰 뮤직 하트 『Bravo Victor』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Bravo Victor>의 외침은 ‘원 웨이 로큰롤’을 신봉하는 아티스트의 끓어오르는 내면으로부터 터져 나온다. (2019. 09. 18)

0002237512_001_20190821123111517.jpg

 

 

더 모노톤즈의 불미스러운 사건과 해체는 팬들에게도 충격이었지만 결백한 차승우와 보컬 훈조에게도 큰 상실을 안겼다. 훈조의 표현을 빌리자면 ‘괴롭지 않은 음악이 필요했다’. 지난해 차승우가 챠 챠(Cha Cha)라는 새 이름으로 1960년대 대중음악의 고전 문법을 물씬 담은 신곡 「momo」를 발표하며 본인을 치유했다면, 훈조는 유년기를 지배한 로큰롤 히어로들의 음악과 함께 슈퍼밴드를 결성했다.

 

아톰 뮤직 하트는 그래서 훈조의 팀이다. 훈조가 어린 시절 들렀던 미국의 기타샵 상호명을 살짝 바꿔 밴드의 이름을 지었고, 자신에게 첫 기타를 팔았던 그곳의 사장을 첫 앨범 제목으로 삼았다. 고전의 흥이 물씬 풍겼던 전 밴드와 달리 훈조의 음악은 비틀즈와 비치 보이스를 가져가면서도 1990년대 그런지와 얼터너티브의 거친 매력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변주를 가미한다. 줄리아 드림의 리더 박준형, 칵스의 드럼 신사론, 신예 홍인성과 최예찬이 그의 순수한 음악 열정의 동반자로 나섰다.

 

데이비드 보위의 이름을 뒤집은 첫 트랙 「Weebow」로 선명한 출사표를 던진다. 2016년 세상을 떠난 ‘록의 카멜레온’을 기리며 의도적으로 그의 1970년대 스타일과 색소폰 세션을 오마주한 이 곡은 「5 years」와 「Rock n’ roll suicide」를 언급하는데, 강렬한 훅을 노래하는 훈조의 보컬은 해탈한 아티스트의 고고함으로부터 음악에의 의지를 다잡겠다는 듯 단단하다.

 

목소리가 전면에 나서는 만큼 전 팀과 구별되는 시원시원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스매싱 펌킨스를 연상케 하는 그런지 트랙 「Zucchini」는 변주를 최소화한 직선적 전개로 끝까지 달려 나가고, 푸 파이터스를 방불케 하는 합창 「Paru」도 중반부 완급 조절을 한 번 거치긴 하나 곡을 지탱하는 것은 박준형의 지글거리는 기타 솔로와 훈조의 스크리밍이다.

 

전신 밴드로부터 습득한 대곡 지향의 면모도 짜임새가 있다. 「CheongSan」은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Bullet in your head」를 연상케 하는 베이스 리프로 출발해 오르간 이펙트를 활용하여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를 추가하고, 포스트 그런지 스타일의 폭발과 몰아치는 기타 사운드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베이스 최예찬이 밝힌 대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Dani california」를 레퍼런스한 「라일락」 역시 모방을 넘을 수 있는 것은 곡 중반 느릿한 변주와 김도연의 피쳐링, 박준형의 강렬한 굉음 및 기타 솔로에 있다. 월 오브 사운드와 비치 보이스 스타일 코러스를 의도한 「The bench」의 경우 완성도는 훌륭하나 앨범 전체 흐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Bravo Victor>의 외침은 ‘원 웨이 로큰롤’을 신봉하는 아티스트의 끓어오르는 내면으로부터 터져 나온다. 깊은 좌절에도 음악을 멈출 수 없었던 훈조와 그 동료들은 록의 영웅들을 흠모하며 그들로부터 받은 영감을 순수한 열정과 원초적인 포효로 해소한다. 논어(論語) 속 공자의 말씀대로,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아톰 뮤직 하트는 분명 즐기는 자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