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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다름 - 있지, 「IT'z ICY」

있지’의 콘셉트는 바로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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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는 데뷔 싱글 「IT'z Different」 발표를 앞두고 짧게 공개된 티저 영상만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2019.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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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 JYP엔터테인먼트

 

 

지난주에는 가요프로그램 앞부분을 꾸벅꾸벅 졸면서 보는 듯 마는 듯 하다가 이런 생각도 했다. 케이 팝에 유입되는 새로운 팬보다 케이 팝에 새로이 등장하는 신인이 더 많은 게 아닐까.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 가요를 좋아하는 사람의 숫자는 결정되어 있는데, 그들 대부분은 일정한 성취를 이룬 스타의 팬인 상황이다. 신인은 그 틈을 비집고 탄생해 눈길을 끌어야 한다. 넓지 않은 기회의 문은 점점 더 좁아지는 듯하다. 지상파 가요프로그램의 앞 순서는 주로 신인의 몫인데, 매주 바뀐다. 그들 중 차트에 안착하는 신인은 생각보다 흔치 않다. 방송 무대의 기회를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많은 신인이 대중에게 노출될 기회조차 받지 못한 채 소리 없이 나타나 흔적 없이 사라지기 일쑤다.

 

해외에서의 열기로 케이 팝의 가능성이 증폭된 최근 몇 해에는 더욱 그러하였다. 이례적인 화제성을 보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력, 수요의 다양화, 군소 기획사의 난립 등의 이유로 엇비슷한 콘셉트의 아이돌 그룹이 대거 등장했다. 가요 팬의 입장에서 신인의 등장이 못마땅할 일은 없다. 도리어 다양한 음악과 무대를 즐길 수 있으니 환영하는 게 맞겠지만, 문제는 별로 다양하지도, 새롭지도 못할 때가 많아서 생긴다. 기존 그룹의 콘셉트에서 강한 기시감을 느끼게 하고, 음악과 퍼포먼스 모두 어떤 지향점을 가졌는지 알 수 없을 때 팬들은 지루함을 느낀다. 3분 내외의 무대에서, 지루함에 대한 인내심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차라리 다른 신인에게 기대를 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다음 주에는 다음 주의 신인이 다시 등장할 것이므로.

 

하지만 이렇게만 하면 신인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있지’는 데뷔 싱글 「IT'z Different」 발표를 앞두고 짧게 공개된 티저 영상만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수년 동안 숱하게 명멸한 아이돌 그룹들을 지켜봐 왔던 케이 팝의 팬들은 이제 티저 영상만으로 대략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될는지, 아니 될는지. ‘있지’에 대한 판단은 두말하면 잔소리, 될 수밖에 없는 신인이었다. 타이틀 「달라달라」는 최신의 것이라 부를 만한 장르를 하나의 곡에 담아냈는데, 혼종의 천재들이 모인 기획사답게 어색함 하나 없이 세련된 사운드를 구축했다. 요즘 트렌드와는 다르게 전주가 19초(!)나 되는데도, 타격감이 넘쳐 지루할 틈이 없는 비트로 그룹의 정체성을 확실히 한다. 변화무쌍하게 이어지는 곡의 타래를 앞 선에서 이끄는 안무의 신선함, 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멤버들의 테크닉까지…… 준비된 신인은 ‘있지’를 염두에 두고 생겨난 말인 것 같다.

 

여름 시즌에 발표된 두 번째 싱글 「IT'z ICY」는 이 그룹의 성공적 안착을 축하하는 해변의 폭죽놀이처럼 보인다. 이전 싱글 수록곡의 리믹스 버전을 포함해 다섯 곡으로 이루어진 이번 앨범의 완성도, 멤버들의 소화력은 앨범의 홍보용 소개 글이 허투루 들리지 않게 한다. “K팝 新 지평 제시 'JYP 4세대 걸그룹' 가요계 접수 예고!” 가요계를 접수한다는 말은 조금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다. ‘있지’가 가사가 전달하는 메시지처럼 케이 팝 아이돌은 자기 자신이어만 하다는 것이다. ‘있지’의 콘셉트는 청순도 섹시도 힙합도 비주얼도 실력도 그 무엇도 아니다. ‘있지’의 콘셉트는 바로 ‘있지’다.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해시태그를 붙일 단어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하나 붙일 수 있겠다. #있지.

 

케이블 가요프로그램에서 무대 뒤를 쫓아온 카메라에 ‘있지’의 멤버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 여러 번 연습해서 틀리려고 해도 틀릴 수가 없어요.” 신곡 「ICY」의 안무는 4세대라는 말이 어울리게 이전 세대 걸그룹의 군무와는 한 차원이 다른 복잡성을 보이는데, 멤버 다섯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매번 정확하게 무대를 수행한다. 앞선 무대들에서 조는 듯 보는 듯했던 텔레비전을 향했던 나의 눈이 ‘있지’의 무대에서 번쩍 떠졌음은 물론이다. 사실 걸그룹 명가로 평가받는 기획사 ‘JYP’에서 내놓은 ‘있지’의 실패를 점친 이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실패가 어색할 만큼 트레이닝이 반복되었을 것이고, 최근의 흐름을 명민하게 엮어 곡을 만들고 안무를 짰을 테니까. 하지만 이만큼이나 다를 줄은 몰랐던 것도 사실이다. 그들은 두 번의 싱글과 연속된 히트로 그들로부터 탄생한 다름의 연속성을 확인시켰다. 이제 그룹 안에서의 멤버들의 다름과, 싱글과 싱글 사이 그리고 정규앨범으로 만들어질 시간의 다름까지도 수행해야 할 것이다. 할 일은 많겠지만 의심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저 ‘있지’가 맨 앞에서 개척할 다음 세대의 케이 팝의 모습이 궁금할 따름이다. 거기에도 붙일 만한 해시태그는 단 하나뿐이겠지. 바로 #있지. 


 

 

있지 (ITZY) - IT’z ICY 있지 노래 | 드림어스컴퍼니 / JYP Entertainment
타이틀곡 'ICY'는 겉은 차가워 보이지만 속은 뜨거운 열정이 넘치는 모습을 표현한 ‘2019 서머송’이다. 힘찬 꿈과 자신감으로 가득한 ITZY 다섯 멤버들이 무더운 여름을 쿨하게 장식하고, 거침없이 위로 향하는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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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효인(시인, 문학편집자)

민음사에서 문학편집자로 일하며 동시에 시와 산문을 쓰는 사람. 1981년 목포에서 태어났다. 2006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매일같이 여러 책을 만나고 붙들고 꿰어서 내보내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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