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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무늬 떡살을 아십니까?

『앤티크 수집미학』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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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시면 샌드위치 드려요.” 아, 샌드위치. 그날따라 왜 그렇게 이게 땡기던지 식탐이 귀찮음을 이겼다. (2019.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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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홈즈의 업무가 6월 말로 종료됐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카페 홈즈를 소재로 한 앤설러지  『카페 홈즈에 가면?』  을 출간하고 북토크도 진행했으며, 역시 카페 홈즈를 소재로 한 장편 『반전이 없다』를 카카오페이지에서 선 연재 개시, 연말 종이책 출간을 목표로 달리기 시작했다. 활동반경이 넓어지니 자연스레 새롭게 만난 사람들의 숫자도 늘었다. 함께 떡볶이를 1점을 나눠먹은 사람의 얼굴만 떠올려도 최소 스무 명 이상이니, 지난 반 년간 내 사회생활은 성공적인 편이었다고 괜찮을 듯하다.

 

어렸을 때를 떠올리자면 지금의 나는 의아하다 못해 희한하다. 중학교 시절까지 나는 친구 사귀는 법을 알지 못하는 전교 왕따였으니까. 중학교 시절 왕따를 당한 사연은 일전 ‘조영주의 성공한 덕후’를 연재할 때에도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런 중학교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책 덕분이었다. 수없이 많은 책, 심지어는 교과서를 보면서도 나는 몰입했다. 이런 과몰입은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내가 최초로 모은 물건은 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확하게는 만화책 단행본이 대부분으로 이중에서도 특히, 일주일에 한 번 나오는  『아이큐 점프』 는 거의 집착하다시피 했다.

 

화요일(목요일일 수도 있다)마다 천오백 원씩 주고 샀던 것 같긴 한데 확실치는 않다. 하지만 내가 동생한테 이렇게 말한 건 기억이 난다. “야, 가서 아이큐점프랑 떡볶이 사고 거스름은 너 가져.” 그러면서 아마 동생한테 천원을 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악덕 누나도 없다. 당시 내가 주간  『아이큐 점프』 를 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는 설명이 필요 없는 만화 『드래곤볼』을 보기 위해서.

 

중학생 시절, 『드래곤볼』이 한창 연재 중이었다. 그걸 보는 게 왕따 생활의 얼마 안 되는 낙이다보니 매주 용돈을 털어 잡지까지 샀다. 일단 동생이 잡지를 사오면 첫 장부터 끝장, 애독자코너까지 외우도록 봐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고도 왠지 아쉬워서 어느 정도 분량이 쌓이면 내 나름 분권을 시도했다. 당시 만화대본소에서는 잡지를 분권한 후 두꺼운 종이를 대서대본소에서만 파는 단행본 같은 형태로 책을 만들곤 했다. 나는 그런 걸 흉내 내서 내가 좋아하는 만화만 모았던 것으로,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게 내가 최초로 수집벽을 발휘한 순간이었던 듯하다.

 

나는 최근까지 꽤 자신이 있었다. 이 정도로 심한 수집벽을 가진 인간은 나밖에 없을 거야, 하는 이상한 자신감. 그런데 이 생각이 달라졌다. 최근 나보다 훨씬 심한, 역사와 전통과 투자(?)를 자랑하는 수집가를 발견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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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마음산책 북클럽에 가입했다. 이후 두 번의 북클럽 모임에 가서 작가 강연을 들었다. 이 중 6월에 들은 강연은 청중이 적었다. 나 역시 처음엔 안 가려고 했다. 강연 전, 미리 보라고 도착한 연사의 신간 제목이 마음에 안 들었다.  『앤티크 수집미학』  이라니, 내 인생에 단 한 번도 모아본 적 없는 물건의 이야기였다. 그랬다가 당일 도착한 이메일에 마음이 바뀌었다. 이메일의 내용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오늘 오시면 샌드위치 드려요.” 아, 샌드위치. 그날따라 왜 그렇게 이게 당기던지 식탐이 귀찮음을 이겼다. 그렇게 찾은 강연장에서 나는 샌드위치는 물론이거니와 강연에도 흠뻑 빠졌다. 나보다 훨씬 심한 수준의 수집벽을 가진 저자 박영택의 취미에.

 

이 책의 저자 박영택은 수집벽이 있다. 처음에는 사소한 물건들, 연필이나 지우개 같은 소소한 것들에서 시작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앤티크에도 손을 대고 있었단다. 억단위의 수집벽 사연을 좔좔 읊어대는 걸 듣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한손에 노트를 들고 흠흠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앤티크를 수집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내리 적고 있었다. 그리고 연이은 질의응답시간, 나는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것도 제일 먼저 번쩍. 그러고는 물었다.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직선무늬 떡살이란 게 있던데” 나는 혼자서 5분 이상 직선무늬 떡살에 대한 집요한 자료를 요구했고, 연사 역시 조금 웃겼는지 이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아, 직선무늬 떡살에 꽂히셨군요.”

 

그렇다. 꽂히고 말았다. 어느 정도냐면, 내가 쓰는 소설에 앤티크 도끼를 쓰는 기이한 인물을 적고 싶을 정도로 말이지. 이렇게 칼럼을 적는 내내 “직선무늬 떡살”을 중얼거릴 정도로 말이지. 아무래도, 얼마 못가 인사동을 어슬렁거린 끝에 정말 떡살을 구입하고야 말았다는 흥분한 어조의 칼럼을 올릴지도 모르겠다. 
 


 

 

앤티크 수집 미학박영택 저 | 마음산책
각종 옹기들은 장류, 젓갈 등을 담는 한국의 저장 문화를, 꼭두와 동자승은 사후 세계를 바라보는 조상의 세계관을 알려준다. 사물에 깃든 선조의 지혜, 맑고 섬세한 성정을 이 책의 글과 사진 속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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