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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로 오실래요?

<월간 채널예스> 201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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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던 모든 일이 현실이 되는 순간! 대륙 최고 기사단장에서 천년을 살아온 마탑의 수장까지. (2019. 06. 14)

장르 소설 여행 가이드북.jpg

 


지금 이 페이지를 읽고 있는 당신이 가진 최고의 능력은 무엇인가요.

 

그래요, 어쩌면 당신은 시대가 낳은 동전 마술 대가일 수도 볶음밥에 관한 한 세계구급 마스터셰프일 수도 무수한 공성전을 승리로 이끈 RPG 게임 마스터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함께 찾아갈 판타지가 탄생한 장소는 이런 우리 안의 능력자들이 더욱더 크고 절대적인 능력을 꿈꾸면서 만들어 낸 깊고도 거대한 동굴 속입니다.

 

그곳에서라면 우리는 누구나 길들이기 어렵다는 흑룡의 등에 탄 채 적진을 초토화시키고, 아무도 모르던 후추라는 향신료를 찾아내서 거부가 되고, 예언 속 존재가 되어 고통받는 이종족들을 구원할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현대의 지식을 품은 채로 과거에 들어가 인류 최초의 증기기관을 발명할 수도 있겠지요.

 

판타지. 최근에는 퓨전/현대 판타지까지.


이 세상에서 실현하지 못한 절대적인 힘과 꿈과 모험을 실현하게 해 주는 이세계의 이야기.


그럼 지금 상상 속 가장 멋진 탈것을 떠올려 보시겠어요? 갈기가 휘날리는 유니콘의 등 위에, 갓 개발된 텔레포트 마법진 위에, 푸른 바다 위 황실 깃발을 날리는 쾌속선 위에. 이 여행을 떠나 봅시다.


아, 안전벨트는 단단히 메세요. 이 세계에서 출발 속도는 언제나 드래곤 S급이니까요.


Case 2 : 어드벤처 타임

 

케임브리지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 fantasy란 단어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실이나 실제에 기반하지 않은 상상 속의 즐거운 사건이나 상황.’(a pleasant situation or event that is imagined, but is not real or true.)

 

여기에는 총 세 가지의 주요한 요건이 작용합니다.


즉, 현실적이지 않으며 상상력이 동원되어야 하고 떠올리기만 해도 즐거운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인류가 현실에 발을 딛고, 상상력을 품고 있으며,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아주 원천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판타지라는 장르의 태동은 역시 신화에서 찾는 것이 가장 빠를 것입니다. 인류는 시도 때도 없이 떨어지는 천둥과 벼락을 보고 성정이 불같은 천둥의 신 토르를 상상했으며, 불가해한 연애 감정을 변덕스러운 큐피드의 화살로 정리했고, 혼란스러운 우리 존재의 기원을 진홁과 신의 숨결이 깃든 뒤죽박죽된 조소 작품으로 해설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아름답거나 흥미롭거나 과장된 이야기를 입혀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바로 판타지의 시작점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사가’라는 기나긴, 입에서 입으로 귀에서 귀로 전해지는 이야기의 형식이 만들어진 것이죠.

 

결국 판타지란 인류에게 가장 원시적이고 본능적이고 매력적인 장르인 것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정통 판타지 소설’이란 엄밀히 유럽의 신화 및 전승에서 기원한, 이종족과 봉건제 왕정과 근대 이전 형태의 사회 체제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변주들을 의미합니다.


반지의 제왕, 책이나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도 제목을 들어 보셨을 거예요. 오크와 엘프와 드워프와 드래곤, 마족과 신족과 영웅과 천국이 등장하는 바로 그런 서사 말이에요.

 

혹시 맨 처음 읽었던 판타지 소설 제목 기억하시나요? 자, 셋을 셀 테니 불러 보시죠.


하나, 둘, 셋, 드래곤 라자!(퇴마록이라고 하신 분도 가즈나이트라고 하신 분도 세월의 돌이라고 하신 분도 투명 드래곤이라고 하신 분도 죄다 정답 처리 해 드립니다. 요는, 뭘 처음 읽으셨느냐는 거니까요.)

 

1990년대 VHS와 장편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대여점 문화가 PC 통신 활성화와 함께 새로운 매체에 걸맞은 새로운 스토리에 목말라 있던 대중들에게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른바 메가히트라고 할 만한 장편 판타지 소설들이 하나둘 오르내리기 시작합니다. 더욱이 북미의 비디오게임과 서구 및 일본의 던전앤드래곤 방식 서사들이 일종의 전통을 형성하면서 판타지라는 고중세 사가에 가까운 스토리들이 우리나라 대중들의 마음을 울리고, 그 안에서 작품성과 완성도에 따라 레전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전까지 이른바 서브컬처가 주목받는 예가 드물었던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이 장편 판타지의 골든에이지는 심지어 게임을 즐기지 않거나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던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깊이 침투합니다.

 

그다음 모두가 아시는 대로 PC 통신 시절 정통 판타지 소설은 새로운 국면에 처하게 됩니다. 접속 시간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던 통신계 소설들과 달리, 유무료 연재 지면이 확장되고 아마추어 작가들의 성공 사례가 계속되면서 양적인 증폭은 점점 더 가속화하게 되지요.

 

워낙 판타지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행복감을 주었으며 접근 장벽 또한 낮았기 때문에 우후죽순 다종다양한 실험과 상업화의 기로에 섰던 거예요. 동양 판타지, 무협 판타지, 퓨전 판타지,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와 결합된 판타지까지. 학생도 직장인도 연세 지긋하신 분들도 저렴하게 오랜 시간 즐거운 이야기를 소비할 수 있게 해 준 국산 장르물을 만나 보게 된 것은 긍정적인 일이었지만 그 한계가 명확한 대여점이라는 방식의 유통 형태가 판타지 장르의 양적 성장과 질적 저하를 불러일으킨 것은 안타까운 면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러, 웹소설 문화 속에서 판타지는 과학이 판타지를 충족할 수 있게 된, 욕망이 보다 복잡화되고 다각화된 사회 안에서 전혀 다른 상황에 처했습니다.

 

현실을 떠나 떠올릴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상상.


한번, 떠올려 볼까요.

 

온라인 게임이 만들어 내는 ‘사가’와 모바일 액정 너머 펼쳐지는 ‘가상현실’, 기술이 보여 주는 청사진의 ‘즐거움’이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꿈꾸게 하는 상상 그 너머의 상상은 어떤 풍경일까요.

 

이제 우리가 소비하고자 하는 가장 재미있는 환상은 이렇게 변했습니다.

 

평생 조직에 얽매여 회사의 일원으로 고생하던 누군가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몇 십 년 전 재벌 가계에서 태어납니다. 약간의 자본으로 한참 창고 시절이었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지분을 사들이고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 무소불위의 금권을 휘두르죠. 그런가 하면 실패한 야구선수는 생을 등지고자 하다가 눈을 떠 보니 눈앞에 게임의 스탯창이 떠올라 있습니다.


말을 듣지 않던 어깨는 게임마스터의 조언을 따르기만 하면 메이저리거 이상의 출력, 우리 세대 베이브 루스가 탄생한 거죠. 엔터테인먼트계로 가 볼까요? 안 팔리던 단역 배우가 지나가다 만난 이상한 할아버지의 명함을 받고 찾아간 그곳, 거기서 엄청난 오디션 정보 하나를 얻게 됩니다. 나만 소속된 매니지먼트사에서 소개하는 모든 일거리마다 대한민국 최고 연예인으로 거듭나게 할 결정적 순간들이라서 바쁘기 이를 데가 없네요.

 

신비한 힘이 지배하는 아서 왕의 원탁과 매킨토시 개발을 미리 알고 있는 회귀자의 회의 테이블은 같은 지점에서 출발하는 환상인 거죠.

 

자 이제 다시, 욕망의 이야기입니다. 판타지는 이루기 힘든 꿈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희망의 서사예요. 형식과 소비 형태는 파피루스에서부터 태블릿PC까지 진화해 왔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실은 여전하지요. 우리는 꿈을 꾸도록 만들어진 존재이므로 현실이 완벽하지 않다면 판타지는 언제까지고 우리 옆에 존재할 스토리라는.

 

당신이 보고 싶은 fantasy는 무엇인가요? 지금 제일 가까운 디바이스 화면을 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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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은경(그래출판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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