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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리스>로 찾아온 배우 서경수

<월간 채널예스>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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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끈끈한 에너지가 바로 <그리스>의 백미, 아닐까요? (2019. 0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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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지컬은 직접 관람하지 않았더라도 제목이나 내용, 심지어 넘버까지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힌트를 주자면 일단 남자 배우들의 주요 의상이 가죽점퍼에 청바지다. ‘Tell me more, tell me more~'라는 가사가 나오는 ‘Summer nights'이 주요 넘버이고, 1978년에는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존이 출연한 영화로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렇다, 197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그리스> . 10대들의 꿈과 사랑, 열정을 담은 뮤지컬  <그리스>  가 2019년 정서에 맞게 새 단장을 마치고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그리스>  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역시 라이델 고등학교의 킹카 ‘대니’, 처음으로 대니로 변신한 배우 서경수 씨를 개막 전 직접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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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가 4월 30일 개막했지만, 2월 쇼케이스부터 굉장히 오래 작업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진행한 작품은 처음이에요. 1월에 만났고 8월 11일에 끝나니까 겨울에 시작해서 여름에 끝나는 셈이죠. 그만큼 동료들과 친해져서 좋긴 해요. 오래 준비한 만큼 좋은 반응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 직전까지도 계속 고민하고 수정하며 준비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3년 정식으로 공연됐는데, 기존에  <그리스>  를 본 적이 있나요?


학교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조안무를 담당하면서 빈스 폰테인을 연기했고, 의경 홍보단에서도 ‘폴리스 그리스’로 빈스 폰테인을 맡았어요.

 

그럼 대니는 처음인데, 오만석, 엄기준, 이선균, 고영빈, 지현우 씨 등 역대 대니가 쟁쟁하잖아요. 처음 대니 역이 얘기됐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대니가 나에게 맞는 옷인가, 생각이 많았죠. 킹카 역할을 가까스로 해오긴 했지만, 대니는 킹카에 게다가 고등학생이잖아요(웃음).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나만의 대니를 만들어보고 싶더라고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워낙 쟁쟁한 분들이 맡았던 배역이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서 제 갈 길을 가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대니 캐릭터는 어떻게 접근했나요? 대놓고 허세 부릴 수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은데요(웃음).


대니는 허세 가득한 청년이지만 그 안에 강한 순수함을 지니고 있어요. 친구들을 위하는 의리 있고 정 많고 아주 솔직한, 오늘을 살아가는 친구죠. 사실 이 허세를 관객들이 알아챌 수 있다면 재밌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어린 친구의 허세가 귀엽고 재밌게 다가갈 테니까요.

 

안무가 많은 작품이잖아요. 춤 잘 추는 서경수 씨가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스>  에 참여한 이유이기도 하죠. 그런데 몸이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웃음). 춤을 정말 오랜만에 추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예전에는 숨이 차면 좀 서 있으면 됐는데 이제는 누워야 할 지경이라서 연습하면서 체력단련도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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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를 함께 연기하는 김태오, 정세운 씨는 전혀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많이 달라요. 세운 씨는 겉은 여리여리해 보이는데 부산 상남자라 강한 게 있고, 태오도 노래 잘하고 연기 잘하고 매력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두 사람에게서는 그야말로 젊은 에너지가 나와요. 사실 이번 작품에서는 제가 빈스와 미스 린치 다음으로 ‘왕고’예요. 전작까지만 해도 막내에서 두 번째였는데 이렇게 됐더라고요. 저희 배우 중에 2000년생도 있거든요. 그래서 20대, 제가 지나왔던 시간인데도 그들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어요. 에너지의 색깔이 다르다고 할까. 나의 대니는 허세가 아니라 아저씨가 여유 부리는 느낌이면 어쩌나 걱정돼서요(웃음).

 

작품의 배경이 1950년대입니다. 제목인 ‘그리스’ 자체가 나라 이름이 아니라 머리에 바르는 포마드 기름이잖아요. 전체적으로 너무 올드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맞아요. 그래서 현대적인 것들을 적절히 섞는 데 많은 공을 들였어요. 시대적인 배경을 잘 살리면서도 지금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요즘 유행하는 것들도 활용하는 거죠. 뮤지컬 <그리스>라고 하면 많이들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시대적인 배경이나 소품은 유지하지만 예를 들어 단어 선택을 달리 하는 등 선을 잘 지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직접 참여하니까 더 잘 알 것 같습니다. 뮤지컬  <그리스>  의 롱런 비결이 무엇일까요?


무대 안팎에 있는 사람들의 열정 때문인 것 같아요. 뜨겁고 멋진 작품이거든요. 젊은이들의 패기와 열정,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끈끈한 에너지가 무대 위에서 발현되는 게 <그리스>의 원동력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쇼뮤지컬이잖아요. 영화나 광고 등으로 음악도 익숙하고, 부담 없이 편하게, 즐겁게 보실 수 있는 작품이고요.

 

저희가 <신과 함께> 때 만났는데, 이후 줄곧 너무 재밌는 작품만 하시는 거 아닙니까(웃음)?


그러게요. <신과 함께>, <이블데드>, <오!캐롤>, <젠틀맨스 가이드>, <그리스>  까지 신나고 재밌는 작품을 많이 했네요. 즐겁고 밝은 작품도 좋아하지만 다크한 것도 좋아하니까 다음 작품은 참고할게요. 그런데 저희가 이번 <그리스>에서 새로 만든 대사가 있어요. ‘인생을 살면서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두 가지 있는데, 바로 내일과 어제다. 그러니 오늘을 즐겨라!’라는 내용이거든요. 그러니까 일단은 <그리스>  를 즐기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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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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