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 뮤지컬 <더 캐슬>
하워드 홈즈가 소유한 호텔 캐슬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
벤자민과 캐리는 우연히 방문한 ‘캐슬’ 호텔에서 연쇄 살인마 하워드 홈즈를 만나 그를 돕는다. (2019. 05. 08)
뮤지컬 <더 캐슬> 은 연쇄살인마 하워드 홈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배경은 1983년 시카고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리던 때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관광객이 시카고에 몰렸던 그때 하워드 홈즈는 교외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었다.
호텔로 들어가는 손님은 많았지만, 밖으로 나가는 방문객을 본 사람이 없었다. 하워드 홈즈는 방문객들이 객실에 머무르는 동안 죽인 후 지하실에서 시체를 해부해 연구실에 공급하며 돈을 벌었다. 실제로 그가 죽인 사람들이 몇 명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20여 명이라고도 하고, 100여 명 가까이 된다고도 한다.
뮤지컬 <더 캐슬> 은 만국박람회가 열리던 때 하워드 홈즈가 소유한 호텔 캐슬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에서 큰 틀을 가지고 와 새로운 인물과 상황을 그렸다. 지금까지와 다른 사람이 되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었던 벤자민과 캐리, 호텔 주인인 하워드 홈즈, 그리고 캐슬 호텔의 옆 마을에 사는 토니가 등장한다.
매력적인 연쇄 살인마 하워드 홈즈의 호텔 ‘캐슬’
벤자민과 캐리는 시카고에 도착하자마자 두 사람의 전 재산이 든 가방을 잃어버린 것을 깨닫는다. 두 사람은 이전에 살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 다른 삶을 살기를 꿈꾸며 시카고에 왔다. 그러나 가방에 든 ‘증거’가 그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캐리는 금방이라도 누군가 쫓아올 것 같다며 불안한 마음을 터뜨린다. 벤자민은 그런 캐리에게 어떻게든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설득하며,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토니를 만난다.
토니는 낯선 곳에서 그들이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다. 남루해 보이는 옷차림을 하고 바닥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그는 꼭 무언가를 안다는 듯이 당신들은 좋은 사람들이라고, 나는 그걸 볼 수 있다고 노래한다. 벤자민과 캐리는 그런 토니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토니는 계속해서 말한다. 그건 사고였으니까 모두 잊고 여기에서 도망치라고, 절대 그와 마주쳐서는 안 된다고. 토니가 언급한 ‘그’는 호텔 캐슬의 주인 홈즈다.
홈즈는 벤자민과 캐리에게 숙식을 제공할 것을 제안한다. 괜찮아 보이는 호텔에서 지친 몸을 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캐리는 벤자민을 설득한다. 두 사람이 호텔 캐슬에 머물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극이 진행되면서 네 사람의 분명한 캐릭터가 부각된다. 벤자민은 우유부단하고 모두 캐리의 선택에 따르지만, 한 번 가기로 마음먹은 길은 끝까지 밀고 나간다. 캐리는 당장 보이는 것, 취할 수 있는 것을 믿는 사람이다. 자신이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명확히는 모르지만, 평범한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한다. 홈즈는 눈치가 빠르고, 매력적으로 이야기하며, 잔인하다. 토니는 선하다. 그렇지만 끝까지 극 중 누구도 설득하지 못한다.
연쇄 살인이라는 거대한 사건보다는 등장인물의 미묘한 감정선과 내면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표현한다. 극을 보는 관객은 절대 선으로 표현되는 토니나 완전한 대척점에 선 홈즈보다는 벤자민 혹은 캐리에게 몰입하게 된다.
미로 같은 캐슬 호텔 지하에서 벌어진 일들
실제 홈즈가 운영했던 캐슬은 100개가 넘는 방과 비밀 통로, 가짜 벽돌이 가득한 집이었다고 한다. 뮤지컬 <더 캐슬> 의 배경도 비밀스럽고 복잡한 구조의 캐슬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가 쓰였다.
무대는 2층으로 구성되었다. 1층 무대는 캐슬 밖 혹은 홈즈의 연구실로 쓰인다. 2층 무대로 오르는 계단은 객석에서 모두 보이지 않는다. 마치 계단 뒤편에도 다른 공간이 연결된 것 같다. 2층 무대는 호텔 캐슬의 객실이다. 캐슬 밖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따뜻하고 포근해 보이는 약간 붉은 조명을 사용해 구분했다. 푹신하고 안락한 의자와 테이블이 놓였지만, 천장에는 가스를 뿜는 관이 연결되어 있다.
극의 마지막에는 상황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선과 악이라는 신적인 존재를 내세워 표현한다. 평범한 행복을 바랐던 캐리는 불행했던 과거를 완전히 지워버리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우유부단한 벤자민 역시 잘못된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최선을 다한다. 누구나 한 번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의 선택이 정당화되려면 몇 번이고 거듭된 선택을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 선택은 자기 자신이 된다.
언제 발각될지 모를 두려움에 떨며 가난하게 살 것인지, 편안하고 안락한 곳에서 잔인한 일을 하며 부유하게 살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되면 옳을 수 있을까. 옳은 뮤지컬 <더 캐슬> 은 6월 30일까지 예스24 스테이지 1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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