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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블랙을 잊게 하는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듀이, 코너 존 글룰리
관객들과 호흡하는 걸 좋아하는 코너 존 글룰리
더 잘하고 싶었어요. 그가 생각하고 보여준 듀이가 있을 테지만, 흉내 내기보다는 나만의 듀이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2019. 04. 10)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신작 뮤지컬 <스쿨 오브 락(School of Rock)>이 한국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 개봉한 잭 블랙 주연의 영화를 무대에 옮긴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록 밴드에서 쫓겨난 듀이가 보조교사로 사칭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 수업 대신 학생들과 밴드를 결성하는 내용인데요. 뮤지컬은 원작 스토리에 충실하면서도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14곡이 더해져 2015년 12월 브로드웨이, 1년 뒤에는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후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는 6월 8일부터 8월 25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9월에는 부산 드림씨어터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될 예정인데요. 공연에 앞서 서울을 방문한 듀이 역의 코너 존 글룰리(Conner John Gillooly)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한국은 처음이에요. 공항에서 얼마나 걸리는지 모른 채 차를 탔는데, 다리를 건널 때 ‘여기가 서울이구나!’ 싶더군요. 처음으로 삼겹살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건축물에 관심이 많은데, 서울 도심 곳곳에 있는 절을 보니까 과거로 돌아간 것 같고 무척 평화로워 보였어요. 전체적으로 새로움과 오래된 것이 공존해서 위태로우면서도 한편으로 대범해 보이고요.
저도 코너 씨는 이번에 처음 뵙는데, 공연 포스터, 프로필 사진, 무대 의상을 입었을 때와 인터뷰로 만날 때 모두 다른 분 같습니다(웃음). 배우에 앞서 작가, 코미디언으로도 활동했다고 들었고요.
칭찬으로 들리는데요(웃음).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고 있지만 길거리를 다닐 때는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섞이는 게 굉장히 좋아요. 창의력을 표출하는 차원에서 스탠딩 코미디도 했는데, 그러면서도 연기를 하려고 오디션을 보곤 했어요. <스쿨 오브 락>에서는 제작진이 처음에 스윙(앙상블에게 사정이 생길 경우 대신 무대에 서는)을 제안했는데, 다시 듀이 역할로 오디션을 보라고 하더군요. 앤드루 로이드 웨버 앞에서요. 그렇게 듀이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게 된 거예요. 그 당시 저는 아이 돌보미로 일하면서 월세도 겨우 내고 있었는데, 인생이 180도 바뀐 셈이죠.
극 중 듀이와 비슷하네요?
맞아요. 2003년 영화가 개봉했을 때 제가 10살이었어요.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 나이와 같죠. 영화를 보면서도 아이들보다는 듀이, 잭 블랙에게 많이 공감했어요. 그 넘치는 에너지와 불꽃같은 모습... 그런데 언젠가부터 제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제가 듀이와 외적으로도 많이 다르고 경험도 많지 않아서 제작진도 우려했지만 그만큼 새롭고 신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해요. 감사하죠. 뉴욕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남자가 훌륭한 제작진을 만나 무대 위에서 마음껏 인생을 즐기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원작 영화는 물론이고 잭 블랙 씨의 인기가 대단해서 부담이 컸을 것 같습니다.
압박감이 컸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일이니까 다른 선택은 없었죠. 사실 제가 잭 블랙의 엄청난 팬이에요. 그가 활동하는 밴드 테네이셔스 디의 음악을 들으면 안 되는 나이부터 듣기 시작했죠(웃음).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어요. 그가 생각하고 보여준 듀이가 있을 테지만, 흉내 내기보다는 나만의 듀이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감사하게도 많은 관객들이 호응해 주셨고요.
2년 동안 듀이로 무대에 섰으니, 듀이에 대해서는 잭 블랙보다 잘 알지 않을까요(웃음)? 2년 전과는 코너 씨가 연기하고 있는 듀이도 많이 달라졌을 테고요.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분은 좋네요(웃음). 배우로서 그 인물을 완벽하게 안다고 말하는 건 오히려 오해인 것 같아요. 듀이를 더 잘 알게 된 건 사실이지만, 듀이라는 인물보다는 ‘나의 듀이’에 대해 알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2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죠. 지금은 제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느낄 정도예요. 처음에는 내가 이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신기해서 미치광이처럼 소리 지르고 날뛰었는데, 제작진의 도움으로 이제 인물에 대한 이해도와 연기력, 무대 위에서의 요령도 많이 늘었죠.
좀 더 알게 된 듀이는 어떤 인물인가요?
일단 천재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이 줄거리를 따라 상황을 헤쳐 나가는 모습은 멋있고 존경스러울 정도예요. 어떻게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는지도 신기하고요. 록 스타가 되지 않았다면 자동차 세일즈맨이 되지 않았을까요(웃음)? 야망도 있고, 목표를 위해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죠. 저는 어찌해야 될지 모를 때가 많은데, 방향을 알고 있다는 게 대단해요.
정직한 사람은 아니잖아요(웃음). 그럼에도 아이들이 돌아서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너무 정직한 거죠(웃음). 아이들이 돌아서지 않은 이유는 듀이에게 그들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듀이가 두려움을 잊고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응원해줬다면 이제는 아이들이 그를 응원하게 된 거죠. 그게 진정한 우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듀이가 선생님이고 그들은 세대가 다르지만, 결국은 서로 친구여야만 훌륭한 밴드가 탄생할 수 있으니까요.
듀이는 철저히 원하는 것을 좇아간 이기적인 사람인데, 결과적으로는 서로 마음을 나누고 모두에게 감동을 준 게 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아요. 그걸 구현하는 게 굉장히 힘들 테고요.
맞아요. 연기할 때 가장 힘든 점이 듀이가 정직하고 명예롭지 않은 사람이라는 거예요. 자기 생각만 하고 돈만 좇는 사람이잖아요. 게다가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죠. 그래서 듀이라는 인물은 관객들의 호감을 사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그런데 듀이와 아이들 간의 관계가 발전하면서 듀이가 그들의 고뇌와 힘든 점을 발견하고, 아이들을 아끼고 돌보게 되죠. 아이들과의 모험이 시작되면서 관객들 마음에도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덩치만 큰 아이였다면, 아이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간직한 채 성숙해지는 거죠.
실제로 어린이 배우들과 무대에 서는데 어떤가요?
그들은 우리 작품의 가장 중요하고 자랑스러운 부분이죠. 아이들은 무대에 서는 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죠. 사실 배우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컴퓨터가 놓인 사무실에 들어서는 것처럼 억지로 일하러 오는 배우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그래서 생명력 넘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성인 배우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요. 모두가 꿈꾸는 일을 우리가 하고 있다는 걸 아이들을 통해 깨닫게 되는 거죠. 반면 매일처럼 같은 공연을 하다 보면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무대에 서기 힘든데, 그럴 때는 제가 작은 변화를 주면 아이들은 바로 반응하고 충전해요. 그 친구들 덕분에 저는 매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고요(웃음).
수없이 들었겠지만 기자로서는 또 해야만 하는 질문입니다(웃음). 영화가 아닌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이죠. 원작의 스토리에 충실하면서도 그의 음악이 뮤지컬에 새로운 에너지를 주거든요. 웨버는 다양한 레퍼토리의 음악을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스쿨 오브 락>에서도 각 인물의 캐릭터를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으로 잘 표현해요. 특히 마지막에는 그 풍성한 음악이 섞여 폭발적인 무대를 선사하는데, 배우들은 물론이고 관객들도 함께 환희에 빠지게 되죠.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공연할 때면 제작진이나 배우들도 현지에 대해 알아가고 공연에서 녹여내는 작업을 하잖아요. 6월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날 텐데요.
네, 우리 모두 한국을 탐구하고 있어요. 저희 작품은 관객들과 호흡하는 걸 좋아하니까 공연에서도 여러 가지를 시험해볼 생각이고요. 특히 한국인은 음악을 사랑하는 걸로 유명하더라고요. 어느 뮤지션의 내한공연에서 ‘떼창’하는 걸 봤는데 정말 멋졌어요. 그래서 저희 작품도 많은 호응을 주시지 않을까, 커튼콜에서 ‘떼창’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많은 분들과 교감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Let’s Rock(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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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