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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뭐길래] 시의적 가치보다 취향에 가까운 책을 삽니다 - 전은지 편

당신이 지금 읽는 책이 궁금해요 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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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수서용으로 구입한다면 인터넷서점의 정보들, 언론사 추천, 서평이 실리는 간행물, SNS에서 화제가 되는 책들 등을 두루 참고했어요. (2019. 03.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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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가 미니 인터뷰 코너 ‘책이 뭐길래’를 매주 연재합니다. 책을 꾸준하게 읽는 독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드립니다. 심각하지 않은 독서를 지향합니다. 즐기는 독서를 지향합니다. 자신의 책 취향을 가볍게 밝힐 수 있는 분들을 찾아갑니다.

 

 

전은지 씨는 10년간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현재 백수가 된 초등 1학년의 엄마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과연, 그 말이 신빙성 있구나”를 실감하는 요즘. 그간 고마웠던 사람과 보고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며 가보고 싶던 곳을 다녔더니 순식간에 두 달이 지나갔다. SNS 책 홍보를 도와달라는 서점의 제안과 책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고, 다시금 바빠질 것 같은 전은지 씨에게 ‘책, 그리고 독서’에 관해 물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해주세요.

 

완결된 지 한참인데 중간에 구매를 멈추었던  도서관의 주인』  을 다시 샀어요. 사실 근무하던 도서관에서 미리 빌려보긴 했는데, 소장용으로 구입했습니다. 사립어린이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는 남자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 그리고 어린이 책과 독자들의 이야기예요. 숙취로 방황하던 어른 남자가 밤늦게 불 켜진 도서관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해요. 도서관이 어떤 곳인지, 사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책이 어떤 의미인지 15권에 걸쳐 어린이와 어른의 세계, 책 속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넘나들며 알려줍니다.

 

또, 읽기보다 보고 따라하는 책으로 히구치 유미코의 『1색 자수와 작은 소품』  을 보고 있어요. 히구치 유미코 자수는 간결하면서도 예뻐서 따라하기 좋아요. 특히 이 책은 1색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최근에 망원동 카페에서 열린 작가님의 자수 작품 전시회도 다녀왔어요. 저는 손이 느려서 아직 한 개도 다 완성하지 못했지만, 자극은 받고 왔습니다. 책과 도구를 구입하고자 하는 자극이죠.

 

임종업 선생님의  『작품의 고향』  을 다시 읽었어요. 책은 한국 작가들이 작품과 영향을 준 장소의 힘을 다루어요. 탄광(태백)과 황재형, 농촌(오지리)과 이종구, 골목과 김기찬 같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작품의 근원을 살펴보는 책이에요. 저자가 기자시니까, 직접 인터뷰도 하시고 취재를 해서 생생하게 다가와요. 현존하는 작가들과 과거의 인물도 다루면서 작가가 살아온 시대의 역사적 사건이나 맥락들도 함께 되짚어 보고요.

 

천천히 읽고 있는 책으로는  『당신이 잃어버린 것』  이 있어요. 희곡 집단 '독'에서 함께 작업한 책으로, 몇 가지 규칙을 정해두고 10분 정도의 극을 써요. 매미소리, 잃어버린 것, 크리스마스 다음 날 같은 것이 몇 개의 작품에 연달아 나오는 거예요. 그걸 모르고 읽다가 나중에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2부는 한 낡은 건물의 1층, 2층, 3층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인데 한 명의 택배기사가 계속 등장해요. 만약 연극으로 본다면 어떻겠다, 상상하면서 몇몇이 모여 함께 낭독하면서 읽고 있어요. 예스24 엄지혜 기자님의  『태도의 말들』  도 좋았는데요. 앞에서 먼저 인터뷰하신 분이 써주셔서 후기는 생략할게요. (웃음)

 

하하. 앞에 소개한 책들은 어떤 계기로 읽게 되었나요?

 

작년 말에 도서관에서 '가족의 서재'라는 전시 코너의 첫 가족으로 도서 추천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저는 전부 만화를 소개했거든요. 8살때 『보물섬』 을 시작으로 만화를 봤고, 지금까지도 종종 만화를 봐요. 어릴 때 엄마가 안 사주시고, 친구가 이미 본 과월호를 보게 한 것이 한으로 남았는지 고등학생 때는 잡지 편집자가 되어서 제일 첫번째 독자가 되리라, 마음 먹었던 것 같아요. 어쩌다 방향이 달라졌지만 좋아하는 만화는 내가 사서 볼 수 있으니까 이것으로 만족합니다. 국내에서는 도서관이나 사서에 대한 인식이 그저 그러니까 '도서관에 대한 만화라니' 궁금해하면서 샀던 것 같고요. 솔직히 좀 오글거려요. 일본 만화나 드라마 특유의 급등 급락 감정표현 때문에요.

 

일할 때는 마감이 있는 일들이 연쇄적으로, 게다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거의 일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었어요. 스트레스가 최고조로 달할 때 문득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싶더라고요. 그때 도서관 내에 인형 만들기 동아리를 만들어서 이용자분들과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면서 손을 움직이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었어요. 결국 일이 점점 더 많아져서 모임이 흐지부지 되어버려서 아쉬웠지만요. 자수가 좋다고 배우러 다니기엔 시간도 마땅치 않고, 비용도 제겐 깜짝 놀랄 정도여서 책으로 보고 대충 해봅니다. 제가 만든 건 어설프고 말끔하지 않아도 인간적이고 귀엽다며 스스로 넘어가요.

 

그리고 2월에 임종업 기자님과 함께하는 1박2일 통영 기행에 다녀와서  『작품의 고향』  에 통영 편을 들춰보았어요. 처음으로 통영 곳곳을 둘러보고 전혁림 작가님의 작품 세계 강의도 듣고 아드님이신 전영근 작가님의 미술관 안내도 받았어요. 미술관 아트숍에서 코발트 블루 색으로 칠하고 긁어서 파란 바탕에 하얗게 통영 바다를 그린 그림이 그려진 접시도 구입했어요. 역시 퇴직금은 일부 탕진해야 맛이에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바다를 보았는데 평생에 잊을 수 없는 광경이다 싶더라고요. 그런 장관을 보고 살았으니 통영이 고향인 예술가는 일면 특별할 수 밖에 없겠다 싶어요.

 

희곡집은 혼자 읽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 책인데, 모여서 연기하듯 낭독하면서 읽으면 무지 재미있어요. 출판사 ‘제철소’의 대표인 김태형 작가님과 희곡 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가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후속 모임을 만들었어요. 지금도 한달에 두 번 정도 모여서 읽고 이야기 나누어요. 강사님이 안 계셔도 한 편씩 써보자고 했는데 아직 수정 단계입니다.

 

평소 책을 선택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책을 선택하는 상황에 따라 다른데요. 도서관에 수서용으로 구입한다면 인터넷 서점의 정보들, 언론사 추천, 서평이 실리는 간행물, SNS에서 화제가 되는 책들 등을 두루 참고했어요. 개인적으로 구입하는 때라면 이런 상황에서 모인 정보들 때문에 무슨 기준으로 고르게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책의 학술적 교양적 시의적 가치보다 취향에 가까운 쪽으로 고르게 돼요. 저자를 초청하는 것처럼 일과 관련된 경우에는 주제에 관계 없이 구입하고요. 아이가 있으니까 그림책도 종종 구입하는데 사실 아이가 있기 전에도 샀어요. 그림책은 공감이 가거나 재치가 있는 걸 좋아해요. 도서관에서 빌려볼 때는 서가를 둘러보다가 흥미로워보이는 걸로 골라요. 반납해야 하는 책이라서인지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은 완독하려고 노력하고요. 산 책은 그냥 책장에 꽂아두고 다 읽은 양 뿌듯해 하는 경향이 있어요. (웃음)

 

이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할 때는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이 늘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죠.

 

책은 주로 온라인에서 구매하시나요? 오프라인으로 사시나요?

 

온라인으로 사는 경우도 있지만 동네의 작은 책방에서 책을 사는 걸 좋아해요. 주인장이 뭘 골라 놓았는지 구경하다보면 왠지 모르게 한 권은 사야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아마 책을 들여놓을 때의 고심과 하나하나의 정성이 힘을 발휘하나 봐요. 동네에 걸어갈 수 있는 책방이 네 군데 있고 그 중 ‘땅콩문고’와 ‘발전소책방.5’를 이용하는데 땅콩문고는 얼마전 문을 닫아서 무척 속상했어요. 주인의 책 고르는 눈이 탁월 했거든요.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재미도 있었고, 도서관에서 일할 때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책방은 닫으셨지만 동네 이웃이라 오가다 길에서 마주치기도 하고 그래요. 발전소책방.5는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저도 조합원이에요. 그렇지만 다른 책방에 가도 거의 책을 사오게 되더라고요. 동네책방의 유지 방법은 손님의 구매뿐이니까요. 책을 사면 월세의 0.001%라도 분담하는 기분이에요. '서점을 방문하는 즐거움'은 동네책방만의 굿즈입니다.

 

매월 10만 원의 독서지원금이 나온다면,  어떤 분야의 책을 사실 것 같나요?

 

오, 생각만으로도 신나네요. 그런데 독서지원금이 모든 개인에게 나오나요, 아님 저만 특별히 나오나요? 저에게만 나오면 남편도 한 권, 아이도 한 권 고르게 해주고. 나머지는 신간과 구간을 고루 사게 될 것 같아요. 왜냐면 사놓고 읽지 않은 책 때문에 못 산 책을 살 것이므로 문학 전집이나 대하 소설 같은 것도 모을 엄두를 내볼 것 같네요.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나요?

 

<주간 경향>에 ‘구석구석 과학사’를 연재 중이신 김태호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교수님의 신간을 기다려요. 이 칼럼을 묶어서 내신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올해 안에는 나오겠지요. 전에 도서관 강연으로 모셨는데 쌀을 주제로 과학기술사를 재미있게 설명해주셨어요. 우리가 늘 먹는 데도 너무 무관심했더라고요. 과학에 대해 잘 모르고 어렵지만 과학적 태도는 중요하다는데 동의해요. 의구심과 호기심을 갖는 것이 과학적 태도라는데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든 체력으로든 재력으로든 한 가지라도요.

 

그리고 애정하는 만화가인 권교정 작가님의 『내 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나 『셜록』  뒷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잡지 폐간 등으로 연재가 힘든데다 건강이 안 좋으셔서 멈춰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도 간만에 검색을 해보니 고등학생 때 읽었던  『어색해도 괜찮아』  가 다시 나왔네요. 10만 원 독서지원금이 나온다면 첫 번째 구매는 이 책으로 정했습니다! (문학 전집은 무슨. 결국 만화를 많이 사는 건가)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의 이소영 작가님이요. 미술과 과학을 접목해서 흥미로운 글을 쓰시는 분이에요. 수원에서 '마그 앤 그래(magnetic & gravity)'라는 책방을 운영 중이신데, 봄에는 수원 나들이 겸 가보려고요. 도서관에서 자서전워크숍을 통해 만난  『할머니 독립 만세』  의 김명자 할머니, 『고향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의 이재연 할머니도 'still hungry' 중이신 듯하니 기대가 됩니다.



 

 

어색해도 괜찮아 권교정 글그림 | 학산문화사
만화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 긍하는 봄날, 의초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입학식 첫날부터 아이들의 입소문에 오르내리는 한강과 소현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긍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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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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