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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길 위에서

<월간 채널예스> 2019년 3월호 god, THEN &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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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지칠 때, 오랜 세월 함께한 가수의 노래가 곁에 있다면 그것으로 삶은 잠시 행복할 것이다. 그 잠시는 어쩌면 영원보다 더 긴 시간일 것이다. (2019.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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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기로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다만 이 길을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던 시절도 있었고, 이 길이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아는 척해야 할 때가 있고 그곳이 어딘지 안다고 스스로를 속일 날도 올 것이다. 처음 god를 들었을 때 나는 길을 모르는 게 자연스러울 나이였다. 아마 god 본인들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다는 어머니의 사연을 늘어놓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두 살 아이를 키우며 정을 쏟는 동안에 그들은 그들의 길을 몰랐을 것이다. 그걸 알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걸 알 수 있는 사람은 과거의 나를 지켜보는 미래의 나뿐이다.

 

god는 그들이 걸어온 길을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THEN & NOW> 로 돌아본다. 그 앨범을 통해서 god의 팬들도 그들의 길과 자신의 길을 되짚을 것이다. H.O.T나 젝스키스, S.E.S나 핑클을 좋아했던 이들도 마찬가지. 그때의 가요를 좋아했던 모두는 그때 그들을 사랑했던 내가 지금 어디로 왔는지,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 <길>을 들으며 새삼 생각할 것이다.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면서.
 
god의 전성기를 모두 회고하기에는 지면이 턱없이 부족하다 god는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대중에게 친숙한 아이돌이었고 내는 앨범마다 최소 두 곡 이상은 히트곡으로 남겼다. 그러나 그 시절 아이돌이 그렇듯 석연치 않게 해체했고 꽤 긴 시간이 흘렀고 많은 일이 있었다. 대학에 가고 취직을 하고 가정을 가졌겠지만 또 누군가는 대학에 가지 않고 취직을 어려워하고 결혼에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지금 이 길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 알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두 갈래 세 갈래 길이 아닌 무한대로 열린 길이기 때문이고, god는 그를 증명하듯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 여기까지 온 듯하다. 솔로 가수로, 기획사 사장으로, 영화나 뮤지컬 배우 각자의 길을 가다 사건사고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고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제 갈 길이 바쁜 사람들은 잠깐 돌아봐 수군거리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다섯 명이 다시 한 무대에 올라설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그 시절의 추억은 추억일 뿐이라 여기면서.
 
90년대~2000년대 초반 이른바 가요계의 황금기를 청소년 시기로 보낸 세대가 지금은 사회 곳곳에 일꾼으로 자리 잡았다. 근래 예능은 이들을 위한 노동요를 제공하려는 듯 그 시절 아이콘을 대중 앞에 소환하고 있다. H.O.T와 젝스키스는 <무한도전>의 끝물에 탑승해 드라마틱한 (부분적) 복귀를 이루었다. <THEN & NOW>는 god의 재결합과 복귀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앨범이다. 지난 2012년 케이블 채널의 예능 프로 <윤계상의 원테이블>에서 해체에 관련하여 윤계상과 다른 멤버들 사이에 있었던 오랜 오해를 풀며 완전체 컴백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한 그들은 2014년 8집 <미운오리새끼>로 돌아온다. TV 예능이 1세대 아이돌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수 년 전, god는 이미 스스로의 동력으로 발을 굴러 헤엄쳤다. 이번 앨범은 재결합 후 벌써 두 번째 작품이다. 한시적 복귀나 이벤트성 활동이 아닌, 가수로서의 god 활동의 지속성을 보여준 셈이다. 타이틀곡 <그 남자를 떠나>는 <애수>의 2019년 버전으로 불릴 만한데,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지금 시대의 감각에도 부합한다. <눈이 내린다>는 김태우의 솔로 히트곡 <사랑비>처럼 말끔한 감성이다. 이 밖에도 수록곡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발한다. 디지털 싱글이 대세가 된 지 오래인 요즈음 이토록 높은 퀄리티의 앨범이라니, 크나큰 미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무래도 가장 인상 깊은 곡은 역시 <길>이다. 놀랍게도 그들은 오늘의 목소리에게 어제의 노래를 부를 권리를 양도한다. 아이유, 헨리, 조현아, 양다일의 목소리가 노래의 인수자들이다. 노래의 첫 소절, 아이유가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귀가 다시 열린다. 추억을 소환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지금의 감각으로 돌아오게 된다. 학생이던 시절, 군인이던 시절, 사회초년생이던 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동시에 그 길에서 이만큼 멀어진 나를 확인하게 된다. 노래를 통한 순례길이다. 내 귀에서부터 산티아고가 시작되는 것이다. god의 목소리든 아니든 상관없는 순간에 이미 도달한 것이다. 노래를 통해, <길>을 걸어서. god의 앨범 활동은 콘서트가 다였다. 윤계상은 새 영화 홍보활동에 매진했고 박준형은 여러 예능에서 미친 활약 중이다.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스케줄을 소화하며 지금의 길을 걸어 내일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 길의 동반자는 god 멤버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시간처럼 우리도 20년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을 것이다. 걷다가 지칠 때, 오랜 세월 함께한 가수의 노래가 곁에 있다면 그것으로 삶은 잠시 행복할 것이다. 그 잠시는 어쩌면 영원보다 더 긴 시간일 것이다.


 

 

god (지오디) - 스페셜 앨범 : THEN & NOWgod (지오디) 노래 | (주) 카카오 M
god가 걸어온 지난 20년의 여정을 돌아보는 지금, 더욱 더 성숙해진 음악과 함께 앞으로 god가 걸어나갈 새로운 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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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효인(시인, 문학편집자)

민음사에서 문학편집자로 일하며 동시에 시와 산문을 쓰는 사람. 1981년 목포에서 태어났다. 2006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매일같이 여러 책을 만나고 붙들고 꿰어서 내보내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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