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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중심적으로 자라본 아이만이 높은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

『초등 자존감의 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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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한참 어린데도 타인을 깊이 배려하는 아이를 봅니다. 교사로서는 그런 아이가 예쁘거나 편하긴 하지요. 하지만 나는 안타깝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 나이에는 자연스레 드러나야 하는 ‘자기중심성’이 얼마나 무겁게 눌러졌기에 저렇게 반듯한 모습이 되었을까 싶습니다. (2019. 0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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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맡았던 3학년 반에는 단짝인 시우와 우영이가 있었습니다. 두 친구는 교우관계 설문조사에서 친한 친구의 이름에 서로를 적을 정도로 친한 친구였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루에 서너 번씩은 담임인 저를 찾아오는 것입니다. 첫마디는 항상 똑같습니다.

 

“선생님, 시우가요~ 나한테 욕했어요.”
“선생님, 우영이가요~ 내가 만든 비행기를 먼저 맘대로 날렸어요.”
 
매일 같이 놀면서, 매일 서로를 탓하며 나에게 달려오는 두 아이를 불러놓고 하루는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시우야, 우영아, 너희 둘 정말 친한 거 맞니? 쉬는 시간마다 싸우느라 놀이도 못하고… 그 시간이 너무 아까울 것 같은데 당분간 둘이서 말고 그냥 다른 친구들이랑 노는 건 어떻게 생각해?”


하지만 시우와 우영이는 서로를 한 번씩 보더니 그냥 같이 놀겠다며 뒤돌아서 가버렸습니다. 궁금하지 않나요? 매번 서로에게 투덜거리면서도 결국은 함께 놀겠다는 시우와 우영이의 관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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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그 둘의 관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시우와 우영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만만한 상대였던 것입니다. 상대가 너무 쉬워도 흥미가 없었고, 너무 능력자여도 재미가 없지요. 서로 적당한 논리력과 비슷한 체격, 결정적으로 자기중심적인 면모도 비슷해야 놀이에 재미가 생깁니다.

 

둘은 수시로 상대방을 넘어서려 했고, 그러면서 한 번이라도 더 자신이 능력자임을 서로를 통해 확인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순간순간 작은 차이를 만들어냄으로써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데 상대방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핵심에 존재하는 것은 ‘자기중심성’입니다.

 

초등학교에서 ‘자기중심성’은 아이가 벗어나야 하는 숙제로 여겨져 왔습니다.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을 의식하고, 사회라는 관계 속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사람으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지요.

 

이때 규칙을 통해 적절히 아이를 통제합니다. 통제를 잘 따르는 아이는 모범생이 되고, 통제를 잘 따르지 않으면 수시로 개입하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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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든 충분한 ‘자기중심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이 말을 버릇없는 아이를 방임하라는 의미로 오해하지 않길 바랍니다. 자기중심적인 시간 속에서 아이의 자아는 뿌리를 내리며, 이는 자존감의 토대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자기중심성’을 충분히 누려보지 못한 아이는 부모나 선생님의 욕망을 자기 것인 양 착각하거나 혹은 짊어진 채로 살아갑니다. 자기중심적으로 굴 때마다 혼이 난 무의식은 ‘자기중심성’을 죄의식과 함께 묻어버리지요.

 

시우와 우영이는 표면상 자기를 더욱 중심에 두고 상대방을 비방한 듯 보이나, 그들은 비슷비슷한 수준으로 서로 주고받으면서도 ‘자기중심성’을 적당히 유지해가는 외줄타기를 한 것입니다. 그렇게 ‘자기중심성’을 인지하며 자신의 존재를 매순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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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한참 어린데도 타인을 깊이 배려하는 아이를 봅니다. 교사로서는 그런 아이가 예쁘거나 편하긴 하지요. 하지만 나는 안타깝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 나이에는 자연스레 드러나야 하는 ‘자기중심성’이 얼마나 무겁게 눌러졌기에 저렇게 반듯한 모습이 되었을까 싶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으면 으레 이렇게 답하곤 합니다.

 

“엄마한테 한 번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그렇게 해도 되는지….”

 


 

 

초등 자존감의 힘김선호, 박우란 저 | 길벗
오늘도 아이 자존감을 살려주려고 애쓰는 모든 학부모에게 자존감에 대해 확실히 알려주면서 동시에 부모 자신의 잊고 있던 자존감까지 되살려주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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