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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날리는 어퍼컷 한 방 - 뮤지컬 <재생불량소년>

재생 불량이 재생 불가능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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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고통과 절망 역시 희망으로 이겨내고자 마음 먹는다. (2019. 0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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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도 인생은 계속되니까
 
인생은 정말 한 치 앞도 모른다지만, 가끔은 정말 원망스러울 정도로 잔인한 사건들이 한 번에 다가오곤 한다. 지금 여기 있는 한 소년의 인생이 그렇다. 국가대표 복싱선수로 발탁되었지만 그 경기에서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 소년. 링 위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살아 있음을 느꼈지만, 이제 피가 생성되지 않는 재생 불량 빈혈이라는 혈액암에 걸려 무균실에 입원하게 된 소년.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하고 세상과 소통을 거부 하는 이 소년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 조차 조심스럽다.

 

뮤지컬  <재생불량 소년> 은 절망과 좌절에 빠진 고등학교 복싱 선수 반석을 통해 희망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 관객들은 잠시 혼란에 빠진다. “내가 공연장을 온 게 맞나? 복싱 경기장 아니야?” 실제 복싱경기가 이루어져도 손색 없을 링 무대가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 객석의 옆에는 샌드백이 매달려 있거나 복싱 체육관의 사물함이 놓여져 있고, 배우들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구성 된 공연장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뮤지컬  <재생불량 소년> 은 독특하고 기발한 무대로 시작 전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젊은 청춘들의 재기발랄함이 느껴지는 통통 튀는 작품이다.

 

2016년 설립된 아웃스포큰이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이후 새롭게 선 보인 작품이다. 지난 2016년에는 동명의 제목으로 연극으로 첫 선을 보였으나, 2년만에 다시 돌아온 작품은 뮤지컬로 탈바꿈했다. 2016년 초연 당시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선정작으로 첫 선을 보이며, 9.9 점의 관객 평을 기록한 바 있다. 뮤지컬로 돌아온 이번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8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되며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주인공 반석은 별다른 꿈 없이 살던, 그저 까불거리고 장난기 많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러다 우연히 절친 승민으로 인해 복싱을 시작하게 되고, 국가대표 복싱 선수가 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 부는 승민을 보며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복싱에 열정을 쏟으며 변해가는 반석과 그런 반석을 응원하는 승민. 두 사람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함께 청춘을 보낸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두 사람이 맞붙게 되고, 그날의 기억은 반석에서 영원한 상처로 남게 된다.

 

상처로 인해 마음을 닫은 반석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병까지 얻게 된다.친구도, 복싱도 모든 것도 잃은 반석은 예전처럼 생기 넘치는 모습이 아니다. 그런 반석과 같은 병실을 쓰는 백혈병 환자 성균은, 오랜만에 만난 또래가 반갑기만 할 뿐. 성균의 끈질긴(?) 치근덕 거림에 반석 역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고, 성균에게 복싱까지 알려주며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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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불량 소년> 은 반석과 승민의 이야기, 반석과 성균의 이야기를 과거 회상의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며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가는 반석과 성균의 모습을 그려낸다. 남들은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라면도 그들에겐 꿈 같은 일이고, 남들은 익숙한 한강의 풍경도 그들에게는 신비롭고 새로운 일이다. 그 모든 일을 하려면, 힘들어도 아파도 참고 버텨내야 하기에, 그래야 두 눈으로 보고 두 마음으로 느낄 수 있기에, 두 사람은 고통과 절망 역시 희망으로 이겨내고자 마음 먹는다.

 

사실  <재생 불량 소년> 의 스토리는 다소 평범하고 사건들 역시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다. 전달해주는 메시지 또한 조금은 진부하다. 하지만 그 진부함을 개성 넘치는 넘버들, 독특한 무대 구성 등 젊은 창작 집단의 아이디가 돋보이는 요소들이 채워나간다. 나쁜 사람 한 명 없이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만 나오는 작품이 주는 따뜻한 메시지는, 가슴에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오는 1월 2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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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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