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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모든 인간이 공감할 ‘고양이들의 이야기’

『성질 나쁜 고양이』, 『폴리나』, 『보노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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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죠. 삼천포 책방 시간입니다. (2018. 12. 12)

[채널예스] 삼천포책방.jpg

 

 

시, 그림, 고양이가 어우러진  『성질 나쁜 고양이』 , 배움과 예술을 그린 발레 만화 『폴리나(Polina)』 , 단호박의 인생 만화책  『보노보노』 를 준비했습니다.

 


그냥의 선택 - 『성질 나쁜 고양이』
야마다 무라사키 글그림/김난주 역 | 북스토리

 

표지를 보고 한 눈에 반했던 책이에요. 하얀 바탕에 새빨간 고양이가 그려져 있는데, 사랑스럽거나 귀여운 것과는 거리가 멀고 굉장히 시크한 느낌이에요. 『성질 나쁜 고양이』 라는 제목의 글씨체도 ‘나는 착하지 않을 거야!’라는 느낌이 전해지고요. 고양이가 스크래치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성질 나쁜 고양이』 는 북스토리 출판사에서 기획한 ‘아트 코믹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술적인 만화 작품을 모아서 만든 시리즈이고요.


저자는 야마다 무라사키라는 일본 만화가이자 시인으로, 1948년생으로 1969년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전까지 일본 만화에서 소녀를 그린 작품은 있었지만 여성을 그린 작품은 야마다 무라사키가 처음이다’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그렸고요. 이 책에도 자전적인 경험들이 많이 녹아 있습니다. 야마다 무라사키의 작품 중 한국에 번역 출간된 건 『성질 나쁜 고양이』 가 유일한데요. 일본에 출간된 다수의 작품들도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또한 평단에서는 야마다 무라사키의 작품을 두고 ‘시와 그림의 융합이다’라고 평가한다고 합니다.


이 만화책에 실려 있는 그림들을 보면 고양이의 자세를 어쩌면 이렇게 순간적으로 잘 포착했을까 싶고요. 세밀한 펜으로 털 하나하나를 그려 넣은,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여요. 짧은 에피소드가 여럿 실려 있는데, 너무나 고양이스러운 이야기인 동시에 너무나 사람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에요. 작가가 여성이고 출판사에서도 ‘여성의 내면을 시크한 고양이에 담아 그린 작품’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한 독자 분께서 남기신 평처럼 ‘굳이 여성이라는 점을 드러내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누가 읽어도 ‘아, 나도 이런 마음이 있었는데... 그 마음을 참 잘 그려냈다’ 싶을 거예요.

 

 

톨콩의 선택 - 『폴리나(Polina)』
바스티앙 비베스 글그림 | 미메시스

 

바스티앙 비베스는 『염소의 맛』 이라는 만화책으로 유명한데, 그 작품은 수영 만화고요. 『폴리나』 는 발레에 관한 만화입니다. 저는  『염소의 맛』 도 좋아하기 때문에  『폴리나』 는 꼭 봐야겠구나 생각해서 집어 들었는데요.  『염소의 맛』 의 경우에는 수영과 첫사랑에 대한 만화예요. 압도적으로 남는 이미지는 물속의 느낌이고요. 수영을 할 때의 특유의 동작이라든가 물속에서 시간이나 속도가 다르게 흘러가는 느낌, 밀도 같은 것을 표현한 굉장히 감각적인 작품이에요. 또 첫사랑이 시작될 듯 말 듯한 느낌이기도 때문에 감각적, 감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후에 몇 년이 지나서 낸  『폴리나』 는 주인공이 발레가 아닌 것 같아요. 만약에 발레가 주인공이라면 발레 동작들이 화려하게 많이 그려지거나, 프릴이나 튜튜나 발레슈즈 같은 디테일들을 강조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겠지만, 그런 인상만을 주기 위해서 붓으로 휙휙 그린 느낌으로 되어있고요. 디테일을 강조해서 아름다운 동작을 멋지게 연출해서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없어요. 심지어 가장 결정적으로 아름다운 장면은 보여주지 않아요. 그렇게 생략해 버리기 때문에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발레가 아니고요. 『염소의 맛』 은 수영과 첫사랑에 관한 것이었다면 『폴리나』 는 배움과 예술에 대한 만화입니다.


‘폴리나’라고 하는 발레리나 꿈나무가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요.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예술가로 인해서 구현되는 것이잖아요. 폴리나 안에서 예술적인 어떤 것들이 자라나는 과정이 폴리나가 겪는 인생의 여러 가지 일들-누군가를 사귀고 버림받고, 뭔가에 도전하고 발목 부상으로 실패하고,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을 했지만 그게 잘 안 풀리고, 어떤 곳에 가면 이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게 해결이 아니었고, 이런 것들을 아주 담담하게 겪어요. 그리고 이 만화의 특징은, 폴리나의 내면세계를 보여준다고 하면 내면을 나레이션으로 넣을 것 같은데 그런 게 전혀 없어요. 표정과 대사 같은 것들로만 아주 건조하게 이루어져 있어요. 그래서 만화를 읽는 동안 ‘대체 무슨 이야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뭐지?’ 하면서 보다 보면 나중에 폴리나가 여러 경험을 통해서 예술가로서의 자아가 생겨나고, 큰 기회를 맞고 유명해진 뒤에야 어린 시절의 배움-그때는 뜻도 몰랐던 배움이 자신에게 스며들어 있다는 걸 깨닫고 그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단호박의 선택 - 『보노보노』
이가라시 미키오 글그림 | 거북이북스

 

제 인생 만화책이에요. 처음에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가 네 컷으로 『보노보노』 를 그렸는데, 저는 이걸 보고 네 컷 만화가 무엇인지 처음 깨달은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도 굉장히 재밌는데 저는 『보노보노』 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꼭, 이 네 컷 형태로 봐야 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1권의 처음부터 네 컷 만화의 장점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화(에피소드)가 있어요. 어느 날 보노보노가 오소리한테 재주넘기를 배우는 장면이 있는데, 오소리가 ‘이렇게 팔을 대고 데굴 구르면 돼, 너도 해 봐’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보노보노가 팔을 땅에 짚고 여섯 컷 동안 가만히 있어요. 보노보노는 애쓰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안 되는 거죠. 그걸 표현하려고 여섯 컷을 쓰는 거예요. 예전에는 네 컷 만화에 대해서 잘 생각을 안 했었는데, 왜 이 형식으로 그렸을까 생각해 보니까,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데 네 컷 만화만큼 제격인 게 없더라고요.


그리고 캐릭터가 너무 잘 살아 있잖아요. 보노보노는 우유부단하고 계속 자기 속으로 생각을 곱씹고 있는 캐릭터고요. 포로리라는 분홍색의 다람쥐가 있는데, 포로리가 수컷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그 간극 자체가 어렸을 때도 너무 좋았어요. 분홍색의 작은 친구는 무조건 여성 캐릭터 혹은 암컷 캐릭터라는 걸 뒤집은 거잖아요. 그리고 너부리가 항상 포로리를 때리고 괴롭히는데, 폭력적인 친구와 피해를 당하는 친구와 그 옆에서 조용히 계속 생각을 하는 친구가 어찌됐든 계속 친구로 남아 있으면서 굴러가는 거잖아요. 생각을 하면서 아이가 자라고요.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 ‘이 만화는 정말 나의 교과서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올해가 한국에서 『보노보노』 가 재조명된 원년 같은 느낌이에요. 이가라시 미시오 작가가 올해 내한을 하기도 했고요. <책읽아웃>에 출연하셨던 김신회 작가님이 보노보노에 관한 에세이를 쓰셔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보노보노』 를 재출간한 책도 많아졌잖아요. 일부 에피소드를 따와서 에세이 형식으로 엮은 책도 나왔고요. 제가 가지고 온 책은 ‘『보노보노』  대부흥기’ 시대를 맞아서 거북이북스에서 낸 개정판인데요. 다시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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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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