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더 파더』 의 작가 안데슈 루슬룬드, 스테판 툰베리
『더 파더1,2』 허구 속의 진실
검은숲에서 ‘글래키 상’ 대상 수상을 한 안데슈 루슬룬드의 신간 『더 파더1,2』 출간 됐다. 이 작품은 스웨덴 최악의 은행강도 사건을 다룬 리얼 크라임으로 출간 전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제작사인 드림웍스와 영화 판권을 계약했다. (2018. 10. 23)
(왼쪽: 안데슈 루슬룬드/오른쪽: 스테판 툰베리ⓒAnna-Lena Ahlstrom)
스웨덴에서 아버지와 아들들을 주축으로 한 가족 범죄단이 은행 강도를 벌인 유례없는 사건이 있었다. 그 행위가 잔혹하고 무자비하여 ‘밀리터리 갱’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무려 26개월이 지난 후에야 종결된, 스웨덴 전역을 큰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었다. 『더 파더』 의 공동저자 스테판 툰베리는 실제로 자신의 형제들과 아버지가 ‘밀리터리 갱’이었음을 밝히며 가족들이 벌인 범죄를 소재로 하여 이 소설을 완성했다. 데뷔작 『비스트』 로 북유럽 최고의 장르문학에 수여하는 글래스키 상을 수상한 안데슈 루슬룬드와 현재 가장 재능 있는 시나리오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스테판 툰베리의 조합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리얼리티 범죄 스릴러를 만들어냈다. 영화보다 더 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출간되자마자 큰 주목을 받았던 『더 파더』 는 현재까지 32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으며, 출간 전부터 할리우드 영화화가 결정되는 등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작가 안데슈 루슬룬드는 1961년 출생. 스웨덴 국영방송 사회부 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10년간 보도기자 및 프로듀서로 활약, 기자상을 받았다. 교도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중 버리에 헬스트럼을 만나 교도소 제도의 문제점과 범죄자 갱생에 대한 논의를 나누다 구상한 『비스트』 로 데뷔, 이 작품으로 2005년 북유럽 최고의 장르문학에 수여하는 글래스키 상을 받았다. 스티그 라르손과 헤닝 만켈이 팀을 이룬 듯, 날카로운 지성과 모럴로 차원이 다른 소설을 집필하여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스테판 툰베리는 1968년 출생. 스칸디나비아 출신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이다. 헤닝 만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왈란데르〉와 호칸 네세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반 베테렌〉 등의 TV 시리즈와 근래 흥행 몰이에 성공한 영화로 평가받고 있는 〈해밀턴〉과 〈헌터 2〉 등의 시나리오를 썼다. 그가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로 경력을 쌓아갈 때, 그의 아버지와 형제들도 미디어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스테판 툰베리의 아버지와 형제들은 스웨덴을 충격에 빠뜨린 은행털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었고 2년여의 수사 끝에 결국 체포되었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하여 안데슈 루슬룬드와 함께 ‘브론크스 형사 시리즈’ 『더 파더』 를 완성했다.
안데슈 루슬룬드(이하 루슬룬드) :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현실을 해체하고 다시 하나로 묶어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길에 이르는 유일한 방법은 소설의 심장박동에 해당하는 리듬을 찾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야 중심이 되는 갈등 구조를 따라 피할 수 없는 결말에 이르는 이야기가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 속 이야기의 심장박동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합니까?
스테판 툰베리(이하 툰베리) : 20여 년 넘게 제 기억 속에 집요하게 남아 있던 한 사건입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전날인 12월 23일이었습니다. 눈보라가 치던 그날, 은행을 턴 3인조 강도단이 배수로에 빠진 차량을 버리고 도주 중이며 경찰이 추격전을 벌인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저는 TV에서 뉴스를 보자마자 강도단 중 두 명이 친형과 제 어린 시절 친구라는 사실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이 제 아버지였다는 사실도 서서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상황을 보면서 억압과 반항, 충돌과 갈등으로 점철된 관계였던 형과 아버지가 어떻게 함께 은행 강도를 모의했는지, 그것도 ‘밀리테르리간’이라는 스웨덴 역사상 최악의 은행 강도단을 구성할 수 있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눈보라 속에서 숲으로 도주를 시도한 그들은 추격의 올가미가 조여오자 비어 있던 어느 별장으로 숨어들었습니다. 경찰특공대의 포위로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지자 두 부자는 평생 그들의 사이를 갈등과 대립으로 몰아갔던 원인을 찾고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제 삶도 그 갈등과 대립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형은 그날, 그 집에서, 경찰이 최루탄을 살포하기 전까지 무슨 얘기를 했었을까, 그게 궁금했었습니다.
루슬룬드 : 형제들이 일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였습니까?
툰베리 : 병기창고 털 계획을 짤 때, 저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형들이 사는 집에 갔더니 피자를 먹으면서 콘크리트 바닥 뚫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몇 번은 제가 주변에 나타나면 대화를 중단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저도 그 일에 가담한 일원처럼 여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어쨌든 저 역시 가족 구성원이었고 형제였으니까요. 형들이 첫 무장 강도에 성공하고 잔뜩 흥분한 상태로 자축 파티를 벌일 때, 저도 소파에 같이 앉아 있었습니다. 크로넨부르 맥주를 박스째 사다놓고 TV를 보면서 허둥지둥하는 경찰들의 모습을 구경했습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우리 형제들은 그렇게 컸습니다. 엄하고 거친 아버지 밑에서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은 서로를 배신하지 않는다고요.
루슬룬드 : 주요 인물 중 허구의 인물은 누구이고 현실에 가장 가까운 인물은 누구입니까?
툰베리 : 소설 속에 묘사된 삼 형제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는 거의 현실에 가깝게 그렸습니다. 반면 야스페르는 허구의 인물입니다. 다만 전부는 아니지만 몇 건의 강도 사건에 가담했던 친구 둘을 적당히 섞어 사실적으로 그렸습니다. 소설 속에 묘사한 것처럼 아주 어린 시절 친구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소설의 ‘현재’ 부분에 등장하는 야스페르는 이야기의 극적인 기능을 위해 다소 강렬하게 그리긴 했지만 현실 속 두 친구와는 거리가 멉니다. 소설 속 야스페르는 소외된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등하게 존중받지 못하고 형제애를 나눌 수도 없는 인물입니다. 게다가 레오가 자기 동생들에게 시키고 싶지 않은 위험한 일들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야스페르라는 존재는 형제애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얼마나 강한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형제애에 금이 가고 분열이 일어나면 그게 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아넬리 역시 허구의 인물입니다. 특히, 레오를 만나기 전 가족 관계는 전적으로 허구입니다. 그녀의 아들로 등장하는 세바스티안은 동내 꼬마들을 모델로 했습니다. 욘과 삼브론크스 역시 전적으로 허구의 인물입니다. 두 사람은 경찰 업무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레오의 상황을 반증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루슬룬드 : 시대와 장소의 사실성 여부는 어떻게 됩니까?
툰베리 : 과거와 현재 부분에서 장소를 다른 곳으로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사실의 배경이 되는 일부 장소를 제외했고 시간의 흐름을 다소 압축하긴 했습니다. 소설 속에는 강도 사건에 대한 수사가 14개월간 지속됐다고 나오지만 사실은 26개월이 걸렸습니다.
루슬룬드 : 어린 시절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쓴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툰베리 :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비록 소설 속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이나 제 존재는 소설 속에서 다른 형제들을 통해 묘사됐습니다. 주로 펠릭스가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사실, 지금은 제가 소설 속 레오와 나이가 가장 근접해 있지만 소설 속 펠릭스와 가장 비슷합니다. 아버지와 형이 어머니가 은신해 있는 집에 던지기 위해 화염병을 만들 때 바닥에 누워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던 건 바로 접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속 과거의 상황이 현실과 멀다고 볼 순 없습니다. 반면,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은 제가 현실 속에서 오랜 세월 바로 옆에서 지켜본 사실입니다. 소설 말미에 등장하는 눈보라 속 대립도 사실에 가까울 거라 생각합니다.
루슬룬드 : 우리가 현실과 달리 묘사한 사건들 중 가장 중요한 사건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툰베리 : 우리 두 사람의 집필 방식이 완전히 다른 길을 향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달라진 부분은 있습니다. 강화유리 위에 미소 짓는 총탄 구멍이 어떻게 생겼는지, 왜 그랬는지에 대한 부분이 이에 해당합니다. 아넬리의 개입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그녀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은 소설처럼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도주 차량을 운전했습니다. 무엇보다 폭탄에 대한 부분이 그렇습니다. 은행 강도에 폭탄을 사용한 일이나 야스페르가 고의적으로 안전장치를 조작해 폭발을 유도한 일이라든지,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긴 했습니다. 하지만 야스페르의 모델이 된 실제 사건에서 해당 혐의로 재판을 받은 강도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루슬룬드 : 소설 집필을 위해 우리 두 사람이 많은 자료를 참고한 건 잘 아실 겁니다. 본인의 기억에서 도움을 받은 부분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툰베리 : 집필 초기, 문서로 작성된 자료는 최대한 읽어보지 않으려 했습니다. 대신 제 개인적인 감정 기억에 기초해 과거 상황을 재구성해보려 애썼습니다. 다른 작가와 공동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런 개인적인 부분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두 사람은 스웨덴 역사상 가장 대대적인 수사가 펼쳐졌던 사건 속으로 뛰어들어 온갖 자료와 제 가족들의 육성을 통해 전해진 이야기를 참고했습니다. 때로는 걱정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문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양면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야 했으니까요. 대신 현실을 해체하고 소설로 재구성해가는 과정에서 사실적인 이야기를 다시 다 읽어봤습니다.
루슬룬드 : 강도단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습니까?
툰베리 : 전원 체포된 뒤 가혹한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죄질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당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참작되어 다소 전례 없는 형에 해당한다는 평가는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단 한 건의 사건에 연루된 적이 없다는 확실한 사실 때문에 스웨덴 법에 따라 증언할 일은 없었습니다. 어머니와 저는 적잖은 시간 동안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스웨덴 전국의 교도소를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아마 우리 모자만큼 스웨덴 교정 체계를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도 없을 겁니다.
루슬룬드 : 책을 읽은 형제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툰베리 : 반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펠릭스의 모델이었던 형은 책을 읽자마자 바로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네가 죽도로 밉다. 하지만 그 양반하고 같이 쓴 이 책은 마음에 든다.” 그러고는 바로 전화를 끊고 동시에 관계까지 끊어버렸습니다. 그 통화 이후 단 한 번도 얘기해본 적 없습니다. 빈센트의 모델이 됐던 형은 이 책을 다섯 번 읽을 때까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나중에 나지막이 이렇게 전했습니다. “이제야 네가 무슨 일을 한 건지 알겠다. 당시의 내가 여기 있구나. 네가 그린 열일곱 소년이 바로 나였구나. 지금의 내가 아니라.” 그리고 레오의 모델이 됐던 형은 깊이 감동을 받았다면서 자신은 물론 자신의 주변에 노출된 그 광기를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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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