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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속 '달달하다'는 그 뜻이 아니라고?

씀씀이가 무시되고 있는 낱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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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전에 올라있는 달달하다엔 두 가지 뜻이 모두 없다. (2018. 07. 05)

2화 달달하다.jpg

 

 

“피곤할 땐 달달한 게 최고야.”


“순수한 연하남과 능력 있는 연상남에게 동시에 사랑받는다는 줄거리도 달달하다.”

 

‘달달하다.’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낱말이다. 그런데 두 예문에 나타난 달달하다의 말맛은 전혀 다르다. 뜻도 확연히 구분된다. 앞의 ‘달다’는 맛과 관계된 것이라면, 뒤에 것은 잔재미가 있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나 느낌을 나타낸다. ‘달콤하다’란 낱말이 있는데도 언중은 달달하다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 다른 뜻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달달한 드라마, 달달한 음악 등의 표현이 넘쳐나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 사전에 올라있는 달달하다엔 두 가지 뜻이 모두 없다. ‘춥거나 무서워서 몸이 떨리다’ ‘작은 바퀴가 단단한 바닥을 구르며 흔들리는 소리가 나다’는 뜻만 있다. 추워서 달달 떨거나 손수레를 달달거리며 끌고 갈 때만 쓸 수 있다. 언중의 말 씀씀이와는 동떨어져 있다.

 

우리 사전은 맛을 표현하는 단어를 표제어로 삼는 데 인색한 편이다. ‘들큰하다’는 들큼하다(맛깔스럽지 아니하게 조금 달다)의 경북, 평북 지역 사투리로, 달큰하다(꽤 단맛이 있다) 역시 북한에서 쓰는 말로 묶어두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달새콤하다, 짭쪼롬하다는 아예 사전에 올라있지도 않다.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울 때 쓰는 ‘슴슴하다’도 ‘심심하다’만 쓸 수 있게 했다. 북한에서 들큰하다와 달큰하다, 슴슴하다를 모두 문화어로 삼은 것과 대조적이다.

 

달달하다 못지않게 사람들의 말 씀씀이가 무시되고 있는 낱말이 ‘꿀꿀하다’가 아닐까 싶다. 우리 사전은 ‘돼지가 소리를 내다’는 뜻만 올려놓았다. 허나 사람들은 하나같이 ‘오늘 기분도 꿀꿀한데 어디 가서 술이나 한잔 하자’ ‘날씨가 꿀꿀하다’처럼 쓴다. 같은 뜻으로 쓰는 ‘꾸리꾸리하다’도 비속어 냄새를 풍겨서인지 표제어로 올라있지 않다.

 

말도 생로병사의 길을 걷는다. 그 과정에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지기도 한다. 그렇게 만드는 주체는 말의 주인인 언중이다. 사전이 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언중이 만든 말이 사전에 오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말은 뜻풀이를 추가하거나 표준어로 삼는 게 마땅하다.


 

 

지금 우리말글손진호 저 | 진선북스
다소 지루해지기 쉬운 말법을 재미있게 알리려 방송이나 영화 등에 나타난 낱말을 인용해 ‘지금 우리말글’의 흐름을 살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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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진호(언론인)

1987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어문연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로 3년여간 연재했던 말글칼럼을 깁고 더해 이 책을 냈다. 정부언론외래어심의위원회 위원과 부위원장, 한국어문기자협회장을 지냈다. 2003년 표준국어대사전을 분석해 한국어문상 대상(단체)을, 2017년 한국어문상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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