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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무너지는 것은 공룡의 왕국인가, 인간 세계인가
꽤 괜찮은 포석의 작품이라는 점
<쥬라기 월드 2>는 규모를 키우는 속편의 법칙을 단순히 머릿수(이번 영화의 경우에는 공룡의 수)를 늘리는 데 할애하지 않는다. (2018. 06. 07)
영화 <쥬라기공원>의 한 장면
(* 영화의 결말은 물론 쿠키 영상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하 ‘<쥬라기 월드 2>’)은 <쥬라기 월드>(2015)의 속편이자 <쥬라기 공원>(1993) <쥬라기 공원 2: 잃어버린 세계>(1997, 이하 ‘<쥬라기 공원 2>’) <쥬라기 공원 3>(2001), 즉 ‘공원’ 시리즈에 이은 새로운 삼부작 ‘월드’의 두 번째 작품이다. <쥬라기 월드>가 공룡을 구경거리 삼던 인간들이 공격당한다는 <쥬라기 공원>의 이야기 뼈대에 유전자 조작의 공룡으로 살을 입힌 것처럼 <쥬라기 월드 2>는 <쥬라기 공원 2>를 변주한다.
공룡들의 반란(?)으로 ‘쥬라기 월드’가 폐쇄된 지 3년,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이슬라 누블라 섬에 방치된 공룡들을 보존하기 위해 여러 방면의 도움을 요청한다. 더군다나 이슬라 누블라 섬에 화산 폭발이 임박하면서 공룡들의 생존은 시계 제로 상태로 빠져든다. 클레어가 유일하게 희망을 걸었던 정부에서는 개인 사업을 지원할 수 없다는 명목으로 공룡 구하기에 등을 돌린다. 인간과 공룡의 공존을 꿈꿨던 클레어의 바람은 화산 폭발과 함께 재가 되어 사라질 운명이다.
그때 클레어는 록우드 재단으로부터 급하게 만나자는 전갈을 받는다. 벤자민 록우드(제임스 크롬웰)는 DNA 추출로 공룡을 부활시켰던 ‘쥬라기 월드’의 해먼드(리처드 아텐보로) 박사의 파트너였다가 등을 돌린 사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록우드를 대신해 재단의 일을 위임받는 밀스(라프 스팰)는 경제적인 지원을 할 테니 이슬라 누블라 섬의 공룡들을 구해오라고 제안한다. 이를 받아들인 클레어는 쥬라기 월드에서 깊은 인연을 맺었던 오웬(크리스 프랫)을 찾아간다.
테마파크가 파괴되어 섬에 방치된 공룡들이 등장하고, 이들을 구하려는 주인공과 공룡을 포획하겠다고 나서는 공룡 사냥꾼이 갈등하고, 섬에서 본토로 넘어온 공룡들이 인간 살육을 벌인다는 이야기 구조는 <쥬라기 월드 2>가 <쥬라기 공원 2>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부분이다. ‘복제’가 중요한 이 시리즈에서 영화적인 복제로 정체성을 드러낸 셈인데 ‘이종 교배’로 변화의 포석을 까는 기획력이 <쥬라기 공원> 이후 이어진 네 편의 속편 중에 가장 뛰어나다.
영화 <쥬라기 월드>의 한 장면
<쥬라기 월드 2>는 규모를 키우는 속편의 법칙을 단순히 머릿수(이번 영화의 경우에는 공룡의 수)를 늘리는 데 할애하지 않는다. 인간과 공룡이 다 같이 위기에 빠지는 상황, 화산 폭발이라는 이야기 갈등의 조건을 추가해 서스펜스를 강화한다. 오웬이 애정했던 벨로시랩터 ‘블루’와 오랜만에 재회(?)하던 중 벌어지는 사건이 그렇다. 공룡 사냥꾼 켄 휘틀리(테드 레빈)의 최면 총에 맞아 정신을 잃고 간신히 깨어나 흘러드는 용암을 피하고자 사투를 벌이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쥬라기 월드 2>의 주역들을 마치 화산 폭발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 <볼케이노>(1997)에 이식한 듯한 설정이다.
서로 다른 종(種)끼리의 결합은 새로운 종의 탄생을 부른다. 하지만 그 종이 어떤 목적을 위해 복무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이 시리즈에는 인간 영웅 외에도 스타 공룡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스타 공룡은 단연 블루다. 블루는 전편에서 오웬과 클레어가 육식 공룡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할 때면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타나는 영웅처럼 등장, 해피엔딩을 이끌었다. 사실 이 시리즈는 인간 대 공룡의 대결 구도로 진행되는 것 같아도 실은 인간 대 인간, 이를 대리한 공룡 대 공룡의 갈등이 핵심이다.
인간 대 인간의 구도는 이번 영화에서 오웬(과 클레어) 대 밀스를 가리킨다. 공룡이 공룡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생존법을 마련해주는 오웬의 반대편에는 이 공룡들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최대 이윤을 뽑아낼 수 있는지 불철주야 머리를 굴리는 악덕 자본가가 위치한다. <쥬라기 월드 2>에서 악역을 대리한 악당 공룡은 ‘인도랩터’다. 인도랩터는 티라노사우루스의 공격성과 벨로시랩터의 지능과 스피드를 모두 갖춘 듯한 우월한 종이다. 그 이름이 인도주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1편의 인도미누스 랩터가 각종 공룡의 유전자 이종교배로 재탄생한 일종의 생물 무기로 위용을 과시한다.
인간이 인간을 살상하려고 창조한 종인 만큼 인도랩터로 벌어지는 사단은 이 지구의 운명과 직결한다. <쥬라기 월드 2>의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이어지는 쿠키 영상을 보자. 밀스의 계략으로 본토로 넘어와 경매 물건으로 전락한 공룡들이 인도랩터의 난리로 록우드 저택을 탈출한 이후의 상황을 짧게 전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스무 종의 공룡 중 하나인 날으는 공룡 ‘프테라노돈’이 에펠탑으로 보이는 탑 위에 내려앉는다. 이는 시리즈 전편을 통틀어 차원이 다른 아포칼립스를 예고하는 것이다.
<쥬라기 월드 2>의 부제 ‘폴른 킹덤’은 꽤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화산 폭발로 사라진 공룡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의 완전한 폐쇄를 상징하기도, 멸종 위기에 처한 이슬라 누블라의 공룡들을 구하고자 했던 록우드 재단의 몰락을 뜻하기도, 이제 인간 세계 곳곳으로 퍼진 공룡들로 인한 지구 멸망의 위기를 예고하기도 한다. 단 하나 확실한 건 몇 년 뒤 개봉할 <쥬라기 월드 3>가 공룡들이 사는 섬을 배경으로 했던 ‘공원’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쥬라기 공원 3>의 이야기를 계승할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사실이다.
<쥬라기 월드 3>에서 보게 될 세계는 과연 어떤 풍경일까. 모범답안이라면 <쥬라기 월드 2>에서 오웬과 잠시 작별을 고한 블루가 주인공들과 팀을 이뤄 각종 공룡들에 공격받는 인간 세상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전개다. 조금 더 나간 상상력을 보태볼까. 인간과 공룡이 공존하는 새로운 세기의 도래를 예상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쥬라기 월드 3>는 이 시리즈의 새로운 종으로서 멋진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 것이다. 요는 <쥬라기 월드 2>가 이 시리즈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꽤 괜찮은 포석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공원’ 규모에서 이제 진정 ‘세계’로 진입한 듯한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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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쥬라기 월드, 공룡, 인간의 세계, 티라노사우루스
영화에 대해 글을 쓰고 말을 한다. 요즘에는 동생 허남준이 거기에 대해 그림도 그려준다. 영화를 영화에만 머물게 하지 않으려고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