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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와 춤의 화려한 대전 - <적벽>

감각적인 판소리와 역동적인 군무의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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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 없이 변화 하고, 때론 파괴되었다가 재창조 되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2018. 0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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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완벽한 결합
 
판소리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얼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장르이지만, 사실 대중들에게 많이 소비되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장르는 아니다. 주변에서 판소리를 즐기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화 할 수 없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판소리를 따분하고 어렵다라고 생각하며 판소리보다는 뮤지컬을, 연극을 선호한다. 허나 판소리 음악극 <적벽> 은 그런 고정관념을 완벽히 깨버리고 신선하고 강렬한 한 방을 선사한다. 판소리와 춤의 조화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완벽하게 연결시켰다. <적벽> 은 강렬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동시에 절제된 세련미를 갖춘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하며 판소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무대위로 19명의 배우들은 판소리 합창과 역동적인 군무를 선보인다.  <적벽> 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판소리 <적벽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삼국지의 세 영웅 유비, 관우, 장비와 제갈공명, 조자룡, 조조 등 익숙한 인물들이 하나 둘 등장하면, 세 영웅과 조조 사이에 벌어졌던 그 유명한 전쟁, ‘적벽대전’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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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적벽가>는 판소리 중에서도 웅장하고 장중한 대목이 많아 어려운 소리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적벽대전’의 이야기뿐 아니라, 도원결의, 삼고초려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내용이 다소 어수선 하기도 하고, 장면마다 분위기가 달라지기에 완전히 새로운 작품들이 나열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판소리의 숙명이자 본질이며, 이러한 이야기의 모순이 곧 판소리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적벽> 역시 총 90분의 러닝타임동안 8개의 장면을 선보이는데, 이야기들은 끊어지는 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며 끊임 없이 변화 하고, 때론 파괴되었다가 재창조 되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 변주되는 스토리 위로 힙합, 스트릿 댄스, 현대무용 등의 군무가 더해지고 해금, 아쟁, 드럼과 키보드 등의 음악이 채워진다. 쉴새 없이 이어지는 역동적인 군무는 작품의 에너지를 한층 끌어올리며 각 장면의 드라마를 더욱 극적으로 묘사해준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이다. 판소리,를 떠올렸을 때 상상하게 되는 일반적인 전통악기 뿐 아니라 드럼과 키보드라는 서양 악기가 함께 빚어내는 완벽한 콜라보는 관객들의 심장에 강렬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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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 은 이야기의 강약 조절을 아주 현명하게 해낸다. 영웅들의 엄숙하고 근엄한 이야기가 이어지다가도, 다소 우스꽝스러운 간신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백성들의 희롱을 받는 조조와 전쟁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군사들의 모습을 통해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골계미를 드러낸다. 쉼 없이 이어지는 군무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웃음을 전달하는 장면의 전개는 판소리의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가치를 더욱 부각시켜 준다.

 

2017년 초연된 이후 1년 만에 다시 관객 앞에 찾아온 <적벽> 은 더 나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꾸준한 수정, 보완 작업을 거졌다. 이번 공연에서는 소리꾼 배우의 비중을 높이고, 새로운 스텝진이 참여하였고 무대와 의상 또한 모던하고 심플하게 변화시켰다. 부채를 활용해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각 서사를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등 소품의 똑똑한 활용도 돋보인다. 대사의 전달력이나, 배우들의 ‘연기’ 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으나, 그 아쉬움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한 <적벽> 이 2018년도 정동극장의 첫 포문을 성공적으로 열었음은 틀림없다. <적벽> 은 오는 4월 15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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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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