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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의 로맨티스트 아라미스로 돌아온 뮤지컬배우 손준호
뮤지컬 무대와 TV예능에서 자주봐서 친근한 배우
주연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어요. 뮤지컬을 사랑하고 끝까지 남고 싶은 무대지만, 뮤지컬배우로서 유명해지기보다는 저에게 잘 맞는 역할을 소화하는 게 목표거든요. (2018. 02. 28)
뮤지컬배우지만 뮤지컬 무대보다는 TV 예능이나 노래하는 프로그램에서 더 자주 보게 되는 사람. 자주 봐서 친근하고 반갑기는 하지만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작품으로 만나고 싶은 아쉬움도 많았는데요. 그 아쉬움을 달래듯 3월에 개막하는 두 작품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손준호 씨인데요. 뮤지컬 <삼총사> 의 아라미스로, <명성황후>의 고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손준호 씨를 목동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죠. <삼총사> 는 예전에 했던 작품이지만 검술이 대부분 바뀌어서 정신없어요.”
뮤지컬 <삼총사>는 캐스팅을 보면서 삼총사의 평균 연령이 꽤 높다 생각했습니다(웃음). 올해 10주년이기는 하지만, 이 배우들이 모두 뭉쳤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삼총사 평균 연령이 묵직하죠. 제가 애기입니다(웃음). 그런데 <삼총사> 는 무조건 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일단 밝은 작품이라 준비하면서도 에너지가 밝고, 공연할 때도 기분이 좋거든요. 남자들의 우정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2시간 넘게 나눈 다양하고 끈끈한 감정들이 마지막에 아토스가 떠날 때 진하게 다가와요. 그래서 평소에 눈물이 없는 제가 <삼총사> 하면서는 많이 울었어요. 많이 아끼고, 능력이 되는 한 계속 참여하고 싶은 작품인데, 형들은 <삼총사> 에 대한 애정이 더하시겠죠.”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가요? 쟁쟁한 분들이 모이셨잖아요.
“분위기 좋아요. 형들이 대선배지만 굉장히 편하게 잘해주시고, 검술 등 몸으로 부딪히는 장면이 많으니까 장난도 많이 치고요. 그런데 형들이 저희에게 지는 건 좋아하지 않으세요. (유)준상이 형한테 ‘형 지치셨어요?’ 물어보면 ‘지치는 게 뭐냐, 먹는 거냐?’ 그러시고(웃음). 형들이 힘들어 보여서 안마해 드리겠다고 하면 바로 연습하자고 하는데, 그날 밤 SNS 보면 발에 파스 붙이고 있더라고요(웃음).”
4년 만에 다시 만나는 아라미스는 좀 달리 보이나요?
“아라미스가 약간 바람둥이 로맨티스트잖아요. 민영기 형 무대를 보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저는 계속 귀족이나 신사 역할만 하다 결이 다른 캐릭터를 맡으니까 유쾌하고 재밌는 부분을 잘 드러내고 싶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남자들의 우정에 좀 더 시선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네 남자의 관계에 좀 더 집중하고 있어요.”
어쩐지 아라미스와 손준호 씨의 캐릭터가 비슷해 보이는데, 현실은 어떨까요?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달타냥이나 아토스 등 이번에는 다른 역할이 탐날 만도 한데요?
“아라미스가 제 몸에 맞는 옷인 것 같아요. 아토스처럼 멋있고 진중하고 리더십 있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연기는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성격은 아니에요. 저는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과 똑같아요. 유쾌하고 재밌고 신나고, 불편한 분위기를 잘 못 견디고. 좀 엉뚱해서 남들이 안 하려고 하거나 창피해 하는 것도 상관없어 하고요.”
<명성황후>에서는 고종이잖아요. 동서양의 시대극을 함께 작업하게 됐는데, 두 작품 모두 의상은 입어보셨을 텐데 어느 쪽이 편한가요(웃음)?
“아무래도 무대에서는 외국 작품을 많이 해서... 고종은 걱정을 많이 했어요. 수염도 붙여야 하고 움직임도 달라야 하니까 나랑 안 어울리면 어쩌나. 그런데 막상 의상 입고 분장하니까 고종도 정말 잘 어울리는 거예요(웃음).”
작품에서 김소현 씨와 부부로 함께 출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죠? 부담이 컸을 듯합니다.
“오히려 극중 부부라서 걱정은 덜 했어요. 예전 작품에서는 부부가 아니라서 느낌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인터뷰 중에도 김소현 씨가 자꾸 언급됩니다만, 전공도 직업도 같고, 뮤지컬 외 콘서트나 방송도 함께 하시잖아요. 장점도 많겠지만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특기도 김소현이고, 취미도 김소현이라 빼놓을 수 없죠(웃음).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데, 저는 정말 좋아요. 회식 때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같이 가도 되고, 모든 것을 공유하니까 서로 이해하고 통하는 것도 많고요. 그런데 김소현 씨는 답답할 때가 있대요. 뮤지컬에서도 방송에서도 집에서도 손준호라고. 그래서 나갔다 오라고 하면 나가지도 못하고, 제가 나가겠다고 하면 어딜 가느냐고 하고(웃음). 물론 많이 싸우기도 하는데, 무대에서는 대부분 사랑의 이중창이라서 자연스럽게 풀리는 부분도 있어요. 공연하러 갈 때는 티격태격하다 결국 웃으면서 돌아오죠. 이것도 장점이고요.”
뮤지컬배우 부부로서는 왕성하게 활동하는데, 뮤지컬만 놓고 보면 손준호 씨의 필모그래피가 좀 약하지 않나 싶습니다.
“주연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어요. 뮤지컬을 사랑하고 끝까지 남고 싶은 무대지만, 뮤지컬배우로서 유명해지기보다는 저에게 잘 맞는 역할을 소화하는 게 목표거든요. 아내가 임신했을 때 2년 동안 곁에 있기 위해 쉬었는데, 뮤지컬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게 목표였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사람들이 이미지 관리라고도 하는데, 그냥 욕심이 없어요. 반면 뮤지컬을 쉬는 동안 다양한 콘서트도 하고, 방송도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죠. 그런 기회들이 열려서 제 영역을 넓히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양하게 활동하는 모습은 보기 좋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뮤지컬배우로서 좀 더 확실한 각인이 필요하지 않나. 아쉬워하는 관객들도 많을 거예요.
“맞아요, 김소현 씨도 그 얘기를 한 적이 있고. 소현 씨가 작품을 할 때는 제가 아이를 봐야 했어요, 너무 어리니까. 나는 젊어서 할 시간이 많으니까 사람들이 찾을 때 하라고요. 쉴 때 소현 씨 나오는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매일 파자마 바람으로 있던 아내가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을 보니까 설레고 예쁘더라고요. 반면 저도 배우다 보니까 공허한 마음이 들 것 같아서 한동안 뮤지컬을 안 봤어요. 그래서 지금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두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공연되지만, 양쪽 제작사에서 감사하게도 조정을 잘해주셔서 욕심을 부릴 수 있었고요.”
그럼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캐릭터로 무대에 서는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요?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다면요?
“열심히 해야죠. 작품으로는 <캣츠>나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해보고 싶어요. 제가 몸을 정말 못 쓰고 배우려면 오래 걸리는데, 만들어 놓으면 또 기가 막히게 하거든요(웃음). 두 작품은 할 것도 많고 힘들어서 막상 시작하면 후회할 것 같은데, 무대에서 변화하는 제 모습을 생각하면 멋지죠.”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계획이나 바람을 들어볼게요.
“지금처럼 살되 안주하지 않고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작품도 하고, TV에서 시청자들과도 교감하고, 여러 곳을 다니면서 콘서트도 하고. 두 사람이 변하지 않고 함께 성장해가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뮤지컬배우로서 영역도 넓히고 싶어요, 다른 캐릭터도 해보고. 어렸을 때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삼총사> 연습하면서 보니까 어린 친구들이 춤도 정말 잘 추고, 검술도 빨리 배우더라고요. ‘나한테 시간이 많이 남은 것만도 아니구나’ 싶어요(웃음).”
인터뷰 내내 유쾌한 분위기로, 조금은 짓궂은 질문에도 웃으며 답변하는 손준호 씨의 모습을 보면서 안에서도 밖에서도 부부가 항상 함께 할 수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올해는 뮤지컬배우로서 손준호 씨의 이미지도 좀 더 탄탄히 다져지는 한 해이길 기대해 봅니다. 그 출발이 궁금하다면 3월 16일 한전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삼총사> 부터 챙겨 보시죠!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