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의 측면돌파] 진실을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마음
『알제리의 유령들』, 『어쨌거나 회사를 다녀야 한다면』,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눈길이 머무는 책, 손길을 잡아끄는 책,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죠. ‘책읽아웃이 소개하는 이주의 책’ 코너입니다. 오늘 준비한 책은 『알제리의 유령들』, 『어쨌거나 회사를 다녀야 한다면』,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입니다. (2018. 01. 18)
시와 소설, 실용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소설 『알제리의 유령들』은 진실과 거짓의 모호한 경계를 짚어주고요.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에서는 50여 명 시인들의 작품과 만날 수 있습니다. 업무 무기력에 빠진 당신을 위한 심리 처방도 소개합니다. 『어쨌거나 회사를 다녀야 한다면』입니다.
황여정 저 | 문학동네
첫 번째로 소개해 드릴 책은 황여정 작가의 소설 『알제리의 유령들』입니다. 간결하고 정제된 문장, 세련되고 효율적인 구성으로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은 작품이에요. 이야기는 시작부터 모호한 분위기를 풍기는데요. 확신할 수 없는 기억들이 서술되고, 독자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묻게 됩니다. 구성 역시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어요. 각 장마다 서로 다른 인물이 등장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던 그 이야기들은 점차 하나의 서사로 이어집니다. 접점으로 작용하는 건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이에요. 누가 언제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소한 농담에서 비롯된 그 희곡이 인물들을 옭아매게 되죠. 그 결과, 어떤 이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앞 세대의 비극을 물려받게 되고요. 사실과 거짓, 진실의 경계는 흐릿할 때가 많은데요. 소설가 황여정은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아내고 싶다는,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쨌거나 회사를 다녀야 한다면』
박경숙 저 | 위즈덤하우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퇴사를 고민한 적이 있을 텐데요. 사표를 던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죠. 회사를 다녀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들이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회사를 다니긴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의 제목이 딱 그렇습니다. 『어쨌거나 회사를 다녀야 한다면』 이에요. 업무 무기력의 원인과 극복 방안을 담은 책인데요.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90% 이상이 업무 무기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일에 대한 의욕을 잃거나 회의감을 느껴본 적이 있다는 거죠. 이 책이 진단하는 문제의 원인은 ‘통제 불가능성’과 ‘예측 불가능성’이에요. 조직 안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없기 때문에 무기력한 상태에 빠진다는 건데요. 인지과학자인 저자가 제안하는 해법은 ‘통합적 마음 관리법’입니다. 동기, 정서, 의지, 인지, 행동의 다섯 가지 측면에서 무기력 극복 방안을 소개하고 있어요. 일이 버겁게 느껴지고 스스로 지쳤다고 생각될 때 이 책을 떠올리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황유원 등저 | 문학동네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는 ‘문학동네시인선’이 100호를 맞아 선보이는 ‘티저’ 시집입니다. 앞으로 ‘문학동네시인선’을 통해서 독자와 만나게 될 시인들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데요. 무려 50명의 시인들이 함께했습니다. 유용주, 장석주, 황규관, 이용한, 이병률 등 서로 다른 결을 가진 시인들의 시와 산문이 수록되어 있어요. 2017년에 등단한 젊은 시인부터 40년 넘는 시력을 가진 시인까지, 모두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독자들을 굉장히 설레게 하는 시집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상수 시인은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낮은 자리에도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기성의 세계에 그 목소리를 등기함으로써 바닥과 끝엔 당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가 함께 있으며, 그리하여 세상은, 그리고 그 안에 속한 당신은 포기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이 한 권의 시집 속에서 진한 위로를 얻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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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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