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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식, 서늘한여름밤 “힘들 때는 힘들다고 얘기하자”

『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 누구에게나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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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다들 힘들잖아요. 오히려 상담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오만이라는 생각도 들 정도예요. 인생에 한 번 쯤은 다 상담이 필요해요.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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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속에 울고 있는 아이가 한 명쯤 있다.’는 말은 그대로 진실일 것이다. 지표가 말해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울증 환자는 60만 명이 넘었다(643,102명). 조울증, 공황장애, 산후우울증 등 양상도 다양하다. 그러니 ‘내가 심리 상담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든다면, 답은 ‘그렇다’이다.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와 네이버 블로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봐 많은 공감을 얻은 서늘한여름밤 작가와 『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 꼭 알고 싶은 심리학의 모든 것』등을 쓴 강현식 대표는 심리 상담이 필요하지만 부족하고 잘못된 정보로 망설이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 꼭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했다. 『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는 두 전문가가 심리 상담을 가기 전 알아야 할 것부터 상담에 드는 비용, 상담에서의 태도와 잘못된 심리 상담 사례까지 조목조목 짚어낸 ‘심리 상담 가이드북’이다.  


그 자신 역시 6개월째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는 서늘한여름밤 작가는 “심리 상담이 힘이 많이 된다. 상담이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라는 걸 많이 알게 되면 좋겠다.”며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삶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이것은 상담심리학 전문가가 전하는 응원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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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이라도 해보자


분명한 목적이 있는 책이에요. 심리 상담을 모르는 사람들, 그러나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강현식: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질문을 많이 받아요. 심리 상담이 궁금한 사람뿐 아니라 현재 상담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자신의 고민을 많이 얘기해요. 그럴 때마다 답변을 하기는 하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대중과 더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속살을 드러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선지 그런 부분을 다 담은 책은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마침 편집자 분에게 제안을 받았고, 알고 지내던 서밤(서늘한여름밤, 이하 ‘서밤’) 작가에게 함께 해보자고 제안을 했죠.

 

서밤 작가는 제안을 받고 어떠셨어요?


서밤: 이런 주제의 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도 출간 제의를 해오는 곳마다 이런 주제가 어떻겠느냐고 역제안을 했었는데요. 대부분은 너무 대중성이 없다면서 거절을 당했어요. 그래서 독립출판이라도 해보자고 생각하던 차였거든요. 마침 제안을 주셔서 흔쾌히 하게 됐죠.


강현식: 서밤 작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었어요. 서밤 작가 블로그를 보면서 통하는 부분이 있겠다 싶어 제안을 한 건데 서밤 작가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죠.

 

출판사들이 거절한 이유나 이런 책이 아직도 없었던 이유가 있을 텐데요. 두 분은 그런 면에서는 부담이 없으셨어요?


서밤: 저는 이미 잃을 게 없는 몸이라서요.(웃음) 이미 욕을 먹을 만큼 먹어서 말이죠.


강현식: 저도 비슷해요. 서밤 작가만큼은 아니지만(웃음) 대부분의 이 분야 사람들이 가는 길과는 다른 길을 가다보니까 여러 이야기를 많이 듣게 돼요. 하지만 분명 누군가한테는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내부 이야기를 해서 간접적으로 어떤 전문가에게는 피해가 될 수 있는 이야기일 수는 있겠지만 말이죠. 무엇이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생각했을 때 더 이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서밤 작가가 함께 해줬으니까요.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내용이기도 했고, 여러 모로 든든한 동지를 만난 느낌이었어요. 주저하던 마음이 서밤 작가를 만나면서 확 편안해졌던 것 같아요.

 

대중성이 없단 이유로 몇 출판사가 거절했었다고는 하지만 막상 독자 반응을 보면 대중에게는 나름대로 갈증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 서밤 작가가 독립출판까지 생각했던 이유기도 할 테고요.


서밤: 내담자에게 추천할 만한 책을 찾아본 적이 있어요. 상담 오기 전에 이런 책을 읽으면 상담이 어떤 건지 알 수 있겠다, 싶은 책을 찾는데요. 별로 없었어요. 대부분이 상담자 입장에서 상담을 어떻게 하면 잘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내담자 입장에서 상담을 준비할 수 있는 책은 없더라고요. 아쉬움이 많았죠.

 

전문가 입장에서도 분명 필요성을 느꼈을 텐데 말이에요. 아쉬운 부분이에요.


강현식: 병원에 가거나 다른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는 건 해당 분야에 규격화된 형식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심리 상담은 전문성 안에 규격화된 형식 못지않게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벌어지는 관계적인 부분들이 있거든요. 마치 이런 거죠. 연애에 관한 책들이 있잖아요. 거기서 사랑은 이런 거다, 라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면이 심리 상담에도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쓴 거예요.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이야기하기 힘든 게 있어도 얘기를 해라, 그러는 게 상담을 제대로 받는 거다, 돈 내고 가서 선생님 이야기에 ‘네네’만 하는 건 아니다, 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상담자 입장에서는 이런 내용이 내담자들에게 자신들을 괴롭힐 수 있는 상황을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어떤 상담자는 자신이 정말 내담자의 ‘선생님’이길 바라는 분도 있고요.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해요.


서밤: 일단 이런 내용의 필요성을 못 느낀 분들도 있을 거예요. 보통 상담자는 상담을 받으려고 찾아온 내담자만 만나잖아요. 찾아오기 전까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상담자한테 말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죠. 저는 블로그를 통해 그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으니까 필요성을 명확히 알았지만 다른 분들은 안 그랬을 수도 있어요. 또 오해 받을까 두려운 부분도 있을 테고요.

 

내가 심리 상담이 필요할까?


‘선생님’으로 상담자를 대해서 오는 문제는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어요.


서밤: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가 마치 선생님과 제자 같은 관계가 되는 거죠. 원래 상담자가 트레이닝 받기로는 상담자-내담자가 평등한 관계여야 한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내담자는 상담자를 ‘선생님’으로 부르니까요. 그러면 상담자가 나한테 답을 주길 바라게 돼요.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저 사람이 답을 알고 있는데 일부러 안 알려주고 있다, 고 생각하기도 하죠. 그런 오해를 교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심리 상담의 아이러니가 있죠. 정작 변해야 할 사람들은 오지 않고 그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러 와요. 때문에 ‘왜 내가 상담을 받아야 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요. 이에 대해서 어떤 답을 들려줄 수 있을까요?


강현식: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이렇게 답해요.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데리고 와라, 그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라, 하지만 그가 오지 않으니 그냥 그 상처를 안고 갈 것인지 아니면 네가 변화를 시도해볼 것인지는 생각해봐라, 라고요. 그 사람은 변하지 않아도 너는 변할 수 있다는 건데요. 흔히 변화해야 한다고 하면 현재 내 모습이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게 내 잘못이냐’라는 반응이 올 때가 있는데요. 그때 분명하게 선을 긋죠. 당신 잘못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고통은 커질 수도, 멈출 수도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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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제 같아요. 상담을 통해 내담자는 변화할 수 있어도 내담자를 둘러싼 환경은 변화시킬 수 없잖아요.


서밤: 잘못됐죠, 사회가.(웃음) 지금 한국 사회는 사회가 병들어서 상담으로 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어요.

 

바로 그 점에서 필요성이 더 생기는 거고요. 책을 보면 누구나 심리 상담을 받을 대상이 된다는 저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요. 하지만 보통은 어떤 경우에 있는, 어떤 사람들만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것 같거든요.


서밤: 저는 항상 이렇게 얘기하는데요. ‘내가 심리 상담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필요한 거라고요.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그 물음이 싹 튼다는 것은 이미 내가 많이 힘든 거죠. 물음이 들면 100% 필요한 거예요. 그럴 경우에 꼭 심리 상담을 받았으면 해요. 요즘은 다들 힘들잖아요. 오히려 상담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오만이라는 생각도 들 정도예요. 인생에 한 번 쯤은 다 상담이 필요해요.


강현식: 한국 사회의 문화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압력이 있어요. 가령 아내한테 ‘나 죽을 만큼 힘들어’라고 말하면 아내가 너무 걱정을 하고 같이 흔들릴까봐 말을 하지 않아요. 너무 긴밀한 관계에서는 오히려 침묵하게 되잖아요. 부부 간에도,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사이에서도 솔직함에 근거한 관계를 만들어간다기보다는 모든 관계가 사회적인 관계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는 세상 어떤 관계보다 긴밀하고 솔직할 수 있는 관계거든요. 부부끼리 못하는 말도 상담자에게는 터놓을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어딘지 삶에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상담이 필요할 때라고 저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상담자의 전문성으로 솔직하고 친밀한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데 도움을 주니까요.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성 탓에 겪는 고민도 많이 있겠네요?


서밤: 일단 집단주의 문화라는 게 상담을 많이 저해해요. 왜냐하면 기존의 관계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친구나 가족한테 이야기해서 문제를 풀려고 하니까 상담하러 오질 않죠. 저는 진로 관련 워크샵을 하는데요. 느낀 게 많아요. 사람들이 결국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게 만다는 게 상담의 목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내가 나대로 살면 사람들이 날 미워할 거야, 엄마 아빠가 나를 인정하지 않을 거야, 라는 생각이 강하다보니 쉽지가 않아요. 그런 건 문화적인 영향인 것 같아요. 관계 속에서도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 말이에요.


강현식: 한국은 가족과 굉장히 밀접해요. 상처도 밀접한 관계에서 받는 건데요. 그러면 필연적으로 가족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어요. 그때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주저하거든요. 이유가 가족 이야기를 하면 마치 그들을 욕 먹이는 것 같다는 생각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걸 깨는 것조차 어려워요. 상담이 서양의 개인주의 문화에서 발달했잖아요. 내가 힘드니까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는 건데 한국 문화에서는 모두가 상담자예요. 그런 것을 넘어서 전문가를 찾아간다는 게 마치 깨지 말아야 할 금기를 깨는 것 같은 느낌인 거죠.

 

<채널예스>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 칼럼(10월 10일자)에서는 ‘그냥 둬도 쉬면 좋아질 수 있는 것일 수 있는데’ 병원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두 저자의 이야기와는 결이 좀 달라요. 어떻게 보세요?


서밤: 저는 그런 경우에도 오는 게 맞다는 생각이에요. ‘너는 괜찮다’라는 말을 전문가에게 듣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꼭 문제가 있어서 가는 게 아니고요.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 받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상담을 받았으면 해요. 하지현 선생님은 너무 작은 문제 때문에 불안해하지 말아라, 우리 모두에게는 조금씩 미친 부분이 있다, 괜찮다, 라고 말씀하신 건데요. 그걸 직접 확인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전문가는 그러라고 있는 거고, 그렇다면 가서 확인 받아야죠.


강현식: 한편으로는 전문직의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의사로 훈련 받은 분들은 대체로 진단과 처방을 하시잖아요. 환자와 관계를 맺고 관계 속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게 기본은 아니죠. 그런데 심리학자들은 전문가로서 평가도 할 수 있지만 관계를 맺거든요. 상담은 나의 상태를 전문가에게 확인 받음과 동시에 상담자와의 관계를 쌓는 일이에요. 상담자만큼 내 이야기를 공감해주고, 때로는 쓴소리도 해주면서 소통할 수 있는 관계는 별로 없죠. 때문에 저도 상담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현대인들에게 이런 관계는 다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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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식 요리도, 분식도 있어야


앞서 심리 상담의 아이러니 이야기를 했는데요. 상담을 막는 또 하나의 오해가 상담을 받으면 문제가 완치될 것이다,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인 것 같아요.


서밤: 감기 치료 한 번 받으면 다시 감기 안 걸리나요? 감기에 또 걸릴 거라고 해서 감기 치료를 안 받을 필요도 없잖아요. 지금 힘든데 말이에요. 상담도 마찬가지예요. 상담을 한 번 받고 끝나는 게 아니고요. 상담을 받았다 해도 언제든 다시 또 받을 수 있어요. 힘들 때마다 도움을 받으라고 전문가가 있는 거니까요.


강현식: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도 완치가 되진 않아요. 질병의 상당 부분은 완치가 목표가 아니라 현상 유지를 하면서 건강한 몸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죠. 물론 경우에 따라 드라마틱하게 문제가 해결되는 일이 심리 상담에 있기는 하지만요. 완치가 안 되면 상담에 안 가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 같아요. 큰 병에 걸렸는데 완치가 안 된다고 했어도 병원에 안 갈 건 아니잖아요. 심리 상담에서는 내담자가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에요.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비용 문제도 중요해요. 책에서 아주 구체적인 숫자로 설명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심리 상담을 위해 그만한 돈을 쓰겠다고 결심하기가 쉽지 않아요.


서밤: 그렇지만 저는 친구들한테도 해외여행 한 번 간다 생각하고 돈 쓰라고 권유해요. 기분전환 하러 해외 가면 200~300만원 쓰지 않느냐, 그럴 바에는 상담 받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말하죠. 물론 다양한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호텔식 요리도 있어야 하지만 분식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센터에서 워크샵을 하거나 집단 상담을 해서 비교적 가볍게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전문가 집단이 비용을 낮추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죠. 결국 돈이 없는 사람들이 물어야 할 것은 왜 서비스가 이렇게 비싼가, 가 아니라 왜 우리 지역 사회에서는 이 서비스를 나에게 제공하지 않는가, 예요.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싶어요.

 

국가나 지역 사회에 대해 사회적 제언을 해주신다면?


서밤: 돈 좀 써라.(웃음) 정신 건강에 그렇게 돈을 안 쓰면서 자살률이 떨어지길 바라느냐고 묻고 싶어요. 자살 관련 기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 실태를 조금 알거든요. 정부에서 돈을 안 써요. 또 전문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전문가가 전문가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지 않죠. 상담이란 게 한 번 한다고 좋아지지도 않고, 많이 한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요. 전문가에게 한 달에 상담 30개 해, 못했으면 돈 이만큼만 받아, 이런 식이니까요. 그런 상황인데 어떤 전문가가 거기서 자기 역량을 발휘하고 지역 사회에 헌신하고 싶겠어요. 나중에 이런 포스팅도 발행하려고 하는데요. 국회의원 투표할 때 정신건강 정책을 보는 것들을 해보려고 해요.

 

‘통제력 착각’ 이야기를 꼭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때 이렇게 했으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계속 생각하면서 자기비난을 하는 건데요. 이 상태를 벗어나기만 해도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역시 쉽지 않은 일이고요.


강현식: 저는 ‘지나간 사건은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고민해보자’고 얘기를 많이 해요. 얘기뿐 아니라 여러 방법을 쓰기도 하죠. 한 번은 집단 상담을 하는데 집단원 중에 굉장히 큰 상처를 갖고 있는 분이 있었어요. 이 사람이 자기 탓을 했더니 다른 집단원이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말을 해줬어요. 당연히 잘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내 잘못이라고 해야 방법도 있을 것 같고, 속이 편하니까요. 그런데 한 집단원이 계속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소리를 지르며, 울며,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강하게 한 거예요. 그때 이 사람의 마음이 확 열렸어요. 그걸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말로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진심이 전달될 때 마음이 움직이는구나, 하고요. 관계 안에서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강하게 얘기하면 조금 생각이 바뀌는 것 같아요. 저 사람이 많이 애써주고 있구나, 를 느끼면 그게 가능한 것 같아요.

 

집단 상담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네요.


강현식: 한국 사람들은 내 얘기를 남에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집단 상담을 해보자고 하면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요. 오해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집단 상담에서 자신의 과거는 얘기 안 해도 되거든요. 그런 게 아니라고 해도 일단 다른 사람이 있다는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고민 끝에 집단을 공개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지금 집단 상담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고 있거든요. 저도 처음엔 누가 올까 싶었어요. 비밀보장이나 익명성이 그렇게 중요한 나라에서 말이에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오셨어요. 대신 무료이긴 하고요. 어쨌든 서밤 작가나 저나 집단 상담이라든지 정신 건강 이슈, 혹은 정책적인 면 등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전문가로서 계속 홍보를 하고 중요성을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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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다시 살아볼 기회가 있다


전문가로서 느끼는 변화도 있을까요?


서밤: 블로그를 한지 3년 정도 되는데요. 상담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처음에 말했을 때는 와 닿지 않지만 몇 년에 걸쳐서 얘기하니까 ‘나도 상담 받아 볼까?’ 이렇게 변하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서도 상담을 되게 많이 시작했고요. 저도 꾸준히 상담 받고 있어요. 상담 받으면서 제 인생도 많이 변하고 있고요. SNS에도 상담 받고 어땠다, 하는 얘기가 많이 올라오는데요. 그런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마음의 작업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위로가 되기도 하고 그래요. 젊은 분들은 확실히 그런 면에서는 거부감이 덜한 것 같아요.


강현식: 심리 상담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도 느끼고요. 더 크게 느끼는 건 정신과에 대한 인식 변화예요. 생각보다 정신과에 가는 인식이 문턱은 정말 많이 낮아진 것 같아요. 상담 오시는 분들 얘기 들어보면 약 먹고 있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런 변화 중 하나는 연예인들이 TV에 나와서 말하는 거죠. 공황장애 같은 것을 얘기하니까 대중들도 ‘갈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서밤: 세월호 이후에도 변화가 많았던 것 같아요.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면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실질적으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서밤: 제가 그림일기를 통해서 항상 얘기하는 것은 ‘네가 미친 것 같겠지만 나도 그렇다, 다들 이상하다’인 것 같아요.(웃음) 그럼 뭐 어때, 다 힘든데 좀 솔직하자, 힘들 때는 힘들다고 얘기하자, 라고요. 저는 그걸 그림일기로 다 얘기하거든요. 오늘 이렇게 슬펐고, 혼란스러웠다, 말하는데요. 그때그때 솔직한 것, 이게 지금 제 관계에서 많이 시도하고 있는 거예요. 힘들 때 밝은 척하지 않고, 내 얘기 하고 싶은데 참으면서 상대 얘기 들어주지 않고, 그런 것들이요.


강현식: 솔직함이 최선이라는 것 절대 동의해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입장에서만 상대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좀 물어보라고 많이 얘기해요. 다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르는 게 많아요. 물어보고 솔직하게 얘기해서 관계라는 것을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당연한 얘기지만 두 저자도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하세요?


서밤: 울어요.(웃음) 엉엉 웁니다. 울고, 친구들한테 얘기하고, 그림일기 그리고, 그렇게 많이 하고 있어요. 그림일기가 엄청 치유가 많이 돼요. 저라는 사람에게 있는 문제를 얘기하면서 하나씩 더 받아들이게 되니까요. 자기가 부끄러워하는 걸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치유가 되는 것 같아요.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얘기했는데 누군가 공감해주면, 적어도 내 스스로한테 얘기해서 스스로가 달래줄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돼요.

강현식: 집단 상담을 하면서 계속 느꼈던 건 솔직하게 내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었는데요. 그게 막상 아내와는 잘 안 됐어요. 정서적으로 너무 가깝고 삶이 얽혀있으니까요. 그러다 너무 힘든 시기가 있었거든요. 아내와 끝까지 싸우다가 어느 순간 이 사람의 마음이 궁금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솔직하게 물었어요. 왜 그렇게 얘기했느냐고, 솔직한 마음이 궁금하다고요. 그러니까 솔직하게 마음을 얘기하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진짜 진심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면 거기에서 힘이 난다는 걸요. 지금은 아내도 있고요. 주변에 그렇게 솔직하게 마음 나눌 관계들이 있어요. 그 관계들이 제 삶을 많이 잡아주고 있죠. 

 

이 책을 어떤 분들한테 권하고 싶으세요?


서밤: 내 삶을 다시 살아볼 기회가 있다는 걸 믿는 분들한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아요. 타고나길 잘 타고난 사람도 있겠지만 아닌 사람도 많잖아요. 제 경우 태생적으로 우울하고 불안한 기질을 많이 타고났고, 그렇게 많이 살아왔는데요. 이런 삶 말고 다른 삶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어요. 익숙한 불행 대신에 낯선 행복을 만나고 싶은 분들이 읽으시면 좋겠어요.


강현식: 저는 십 년 정도 땅만 쳐다보고 다녔어요. 사람들이 싫고 무서워서요.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물어볼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상담을 받고 상담에 참여하면서 관계가 정말 편해졌거든요.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상담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눈치 보지 않는 훈련을 하게 됐기 때문에요. 저는 이 책을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변화의 실마리를 책을 통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강현식, 서늘한여름밤 저 | 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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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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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뉴턴. 유명한 수학자는 대부분 유럽 남자다. 훌륭한 비유럽 수학자가 많았는데도 말이다. 『다시 쓰는 수학의 역사』는 지금까지 쓰여진 수학사의 공백을 채운다. 인도, 중국, 마야 등 다른 대륙에서 발달한 수학 들이 교차하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간절하게 원했던 보통의 삶을 위하여

의식주 중에 가장 중요한 ‘집’. 이 집이라는 출발점부터 비뚤어진 한 소녀가 어떤 여자를 만나고, 생판 모르는 남들과 살게 된다. 가출 청소년, 빚쟁이 등 사회 속에서 외면받은 이들이지만, 여러 사건을 통해 진정한 가족이 되어간다. 삶의 복잡한 내면을 다룬 수작이자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작.

국민을 위한 완벽한 나라가 존재하는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2036년,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미국이 아예 두 나라로 분리된다. 양국이 체제 경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중립지대’가 소설의 주요 배경이다. 그 속에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눈 이복자매 스파이들. 그들의 치열한 첩보전을 통해 적나라한 민낯들이 펼쳐진다.

‘시’가 전하는 깊고 진한 위로

장석주 작가가 전하는 시에 관한 이야기. 시인으로, 작가로 50년 가까이 글을 읽고 써온 그가 사랑한 77편의 명시와 이를 사유한 글들을 전한다. 과잉의 시대에서 덜어냄의 미학을 선사하는 짧은 문학, '시'가 선물하는 절제된 즐거움과 작가만의 울림 가득한 통찰을 마주해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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