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땅 위에서 온전한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
『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 김나랑 작가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며 10년 넘게 쉼 없이 달려오다가 잠시 멈춰 서게 되었다. 어느덧 30대 중반. 몸이 아파서 병원을 다녀야 했다. 회사도 그만두었다. 몸은 물론이고 생활에 있어서도 불완전한 상황들이 밀려왔다. (2017.10.26)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며 10년 넘게 쉼 없이 달려오다가 잠시 멈춰 서게 되었다. 어느덧 30대 중반. 몸이 아파서 병원을 다녀야 했다. 회사도 그만두었다. 몸은 물론이고 생활에 있어서도 불완전한 상황들이 밀려왔다. 그저 쉬고 싶은데, 이왕 쉰다면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하고 싶었다. ‘지금보다 나은 인간이 되겠지.’ 그 마음 하나로 떠나게 되었다. 낯선 길 위에서 낯선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나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이토록 불확실한 세계로 떠나오게 만든 것이다.
저자 김나랑은 13년간 잡지사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보그 코리아>의 피처에디터다. 심신이 망가졌을 때 배낭을 메고 남미로 떠났다. 땀과 물, 모험, 고양이, 여행을 사랑한다. 솔직하고, 편하고, 웃기는 글을 쓰고 싶어 한다.
혼자 길 위에 서자
퇴사가 유행입니다. 관련 제목의 책이 쏟아지는 추세인데, 10년 동안 일하고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렴풋이 짐작은 가지만) 퇴사의 결정적인 계기나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유행 타서 퇴사를 했습니다, 가 아니라 심신에 병이 났습니다(정말 유행 타서 그만두시는 분은 없을 거예요. 우리 모두 알잖아요). 당시의 카톡창은 온통 자책과 험담, 힘들다, 죽겠다, 그 XX로 도배된 지옥이었습니다. 울고 술을 마시고 수술대에 누웠습니다. 5인 병실에서 생각했습니다. 대체 나란 인간은 뭔가, 뭐 이렇게 허접하지? 제가 괴로워했던 회사지만, 그 안 사람들의 배려 덕분에 병가를 마치고, 퇴사도 원하는 때에 했습니다. 네 탓, 회사 탓, 나라 탓만 하던 제게 회의가 들었어요. 저를 완전히 다른 상황 속에 던지고 싶었습니다. 직함도, 임무도, 아무것도 없이 김나랑 혼자 길 위에 서자. 네 민낯을 보자!
한국에서의 ‘인생 사이클’은 대체로 비슷한 것 같아요. 요즘은 그 사이클이 덜 분명해졌다고는 하지만 궤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쉽게 불안과 고립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여행을 떠난 이유가 무엇인가요?
조금만 삐끗하면 나도 길 위에 나앉는다는 절박한 상상을 자주 했습니다. 안전망이 없으니까요. 삶을 살아내는 근육을 키우고 싶었어요. 불안함, 결혼에 기대리란 나약함을 없애려고요. 근육을 키우려면 자꾸 움직여야 합니다. 익숙한 일상에서는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살아갈 수 있잖아요. 늘 해온 대로 사부작사부작. 물론 스트레스를 자주 받지만 괴로워하는 것도, 해소하는 것도 해온 습관이 있습니다. 근육이 생기려면 불확실한 상황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안 쓰던 몸의 감각을 깨우고, 잃어버린 기억을 깨우는 거죠. 정말 여행하며 못해 본 생각, 처음 든 감정이 많았어요! 실제로는 배가 자꾸 나왔습니다. 진짜 많이 걸었는데 매일 술을 마셨거든요.
패션 매거진 기자생활을 오랫동안 하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녔을 텐데, 왜 ‘남미’를 선택하고 떠났는지 궁금합니다. 아주 낯선 곳이라면 아프리카나 극지방도 있을 텐데요. 남미로 떠난 이유와 남미의 매력을 꼽아주신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퇴사 후 두 달 동안 여행을 준비하면서 ‘어디로 갈까’만 한 달 고민했어요. 유럽이나 영미권은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익숙했거든요. 그 외의 나라는 다 후보에 올렸습니다. 아이슬란드에 가서 시규어 로스처럼 음악을 할까, 그린란드 황야에 내던져질까, 동남아시아 정글탐험을 할까. 그 요소들이 모두 남미에 있었습니다. 사실 남미를 잘 모르고 막 항공권을 끊었어요. 그래서 여행 초기에는 얼어 죽을 뻔했지요. 저는 남미가 다 더운 나라인 줄 알았거든요. 보통 하루에 4계절, 10계절을 가진 곳도 많습니다. 여러분은 저보다 훨씬 똑똑하시니 그런 실수를 하진 않으시겠지만요.
6개월 동안 여행을 지속하게 되면 그것 또한 생활이 되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혼자 남미를 여행하며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있을까요?
체력이 달립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올걸.” 제가 조깅도 좋아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꽤 했지만, 병이 난 뒤로 체력이 떨어졌거든요. 백두산보다 2000미터 높은 산을 오를 때는 고산증세에 숨쉬기 힘들었어요. 어떤 여행자는 산소호흡기를 착용했습니다. 너무 많이 걸어서 발바닥의 각질이 저절로 벗겨져 아기 발이 될 정도였죠. 칠레의 활화산을 오르다 바람에 날아갔을 때, 아르헨티나에서 칼 든 마약중독자를 만났을 때, 페루 마추픽추행 기차에 치일 뻔했을 때, 그냥 어제, 엊그제, 누군가 죽거나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겁이 났어요. 전 오래 살고 싶거든요. 선만 지키면 안전하단 것을 안 뒤론, 잘 다녔습니다.
책 속에서 남미의 다채로운 매력이 두드러지는데요.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남미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을 것 같아요. 남미를 직접 겪어본 작가님 방식대로 남미를 정의해본다면요?
제가 앞서 남미에서 당한 사건사고를 말씀드렸지만요,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어요. 남미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아름답다”입니다. 그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 여기까지 온 저를 잘했다고 쓰다듬고 싶을 정도예요. 모든 풍경이 압도적입니다. 팬톤의 컬러칩보다도 더 다양한 색을 만날 수 있어요. 같은 호수라도 아침, 점심, 저녁, 가던 길, 오던 길마다 다른 색이에요. 화가는 태양, 어시스턴트는 고도인 듯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만난 남미 사람들은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아름답습니다(또 아름답단 소리!).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그들에게서 신선한 자극과 감동, 때론 슬픔, 세상을 살고 싶은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지금도 미디어에서 남미 소식이 나오면 꼭 챙겨봐요. 친구가 사는 나라 같습니다. 아 그래서 남미를 정의한다면, 음… 남미는 축복이다. 지구에게도, 당신에게도!
이 책은 여행을 꿈꾸는 사람에게도,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꼭 여행 계획이 없는 사람에게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여행 에세이인 것 같아요. 독자 여러분께 『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의 매력을 어필해주세요.
저는 편안하고 웃기고 솔직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진실된 글을 쓰고 싶지만, 차마 그 담어에 엄두가 나지 않아, 솔직한 글이라고 하였어요. 이 책은 저의 여행 일기입니다. 지극히 사적이진 않습니다. 저와 같은 시대를 살고, 비슷한 문제를 겪는(결은 다를지라도) 사람들이 읽어주십사 하는 마음에서 쓴 ‘말을 건네는 일기’입니다. “있잖아요, 저는 여행하며 이랬는데 말이죠”라면서요. 또한 읽으시면서 함께 남미를 걷는 기분을 느끼시길 바라요. 그런 마음에서 작은 사건도 담백하게 이어 붙였어요. 소스라치는 글귀나 작품 사진은 없습니다. 같은 시대를 사는 어떤 여자의 여행기에서 공감을 느끼시길 오늘도 빌고 잡니다. 욕조나 침대에서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읽다 잠드셔도 돼요. 책도 매끈하니 촉감 좋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으로 돌아가 같은 상황이 주어졌을 때, 똑같이 남미로 떠날 것인지 궁금합니다.
지금 항공권 끊으러 갑니다. 일단 끊고 나서 생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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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김나랑> 저12,420원(10% + 5%)
세상엔 안 해서 후회되는 일이 더 많다 낯선 곳에 다다르면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든다. 경험의 길이와 무게가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인생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늘어난 덕이다. 왜 그리 빡빡하고 조금은 불행하게 스스로를 내몰았을까? 이스터섬의 해변에선 노래를 틀고 춤을 췄다. 비키니를 입고 있던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