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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비정규직은 정규직 월급의 1.3배를 받아야 한다”

경제적 효율성과 정의의 원칙을 모두 만족시키는 비정규직 해법 『중간착취자의 나라』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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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노동과 자본 사이의 협약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문제가 아니다. (201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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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이야기할 때 성장과 분배 어느 한 편을 택해야 하는 이분법적 사고 안에서, 비정규직 제도는 확대하거나 폐지해야 할 대상이다. 비정규직을 둘러싸고 갑론을박하는 동안 국민 경제에 기여하지 않는 ‘중간 착취자’, 즉 비숙련 노동자를 공급하며 임금을 깎아먹는 도급 부문이 늘어났다. 사람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노동자 대 사용자의 밥그릇 싸움이라며 제대로 보지 않으려 했다.


변호사이자 시민교육센터 대표인 이한은 노동 변호사로 일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조금 더 큰 틀에서 보고 싶었다. 충격과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비정규직 제도의 사회적 기능을 활용하는 해법을 생각하자 간접 고용 부문을 최대한 제거하고, 사회에서 가장 많은 부담을 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중간 착취자의 나라』에서는 그 주장을 풍부한 실례와 적절한 비유로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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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은 사회 전체적으로 불가피한가


웹툰 <송곳> 말미에 책 광고를 냈더라. 적절한 광고라고 생각했다.

 

최규석 작가님하고 잘 안다. <송곳>이 끝나간다 하길래 광고를 내면 좋겠다고 출판사에 부탁했다. 광고는 잘 나온 것 같은데 광고 효과는 아직 지켜봐야겠다.


법률 내용을 다루면서도 쉽게 쓰려고 노력한 것 같다.


용어 자체를 많이 고칠 수는 없었다. 문장을 단문으로 많이 써서 속도감 있게 연결되도록 하고 직관적인 비유로 설명하는 부분을 많이 넣으려고 했다.


가제로 ‘착취냐 협력이냐’를 생각했다고 들었는데, 실제 제목으로는 ‘중간 착취’라는 명확한 말이 들어갔다.


간접 고용에 초점을 맞춘 책이라, 가제로는 뭘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분명치 않았다. 중간 착취라는 단어 자체가 법률 단어기도 하다.


노동 전문 변호사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는데, 상담이나 소송을 진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비정규직이나 도급업을 다루기로 한 계기가 되었나.


맞다. 경비 업무 하는 사람들이 2년이 지나도 원청에서 고용을 승계하지 않고 중간 업체 이름을 바꿔 계속 일하는 사건이 있었다. 소송 자체는 임금을 적게 줬다는 내용이었는데, 살펴보니 중간 업체가 노동을 지휘하는 게 아니라 원청이 지휘했다. 실제로 원청과 중간 업체 사이의 계약서에 노동 조건과 방법이 매우 세세하게 나와 있더라. 대학 식당에서 일하는 조리사 노동자들이 정리 해고를 당했는데 식당의 기준을 복지회로 둔 경우도 있었다. 복지회는 돈이 없으니까 정리 해고의 요건이 되는데, 대학 전체로 보면 대학은 재정이 튼튼했다. 실제 노동을 사용해 이익을 얻는 사람과 노동법적인 관계의 당사자를 불일치시킬 때 많은 권리 박탈이 일어난다.


파견 업무 2년이 지나면 고용 간주가 된다고 들었다.


파견이라고 하지 않고 도급 형식으로 불법 파견을 한다. 아웃소싱 업체가 일을 완성해주는 것처럼, 장판 깔아달라 하면 장판 까는 전문가가 오는 계약인 것처럼 해놓고 실제로는 교육을 시키지 않고 사람만 보낸다. 현행법상으로는 자기를 고용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인 고용 의무 규정이 적용되는데, 6, 7년 일하면서도 아웃소싱 업체가 계속 바뀌니까 고용주가 계속 바뀐다고만 생각하지 자신에게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상담하면서 노동자 측에서만 볼 게 아니라 시야를 넓혀서 과연 사회 전체적으로는 불가피한가, 도움이 되는가를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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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을 지는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여러 비정규직 양상 중 간접 고용과 기간제에 집중해 설명했는데.


간접 고용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두 가지 경우에만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변호사 사무실을 하면서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은데, 변호사 사무실 안에는 홈페이지를 만들 만한 인력이 없다고 치자. 그러면 홈페이지 설립 업체에서 전문가를 파견 보내서 일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정년까지 보장하는 조건으로 파견 업체에서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 A업체에 일이 필요하면 투입하고 그 일이 끝나면 B업체에 보내는 식으로 고용을 유지하면 사업장에서도 일시적인 기간에만 노동이 필요할 때 파견 업체로부터 인력을 받을 수 있고, 노동자들도 일자리가 늘어나면서도 상시 고용될 수 있으니 고용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적재적소에 노동력을 공급하려면 기간제 비정규직이 필요하다.


계절적으로 수요가 변한다거나 유행 따라서 노동력의 수요가 바뀐다. 노동이 더 필요한 부분으로 이동을 빠르게 해주는 역할을 기간제 비정규직이 떠맡되, 부담을 졌으니 임금은 더 많이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에어컨 회사에서 계속 일하는 사람과, 여름에는 에어컨 회사에서 일하다 겨울에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왔다 갔다 하는 사람에게 더 공정하게 보상을 줘야 한다. 직장을 옮기면서 실업 상태도 반복되니 반복 실업에 빠지는 사람에게는 국가가 최후 고용자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1.3배로 제안했다. 그러나 포괄 임금제로 사람을 부리는 추세에서 실효성을 생각했을 때 비정규직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게 하면 과연 사용자가 비정규직을 고용할지 회의가 든다.


포괄 임금제는 사실 근로기준법에 위법한 제도다. 근로기준법에는 일 8시간, 주 40시간 근로하고 당사자들이 합의하면 연장 근로나 탄력적 근로 시간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쓰여 있을 뿐, 아무리 찾아봐도 포괄 임금제라는 개념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이 법리는 판례가 잘못 만들어낸 법리다. 포괄 임금제를 허용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여가와 노동의 분배라든지 일자리 분배 등 많은 것이 일그러졌다. 판례에서도 그 점을 깨닫고 최근 경향을 보면 포괄 임금제가 허용되는 범위를 줄이고 있다. 감시 단속 근무와 같이 실 근로 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울 때만 포괄 임금제가 허용된다고 보는데, 나는 그것에도 동의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감시 단속 근무도 근로 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다른 데 가지 못하고 사용자의 지휘 명령을 기다리면서 앉아 있는 시간이 다 근로 시간이다. 이미 판례가 확립된 법리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판례가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경비원이든, 방제 근로자든, 고시원 총무든 다섯 시간 앉아 있어야 하면 그 다섯 시간이 전부 노동이다. 지금 행정부에서도 노동부 장관이 포괄 임금제를 철폐하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된다는 전제 아래서 가지 않으면 이 사회의 어떠한 근로기준법이나 노동 시간과 관련한 개혁도 의미가 없다.


실업은 임금 하락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했는데, 자세히 설명한다면.


최근 정규직 노조에 계신 분이 이 책을 보고 정규직 노조원과 토론을 하면서 다수가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건 지지할 수 있는데 정규직화는 곤란하다고 했다. 사람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뉘어 있으면 회사가 어려울 때 정규직의 임금을 깎거나 정리 해고할 필요 없이 비정규직만 내보낼 거라는 암묵적인 희망과 신념이 있다. 하지만 실정 연구 결과를 보면 정규직 비율이 높을수록 단결력이 높아져 정리 해고자 구조 조정이 빈번해지지 않는다. 또한 비정규직만 해고하면 회사의 관점에서는 비용 절감이지만, 이 사람들이 먹고사는 비용은 계산되지 않는다. 이 비용은 친지나 가족, 국가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데 소득이 없으면 극히 돈을 아끼고 사회 소비가 더 크게 줄어든다. 총수요 관리 측면에서도 회사 안에서 사람이 나가는 것보다 전체 노동자가 순환 휴업이나 휴직을 하거나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식이 사회 경제적으로도 좋고 개별적으로도 좋다.


생산성도 전체적으로 낮아진다고 말했다.


전직이나 전보를 경험한 사람은 알겠지만 안 해본 일 하면 되게 힘들다. 회사 안에 꾸준히 있어야 그 회사 자체의 조직 원리나 일하는 방식, 내부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회사 다니다 말고 또 다른 회사로 옮기다 보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만한 인적 자본이 축적되지 않는다. 숙련 형성의 기회가 없다고 표현하는데, 광범위한 수의 사람들, 인구의 반이 되는 사람들의 숙련기회를 박탈해버리니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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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적 엄밀함


독자평 중에 “이한은 존 롤스의 후계자 같다”는 평이 있었다. 그만큼 철학자 존 롤스의 ‘정의의 원칙’에 상당히 입각해 책을 썼다고 하던데.


맞다. 사회 쟁점을 생각할 때 원칙이 없으니 사람들이 정치를 이익 투쟁의 장으로 생각하고 갈등이 일어나면 다 자기 밥그릇 싸움으로만 본다. 이러한 갈등을 원리에 의거해 해결할 방법이 없는지 정치 철학자들이 오랫동안 토의해왔고, 헌법의 규정도 그런 정치 철학적 논의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 헌법에 경제 민주화 조항이라든가 균형 있고 고루 성장하는 경제 발전 등 추상적인 개념이 나온다. 이러한 개념은 정치 철학에서 간취해야 할 것들을 간취해 치열하게 해석해야 우리가 구체화할 수 있다. 즉각적으로 연상되는 걸 가지고 할 수는 없다.


이전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에서도 정의를 보려면 인식을 첨예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 같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규범적인 문제에 대해 탐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한다. 직관적으로 이미 가진 신념에 아첨하면 옳은 이야기고, 그것과 반대되면 틀린 이야기라고 한다. 직관도 자기 스스로 독자적으로 세운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눈치의 더듬이를 세워서 사회 전반적으로 뭐라고 말하나 보고 그걸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건 사실 두뇌를 외주화한 거다.


비정규직 문제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해도 되나?


사회 정책적인 문제에 있어서 흔히 듣는 이야기가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 문제다.” 그럼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든가 아니면 비정규직에게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주면 문제가 해결되겠다고 여긴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전반적으로 노동과 자본 사이의 협약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문제가 아니다. 분석적 엄밀함을 가져가는 것은 타당한 문제 해결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새 관심은 무엇인가?


기본적인 관심사는 헌법이다. 추상적인 의미에서의 헌법이 아니라 삶들의 진영과 자기 입장, 상상력과 공감의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그 취약성에 갇히지 않고 평화로운 공정과 협동을 해결하고 도모하는 매개체로서 헌법상 원리를 보고 싶다. 그걸 제대로 해석하려면 역시나 정치 철학적인 엄밀함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정치 철학의 흐름을 정리해서 자유, 평등, 착취, 권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을 향후 10년 내에 정리해보고 싶다.


책을 누가 읽어줬으면 하나?


비정규직이 문제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모든 분이 읽었으면 한다.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도 그 근거를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제일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행정부 공무원들, 정치가들,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이다. 민정수석께도 두 권 보내드렸다(웃음).

 


 

 

중간착취자의 나라 이한 저 | 미지북스
『중간착취자의 나라』의 저자 이한 변호사는 비정규직 제도의 사회적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부정적 충격과 고통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해법, 즉 경제적 효율성과 정의의 원칙을 모두 만족시키는 비정규직 해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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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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