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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선천적으로 똑똑한 아이는 없어요”

『평범한 아이를 공부의 신으로 만든 비법』 펴내 사교육 없이 두 아이를 영재로 키운 ‘아빠의 육아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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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의 어머님들도 대부분 ‘우리 아이는 평범하게 태어났고 저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똑똑하게 태어났으니까’ 하고 단정을 지어버리세요. 선천적으로 똑똑한 아이들은 없어요. 물론 DNA의 30% 정도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거지만, 저는 70% 정도는 환경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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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혁이, 시훈이 아빠 이상화 씨는 ‘대한민국에서 사교육 없이 아이를 기른 배짱 두둑한 부모’다. 첫 아이 출산 이후 몸이 아픈 아내를 대신해 독박육아를 시작하게 됐고 일과 살림, 아내의 병간호까지 도맡아 하느라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여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가 보여준 학습 결과는 놀라웠다.

 

첫째 이재혁 군은 만 4살 때 컴퓨터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데 이어 한자, 영어 분야에서도 전국 최연소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한 번도 외국에서 생활해본 적 없지만 중국어, 불어, 일어를 독학했고 스페인어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는 국제중학교를 졸업하고 하나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동생 이시훈 군은 26,500여 권의 책을 읽고 400여 편의 외국 영화를 시청했으며, 초등학교 2학년 때 S보드를 독학하는 등 형에 버금가는 학습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아이를 공부의 신으로 만든’ 아빠 이상화의 육아법은 여러 방송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SBS <영재발굴단-아빠의 비밀 편>, EBS <부모>, MBC <기분 좋은 날> 등 15개 방송에서 세 부자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슈퍼대디’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상화 씨는 푸름이닷컴, 한솔교육나라, 기탄교육, 하이멘토 등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며 노하우를 나눴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평범한 아이를 공부의 신으로 만든 비법』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두 아이를 영재로 길러낸 경험과 공부법 메시지를 담은 ‘육아개념편’에 이어, 가장 많은 학부모들이 던졌던 질문 100가지에 대한 해답서인 ‘학업실천편’이 출간됐다.

 

예스24 중고서점 홍대점에서 만난 이상화 저자는 아들 이시훈 군과 함께였다. 방학을 맞아 아빠를 따라나선 아이의 손에는 수학책이 들려있었다. 요즘 한창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라고. 자신이 읽을 책을 직접 고른다는 아이는 ‘그래서 독서가 지루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꿈이 바뀌는 초등학교 4학년, 지금의 시훈이는 ‘사업가가 돼서 번 돈의 절반을 기부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독서 육아로 학업 성적과 인성 교육,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이상화 저자의 육아 내공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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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똑똑한 아이는 없어요

 

‘대한민국에서 사교육 없이 아이를 기른 배짱 두둑한 아빠’입니다. 여건이 허락됐다면 사교육의 힘을 빌렸을까요?


그렇죠. 저는 아내의 권유로 육아서를 읽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마음에 동요가 일어났어요. 제가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고, 책을 읽다 보니 아이들을 그냥 키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직접 가르치게 된 거죠. 형편이 넉넉했다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을 거예요. 학원이나 좋은 선생님을 찾아서 맡겼겠죠. 그런데 저희는 돈도 없었고 사교육의 효과도 3~10% 정도 밖에 안 되니까, 차라리 직접 가르치자고 생각한 거죠. 당시에는 시간도 많이 허락됐고요.

 

직업적 특성상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999년 12월에 방문 학습지 교사를 했거든요. 오후 2~3시에 출근해서 밤 10~11시에 퇴근하고, 나머지 시간은 아이와 놀았어요. 책 읽고 놀이하고 운동하면서 놀아줬죠. 아내가 아파서 누워있던 시절이었어요. 큰 수술을 두 번 했는데도 의사는 아내의 몸이 회복되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저도 (아이들을 키울)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다행히 아내의 몸이 회복됐는데, 그때는 제가 주 양육자로 아이들을 키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어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여러 이유들이 있잖아요. 그 중 하나가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이에요. 부모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건데요. 그런 이야기에 흔들리신 적은 없나요?


‘옆집 엄마가 내 아이를 망친다’는 말이 있잖아요. 실제로 내 주위에 상위권 아이들의 엄마는 별로 없거든요. 100명 중에 상위권 아이의 부모는 단 세 명이잖아요. 그 세 명과 친하게 지내면서 교육 방법을 알게 되면 좋겠지만, 내 아이가 어울리는 대부분의 친구들은 하위권 엄마의 아이들이거든요. 그런데 아이는 나의 영향만 받는 게 아니라 친구에게도 영향을 받죠. 친구의 좋은 점을 받으면 좋겠지만 나쁜 점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요. 그래서 ‘옆집 엄마가 내 아이를 망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상위권 아이의 엄마와 대화하면서 배울 점이 있다면, 흔들리기보다 참고하는 거고요.

 

물론 아빠의 노력도 좋은 영향을 미쳤겠지만, 아이들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아닐까요?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세요. 방송국에서도 저희 아이들이 선천적으로 똑똑하게 태어났다고 단정을 지었어요. 그래서 후천적 지능 검사를 한 번 받아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두 시간 동안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를 보고 교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도대체 어떻게 아이들을 키웠는데 이렇게 후천적 지능이 높으냐’는 거예요.

 

후천적으로 지능을 발달시킨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중요하게 여긴 건 책이었고, 그 다음에 놀이가 수반돼야 한다는 거였어요.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는 열린 대화를 하고요. 대한민국의 85% 정도의 부모님들이 닫힌 대화를 하시거든요. 닫힌 대화는 창의력을 갉아먹어요. 저는 그 부분을 조심하면서 놀아줬고, 그 결과 아이들의 후천적 지능이 높아진 경우예요. 제 주변의 어머님들도 대부분 ‘우리 아이는 평범하게 태어났고 저 아이들(재혁이, 시훈이)은 선천적으로 똑똑하게 태어났으니까’ 하고 단정을 지어버리세요. 선천적으로 똑똑한 아이들은 없어요. 물론 DNA의 30% 정도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거지만, 저는 70% 정도는 환경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재혁이와 시훈이가 남다른 지능을 가지고 태어난 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그렇죠. 제가 작년부터 영어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재혁이나 시훈이보다 더 빨리 받아들이고 더 많이 책을 읽으려는 아이들이 많아요. 지금 시훈이가 초등학교 4학년인데, 1학년 때부터 스토리 영어책을 읽기 시작해서 6,500권 정도 읽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공부방에서 가장 많이 읽은 아이들 다섯 명을 꼽으면 그 안에 들지 못해요. 정말 잘하는 아이들이 많은 거죠. 저희 아이들만 가능한 게 아니라, 환경을 마련해 주면 누구나 책도 많이 읽을 수 있고 영어도 좋아하게 되고 잘하게 되는 거예요. 대부분의 엄마들은 ‘영어는 어려우니까 학원에 맡겨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EBS에도 나온 적이 있지만 묻지마 학원의 경우에는 그 효과가 3~5% 밖에 안 돼요. 독일에서도 몇 천 군데의 학원을 연구했더니 효과가 5% 안쪽이었다고 방송한 적이 있어요. 부모의 생각에 따라서 아이가 성장하는 게 달리지는 거죠.

 

사교육 없이 아이를 키우는 것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돈이 안 들잖아요. 그렇다고 사교육을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아이가 스스로 필요를 느껴서 학원에 가고 싶다고 하면 저도 보내줘요. 대신 바로 보내주지는 않죠. 학원에 왜 가고 싶은지 말해보라고 하고, 한 달 뒤에도 가고 싶다고 하면 보내주겠다고 해요. 아이들이 즉흥적으로 학원에 가고 싶어 할 때도 있거든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학원도 따라갈 때가 있어요.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두는 거예요. 사교육이 효과가 있으려면 동기 부여가 돼야 해요.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 학원에 가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고 가야죠. 엄마가 가라고 해서 가면 효과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학습 효과가 3~5% 밖에 안 되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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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빠의 6분 VS 유럽 아빠의 6시간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고, 그만큼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적잖아요. 그래서 『평범한 아이를 공부의 신으로 만든 비법』는 ‘퀄리티 타임’을 잘 활용하라고 이야기해요.


대한민국의 아빠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하루 중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평균 6분이에요. 유럽의 아빠들은 6시간이거든요. 6시간 동안 놀이와 운동을 하면서 같이 공부하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한민국의 시스템에서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그렇다고 하루에 5분만 투자하면서 유럽의 아빠들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도 없어요. 그 대신, 아이와 함께하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죠. 예를 들어서 아침에 아이를 깨울 때도 생활 영어를 써서 ‘It’s time to wake up’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정서적으로 안정을 시켜주는 게 좋으니까 안아주면서 스킨십도 하고요.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까지 그 시간을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 가질 수 있는데, 1년 동안 축적되면 300시간이 넘어요. 공교육에서 초중고 영어 시간을 다 합해도 880시간이거든요. 아빠가 2년 동안 아침 시간만 활용해도 공교육 영어 시간과 맞먹는 거죠.

 

재혁이, 시훈이의 경우는 어땠나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영어 교육을 하셨어요?

 

재혁이가 태어날 때부터 형편이 어려웠어요. 아내 수술비와 병원비가 부담이 많이 됐고, 재혁이 분유 값이 없어서 쩔쩔매던 시절이었어요. 그런 상황이었지만 아이들 영유아 시절에 화이트보드를 구비해서 거실 바닥에 깔아줬어요. 그 위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을 적었죠. 제가 아이들에게 영어 표현을 가르쳐주고 싶으면 ‘Yesterday is~’, ‘Today is~’, ‘Tomorrow will be~’ 이렇게 쭉 써놨어요. 그러면 아이들이 ‘이게 뭐예요?’ 하고 관심을 가져요. 저는 ‘너희가 쓰는 거야’라고 말하지 않고 ‘아빠가 쓰는 거야’라고 말했어요. 부담을 주지 않는 거죠.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습득하려고 하기 때문에, 교육학에서는 이걸 ‘동일시 효과’라고 하는데요,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이게 돼요.

 

의도치 않게 독박 육아를 하게 되셨잖아요. 아빠가 육아에 참여해서 좋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엄마는 이론적으로는 많이 아는데 실천력이 약해요. 그건 제 아내도 똑같아요.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4년 동안 유치원 교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다 알거든요. 그런데 알고 있는 대로 다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실천력은 아빠가 더 강한 것 같아요. 여성들은 남자들하고 달라서 체력이 더 약하잖아요. 출산 후에 몸이 힘들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그 이상으로 하라고 할 수도 없고, 엄마로서 존재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야죠. 엄마들도 마찬가지예요. 남편이 아이들의 아빠로서 존재해주고 돈도 벌어주고,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해야죠. 나 혼자 독박육아 한다고 남편이랑 싸우면 아이들한테 안 좋은 모습을 보이게 되잖아요.

 

“슈퍼맨 아빠는 없다. 자칫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기를 모든 엄마들에게 부탁한다”고 적기도 하셨어요. 부부가 각자 할 수 있는 영역을 맡아서 협력하는 게 좋겠죠.


그렇죠. 저도 아내와 역할을 분담했어요. 수학은 전적으로 엄마가 맡고, 그 외에 책 읽기와 영어, 한자, 컴퓨터, 미술 같은 건 다 제가 해주기로 합의를 본 거죠. 아내는 수학을 좋아해서 유치원 교사 생활을 하다가 3~4년 정도 눈높이 수학을 했거든요. 저는 전자, 컴퓨터 쪽을 공부했었고요. 엄마와 아빠가 각자 잘하는 부분, 잘하는 과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책에서도 ‘독서를 통한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셨어요. 이른바 ‘책 육아’를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있었나요?


아내가 몸이 아파서 직접 육아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저한테 두 가지를 부탁했었어요.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육아서 20권 이상은 읽어야 한다면서 책을 권하더라고요. 그리고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 재혁이한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했어요. 보육학이랑 아동학을 공부하면 아이 키우는 방법을 알게 되니까, 이왕이면 그 두 개를 전공하면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요. 아내와 약속한 대로 육아서 30권을 읽으면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까, 미국 상위 3% 부모들의 교육법을 알게 됐어요. 자녀에게 3만 권의 책을 읽게 한다는 거였죠. 제가 가난한 부모이지만, 3만 권의 책을 읽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면 재혁이는 미국 상위 3%의 부모가 해주는 교육을 받는 셈이 되잖아요. 그때부터 재혁이한테 책을 읽어주려고 노력했어요.

 

3만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요.


계산을 해봤어요. 어떻게 하면 3만 권을 읽게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자료를 수집해 보니까, 중학생이 되면 엄마나 아이나 한 달에 0.8권 밖에 읽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더라고요. 물론 상위권 부모들은 책을 많이 읽어요. 평범한 엄마들은 한 달에 0.8권이라는 거예요. 아무튼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 보니까,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오롯이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시간을 10년으로 계산했을 때, 하루에 10권씩 읽으면 되겠더라고요. 그런데 6일 동안 하루 10권씩 읽어주고서 제가 지쳐버렸어요. 저는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아내 병간호도 해야 했고, 아이도 돌봐야 했고, 일도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포기했어요.

 

이후에도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내가 권해준 20권의 책 중에 『습관』이라는 책이 있었어요. 그 책을 보니까 ‘부모가 3만 권의 책을 읽어주는 게 아니라, 책 읽는 습관만 들여 주면 된다’고 나와 있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부터 책 읽기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한테 읽어줄 책을 1권으로 정했어요. 아이의 나이에 맞춰서 한 살 일 때는 하루에 한 권, 두 살일 때는 하루에 두 권, 이렇게 읽다 보면 7살 때 누적 권수가 만 권이 넘거든요. 3년 동안 하루에 한두 권씩 읽었더니,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하루에 30권 50권씩 읽어달라고 하더라고요. 200권씩 가져오기도 하고요.

 

동화책을 읽어주신 거죠?


네, 그때 아이가 두 살, 세 살 때였어요. 하루에 200권을 읽어줄 때는 새벽 5시, 6시까지 책을 읽었어요. 너무 힘들었죠. 그런데도 계속한 이유가 있어요. 당시에 『푸름이 이렇게 영재로 키웠다』를 읽었는데 ‘아이가 책 읽기를 원할 때 부모가 힘들다고 멈추면 아이가 그 마음을 읽고 책 읽기를 멈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내가 해줄 수 있는 데까지 해주자고 생각했어요. 저희 부부도 맞벌이였기 때문에 아내와 번갈아 가면서 밤을 새워가면서 책을 읽어줬어요. 매일 그랬던 건 아니고요. 1~2주에 한 번 꼴로 100권, 200권을 읽어 달라고 가져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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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부모 나이 독서’를 보여주세요


<영재 발굴단>에서 아드님과 같이 도서관에 가시는 모습이 공개됐어요. 그런데 책을 읽으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냥 같이 밥 먹고 운동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던데요?


아내가 누워있는 동안에는 제가 주부였잖아요. 주부들이 다 그렇듯이 저도 밖에서 누군가가 차려주는 음식을 먹고 싶었어요. 그런데 좋은 식당에 가면 가격이 비싸잖아요. 도서관에 가면 1500원으로 한 끼를 때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이를 책이 있는 환경에 노출시키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일단 식사를 해결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도서관에 갔어요. 그래서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이랑 같이 끼니 해결하고 놀았던 거죠. 그렇게 4주 동안 도서관에 놀러 갔는데, 그동안 아이는 책을 한 권도 안 읽었어요. 그런데 아이 눈에 보이는 게 다 누나, 형들이 책 보는 모습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4주가 지났을 때 ‘아빠, 저도 책 읽어도 돼요?’ 묻더라고요. 그래서 ‘그래? 읽어도 돼’라고 했죠. 그러면서 아이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 시작한 거예요.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독서를 어떻게 지도해줘야 할지’ 고민하는데요. 저자님은 어떻게 하세요?


좋은 책을 골라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하지 않고요.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책이 있으면 손 인형과 복화술을 사용해서 구연동화를 들려줬어요. 그러면 1분도 안 돼서 아이가 관심을 보여요. 너무 재밌게 들으면서 ‘아빠, 이건 누구야?’하면서 대화를 하고요. 책 속의 인물들하고도 대화를 해요. 저는 성인이 읽는 단행본도 재밌게 읽어줬어요. 대부분은 ‘이건 엄마가 읽는 책이야’ 하고 덮어버리시는데, 저는 그렇게 안 해요. ‘와, 너무 재밌겠다’라고 말해주죠. 재미없는 책도 재밌게 읽어줄 수 있는 실력을 갖추려고 노력했어요. 책을 골라주지는 않고요. 어떤 책이든 재밌다는 인식을 시켜줬어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모든 과목을 좋아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앞서 말씀하셨듯이, 중학교 입학 이후부터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잖아요. 재혁이의 경우는 어땠나요?


재혁이도 줄어들었어요. 아이들이 생활기록부에 자신이 읽은 책을 기록하는데, 중학교 2학년이 되면 1학년 때 읽은 책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어요. 3학년 때는 더 줄어들고요. 이게 정상적인 거거든요. 갈수록 과목 수가 늘어나고 공부할 분량이 많아지니까요. 우리나라 시스템에서는 내신을 챙기지 않으면 대학을 갈 수가 없고, 학습 분량이 많아지니까 책 읽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대학교에 입학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아지면 책을 읽기 시작해요. 독서 습관이 몸에 밴 거죠.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책을 읽고 싶은데 지금은 공부 때문에 하지 못한다’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기간만 지나면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은 마련돼요.

 

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기가 자녀의 사춘기가 아닐까 싶어요(웃음). 현재 재혁이가 고등학생, 시훈이가 초등학생이잖아요. 사춘기의 시작과 끝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책을 많이 읽고 부모와 소통이 많이 된 아이들은 사춘기를 가볍게 지나가요. 재혁이는 3만 권, 시훈이는 2만 6,500권을 읽었거든요. 그 안에는 사춘기를 겪고 가출하는 이야기도 많이 있죠.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그런 경험해보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면 ‘집 나가 봐야 너무 고생한다’고 해요(웃음). 그리고 책 속에 다툼이 많이 등장하잖아요. 특히 친구들끼리 다툼이 있을 때 해결하는 방법들이 많이 나와 있고요. 그러니까 책을 많이 읽고, 부모와 많이 놀이하고 운동한 아이들은 사춘기를 가볍게 지나가고요.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다면 책을 적게 읽은 아이들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 ‘안 돼’라는 말을 안 하시는 것 같아요. ‘실수할 것 같지만 해 봐, 다칠 수도 있지만 해봐’라고 하시더라고요.


닫힌 대화와 열린 대화의 차이인데요. 대부분의 엄마들은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해요. 그리고 ‘안 돼, 위험해, 그만 해’라는 말을 많이 하죠. 그렇게 하면 아이를 주눅 들게 해요. ‘너는 그걸 못 해’라는 걸 아이가 받아들이고요. 자존감, 자신감하고도 연관이 있는 거죠.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없나’ 싶은 거예요. 엄마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것도 안 되고 이것도 안 되니까요. 거기에서 창의력도 갉아먹게 되죠.

 

열린 대화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열어놓으셔야 돼요. 대화도 마찬가지예요. 제 경우에는, 아이가 무언가를 물어봤을 때 ‘안 되겠다’보다는 ‘힘은 들지만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이야기하거든요. 이건 노력을 하셔야 돼요. 의식적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시고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을 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계셔야 돼요.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에 깊이 새겨야 될 좋은 책들을 끊임없이 읽어야 되고요. 부정적인 책들만 읽으면 그게 내 안에 쌓이고, 그렇게 안 좋은 쪽으로 아이를 대하면 부정적인 걸 아이가 받아들여요. 부모가 긍정적이면 아이도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셨는데요. 최근에는 어떤 목표로 무엇을 공부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오늘 시훈이와 같이 왔는데요. 지금도 손에 들고 있지만, 요즘 수학책을 읽고 있거든요. 아이가 공부할 부분이 있으면 저도 그 분야의 책을 읽어요. 그래서 오늘도 수학책을 챙겨왔고요. 이동하는 중간에 기차나 버스 안에서 읽어요.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되면 집에 쌓아놓고 아이들과 같이 틈틈이 읽고요.

 

책의 마지막에서 “육아 너무 어렵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육아가 너무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아이한테 책 읽는 습관만 들여주면 되는데, 습관들이기가 상당히 어렵거든요. 저는 ‘부모 나이 독서’를 실천했어요. 1년에 제 나이만큼의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그 과정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렇게 했을 때 아이가 부모의 모습을 닮으려는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아이한테 계속 뭔가를 가르쳐주고 책을 골라주는 게 너무 힘든 작업이거든요. 그렇게 하는 것보다, 그냥 내가 책을 좋아하면 돼요. 그러면 아이한테 책이 들어가는 거예요. 책 읽기를 강요하지 않으면 부담이 적기 때문에 행복하거든요. 너무 많이 넣어주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인 거예요. 편하게 하시면 돼요. 저도 너무 편하게 하거든요. 강요를 안 하니까 편한 거예요. 아이한테 넣어주고 싶은 게 있으면 내가 그냥 하면 되거든요. 그렇게 하면 사실 육아는 쉬운 거고요.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책을 읽는 건 진짜 필요한 준비라고 생각해요. 부모가 책을 들고 다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 쉬운 방법이에요.


 

 

평범한 아이를 공부의 신으로 만든 비법 - 육아개념편 이상화 저 | 스노우폭스북스
이 책은 부모의 올바른 행동만으로도 모든 아이가 훌륭히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한다. 넉넉지 않은 형편 때문에 아이 교육에 고민 중인 부모, 아이를 위해 감수하는 많은 희생에도, 아이와 관계가 좋지 않은 부모 누구라도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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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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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의 대표작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이 오마주한 시집.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 첫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 20세기 현대문학에 큰 획을 그은 비트 세대 문학 선구자,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번역되었다. 도시 패터슨의 역사를 토대로 한, 폭포를 닮은 대서사시.

본격적인 투자 필독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경제/재테크 최상위 채널의 투자 자료를 책으로 엮었다. 5명의 치과 전문의로 구성된 트레이딩 팀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최신 기술적 분석 자료까지 폭넓게 다룬다. 차트를 모르는 초보부터 중상급 투자자 모두 만족할 기술적 분석의 바이블을 만나보자.

타인과 만나는 황홀한 순간

『보보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신간.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심장으로 세계와 인간을 꿰뚫어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번에 시선을 모은 주제는 '관계'다.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을 황홀하게 그려냈다. 고립의 시대가 잃어버린 미덕을 되찾아줄 역작.

시는 왜 자꾸 태어나는가

등단 20주년을 맞이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시집. 돌멩이, 새 등 작은 존재를 오래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시인의 불협화음에 맞춰 시를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자. 죽음과 생,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린 또 하나의 시가 탄생하고 있을 테니.


문화지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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