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올인 하는 삶, 정말 행복한가요?
『균형 육아』 정우열 저자
아이에게 맞춰진 초점을 나 자신에게 맞추는 세팅을 해야 해요. 아이가 좋아해서 익숙해진 음식만 해먹거나 사먹지 말고 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도 먹고, 아이와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취미활동도 하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야 해요. (2017.07.31)
파워블로거 ‘육아빠’로 활동하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 정우열 원장이 네이버 맘키즈에 연재한 칼럼 중 반응이 좋은 칼럼을 정리하여 엮어낸 육아지침서 『균형 육아』. 저자는 엄마들에게 균형 육아가 필요한 불편한 감정 신호를 총 4챕터로 나누어 소개한다. 엄마들이 육아하면서 느끼는 여러 복잡한 감정과 엄마들의 마음 고민을 하나씩 주제로 정해 대화하듯 천천히 위로해준다.
정우열 저자는 2016년 여성가족부 장관표창과 2017년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상담과 강연으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고, 두 아이의 주양육자로 살면서 엄마로 사는 것이 외롭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엄마로 살아서 더욱 복잡한 감정을 경험하고, 엄마로 살아서 더욱 감정을 억누르고 숨긴다는 걸 깨닫고 엄마들이 좀 더 당당하게 육아하고, 숨겨왔던 감정을 나누고, 자신의 복잡한 감정에 편해질 수 있도록 상담과 강연, 방송과 저서를 통해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엄마 관련 책을 많이 쓰시는데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 집중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신체적으로는 아빠지만 두 아이의 주양육자라 일반적인 엄마의 삶을 살고 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신체적인 한계도 경험하지만 심리적 한계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엄마 심리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육아는 끊임없는 감정 노동이에요. 감정 노동을 할수록 감정 처리에 익숙해지기보다는 취약해지고, 오히려 엄마들은 그런 자신을 보며 당황스러워하고 자책해요. 위축된 마음으로 아이를 돌보는 삶이 계속되니 점점 더 악순환이 반복되고요. 자신이 경험하는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조금만 이해해도 마음이 위로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누구보다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분들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고요.
육아하는 아빠로 최근에 국무총리상도 받으셨는데 육아빠로 살면서 좋은 점과 힘든 점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구 두 가지가 독립(자유)의 욕구와 의존(친밀감)의 욕구예요. 이 두 가지 기본 욕구의 충족과 결핍이 주양육자 삶의 좋은 점과 힘든 점인 것 같아요. 우선 좋은 점은 아이와의 관계에서 누리는 깊은 친밀감이에요. 아이들이 늘 저를 찾고 저와 함께하고 싶어 하는 외적인 부분 이면에는 저와 아이들 사이에 끈끈한 정이 형성되어 있다는 거죠. 설명하지 않아도 저도 아이들도 느끼고요. 힘든 점은 그만큼 자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는 거죠. 주양육자로 살다보니 평일 저녁에도 주말에도 아이들과 분리된 제 삶을 살기가 힘들어요. 보통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기존 친구들과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고, 아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관계만 유지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관계에서의 외로움도 느끼고요.
육아를 하다보면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은데, 솔루션이 없어 늘 아쉬워요. 왜 그럴까요?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참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양육법 자체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에요. 육아를 하며 경험하는 감정적인 힘든 부분을 경험하면 내 양육법에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그래서 양육법을 바꾸거나 감정적인 어려움을 의지로 극복하기 쉬워요. 하지만 감정을 의지로 극복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처음엔 되는 것 같지만 결국엔 그만큼 쌓였다가 한꺼번에 터져 나와요. 그래서 극복보다는 자신의 감정 그대로 인식하고 수용하는 게 훨씬 효과적인 처리 방법이에요. 팁이나 솔루션은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에요.
우울감, 외로움, 불안감 등은 사실 엄마가 아니어도 느끼는 감정들인데, 특히나 엄마들이 이런 감정에 취약한 이유는 뭘까요?
엄마가 아닐 때는 우울감, 외로움, 불안감이 느껴지면 그런 감정이 드는 자신을 탓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느껴요. 친구를 만나거나 다른 취미 활동을 하거나 맛있는 걸 먹거나 잠을 푹 자는 등 자기만의 방식대로 그때그때 해소하죠. 하지만 엄마로 살다보면 아이 감정을 우선 헤아리게 되고, 자신의 감정은 늘 뒷전이기 때문에 감정 자체를 느끼기가 힘들어요. 더구나 우울감, 외로움, 불안감 등은 엄마가 가지면 안 되는 부정적인 감정인 것 같아서 더욱 억누르거나 외면하죠. 그 감정은 무의식 안에 고스란히 쌓였다가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한계점이 올 때 폭발해요. 부정적인 감정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요. 더구나 감정 조절에 가장 중요한 신체리듬인 식습관과 수면습관 패턴이 흐트러진 채 사는 게 엄마의 삶이라서 예전엔 적절히 조절되던 감정들도 조절이 잘 되지 않고 감정에 휩쓸리기 쉬워요.
육아하면서 생기는 힘든 감정 말고 행복하고 좋은 감정도 다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육아하면서 힘든 감정만 경험하는 게 아니라 행복하고 좋은 감정도 경험해요. 그 부분은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든 아이를 키우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힘이 되죠.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조금이라도 경험하면 엄마들은 스스로 위축되거나 그런 자신을 자책해요. 그러면 점점 자기 감정을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지니 오히려 더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고 힘들어지죠. 그래서 엄마들에게 아이를 키우는 게 무조건 행복하다는 백 마디 말보다 아이를 키우건 누구나 힘든 일이다라는 한 마디 말이 위로가 돼요. 제가 엄마 감정에 집중하는 이유이고요.
아이를 키우다보면 내 자신을 돌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 나를 잘 돌보는 팁이 있다면?
누구나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아이를 키우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은 뒷전이 되고, 그러다보니 그 방법조차 떠오르지 않을 뿐이죠. 우선 아이를 키우기 전에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자기 스타일을 떠올려 보세요. 무엇을 좋아했는지, 어떤 것을 할 때에 만족감을 느끼던 사람이었는지요. 나를 돌보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와 구분된 시간이 꼭 필요해요. 물리적으로 아이와 떨어져 있어도 심리적으로는 끊임없이 아이와 관련된 생각을 하는 게 엄마죠. 그래서 그 시간에 아이에게 맞춰진 초점을 나 자신에게 맞추는 세팅을 해야 해요. 아이가 좋아해서 익숙해진 음식만 해먹거나 사먹지 말고 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도 먹고, 아이와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취미활동도 하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야 해요. 우선 그게 되어야 나 자신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요.
『균형 육아』를 보면 ‘남편도 알아야 할 육아감정’이 실렸는데, 남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요즘 세상은 기성세대보다 돈만 벌기도 참 힘든데, 좋은 아빠 역할까지도 기대되는 현실이 참 안타까워요. 시간이 안 되는 많은 남편 분들께 죄송한 마음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도 육아감정을 이해해야 해요.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감정적으로 힘든 일인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팁으로 실었어요. 궁극적인 이해는 직접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해요. 남편 분들에게 시간이 될 때마다 아이를 도맡아 보는 경험을 권유 드려요. 아이를 돌보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몸으로 이해해야, 아내에게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그게 아내를 탓하는 뉘앙스가 아닌 아내를 위로하는 뉘앙스로 변해요. 남편의 이러한 심리적 지지는 돈독한 부부 관계는 물론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요. 결국 가족의 이러한 돈독함은 아빠 자신에게 그대로 다 돌아옵니다.
<정우열> 저13,5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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